감상문 한 줄 정리
사별한 아내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비의 계절에 만나게 된 가족의 이야기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감상문.
비의 계절에 그리움의 문을 열고
분주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유우지는 아버지 타쿠미에게 서둘러 식사하지 않으면 늦을 것이라고 말하며 집을 찾아온 이를 맞으러 나가는데 손님의 정체는 해마다 케이크를 전해주었던 빵집 주인으로 그는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사실에 다행이라고 말하였고 유우지는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해마다 케이크를 주문한 오늘이 유우지의 생일이었기에 식사를 마친 그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 지금은 곁에 있지 않은 어머니의 모습과 그 시절 함께 한 기억을 되살린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미오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아버지 타쿠미를 둘러싸고 친척들은 어린 유우지의 마음속에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과 연관되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주눅이 든 유우지는 어머니가 남긴 그림책을 읽으며 세상을 떠난 사람이 가게 된다는 아카이브 별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물어보았고 책의 내용처럼 비의 계절이 오면 그리움의 문을 연 어머니가 자신들을 만나러 올 것이라고 기뻐하는 아들을 보면서 타쿠미는 ‘엄마는 거짓말하지 않잖아.’라며 다독거리며 빈자리가 느껴지는 중에도 일상을 위해 노력한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 타쿠미 역시나 지난 1년 동안 느낀 미오의 빈자리에 위축되었으며 아들에게도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었으나 그가 더욱 상실감을 느끼는 순간은 점점 아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함께 나누었던 추억의 기록들을 다시 보아야만 그녀를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때였다. 의사와의 상담에서도 타쿠미는 유우지처럼 미오의 약속이 진실로 이루어지길 바랐으며 한순간이라도 다시 만나 행복을 함께 나누기를 소망하며 비의 계절을 기다린다.
마침내 비의 계절인 장마가 시작되어 종일 비가 내리는 날 유우지와 타쿠미는 여느 때처럼 빗길을 산책하다가 미오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상대는 어떠한 것도 기억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였고 두 사람은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 둘 수 없어 일단 집으로 데려와 미오와 나눈 추억을 보여주며 다시 예전의 가족처럼 그들을 좋아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억이 없는 그녀에게 미오의 죽음을 비밀로 감춘 채 잠시 기억을 잃은 것이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는 세 사람을 위한 시간을 나누기로 한다.
세 사람이 가족이라는 어떠한 감정은 느낄 수 있었으나 그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던 미오는 타쿠미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하였고 타쿠미의 기억 속 두 사람이 어떤 사랑을 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새롭게 아니, 다시금 그때처럼 조금씩 다가가 다시 사랑하고 싶다고 마음의 문을 열고 말한다. 하지만 그림책의 내용처럼 비의 계절에 돌아온 미오가 비가 그친 후에는 다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타쿠미와 유우지는 계속 비가 내리길 바라고 그들의 바람이 닿은 것인지 장마 전선의 영향은 오히려 강해져 비의 계절이 예년보다 더 길게 이어진다.
걱정 말아요 그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표현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를 지켜볼 때 이 작품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비의 계절에 물안개가 흩뿌려진 몽환적인 배경을 뒤로하고 굴다리라는 현실과 다른 세계가 연결된 출입구를 지나 마침내 그리움의 문을 상징하는 철문은 이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면서도 이별이라는 정해진 운명 앞에서 절제된 순응과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극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작품을 보며 이러한 절제된 순응과 사랑 그리고 새로운 꿈, 내일에 대한 기대를 떠올리게 되었던 곡 ‘걱정 말아요 그대’는 아픈 기억을 가진 그대에게 슬픔을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후회 없이 새로운 꿈에 대한 노래를 부르기를 바라는 가사가 있다. 타쿠미는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해보지도 못한 채 만남은 사라졌고 육상이라는 단 하나의 꿈은 자신의 건강으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던 그 자신을 끝없는 내리막길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단 한순간 미오와 나눈 추억만이 그가 사랑을 느끼고 행복을 느꼈던 순간이었으나 타쿠미는 언제나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부족한 자신에게 과분한 상대가 아닌지 소극적으로 다가가다 사별한 후에는 자책과 후회 속에서 유우지만을 바라보며 버텼다. 그런 타쿠미를 남겨두고 언젠가 떠나야만 하는 미오가 ‘우리가 사랑한 것은 그렇게 운명으로 되어있어.’라고 대답하였을 때 이 가사의 내용처럼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가정을 이루어 지나간 삶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었던 삶이었다고 위로하는 듯하였다.
케이크와 해바라기
비의 계절이 지나면 예정된 이별이 찾아올 것을 알게 된 그녀가 남아있을 가족들에게 새로운 꿈에 대해 남기는 소재는 바로 해바라기와 케이크이다. 해바라기는 이 작품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비의 계절이 끝난 후를 상징한다고 여길 수 있다. 따라서 해바라기는 미오가 자신을 투영하는 대상이다. 고난을 넘어선 사랑을 결심한 미오가 한결같이 타쿠미를 본 것처럼 집 뜰에 심은 해바라기 역시 남은 가족들을 언제까지나 지켜보겠다는 변함없는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해바라기가 가족에 대한 미오의 사랑을 의미하였다면 생일 케이크라는 물질적 소재는 특히나 유우지를 향한 미오의 마음을 상징하는 요소이다. 유우지의 생일에 특별하게 케이크를 먹게 되었던 가운데에는 유우지가 그동안 마음속에 앓고 있었던 자신이 태어나서 어머니가 죽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마음의 병을 미오가 듣게 된 이후였다.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생일이 되어야만 했을 그날을 불행한 날로 기억하지 않도록 유우지가 언제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상징, 비의 계절에 찾아왔던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되는 매개체가 바로 케이크인 것이다.
미오가 그들이 운명이라고 타쿠미에게 말하였을 때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전세와 현세 그리고 내세를 표현하는 구조로 작품을 그려내었다고 느꼈다. 전세의 운명을 표현하기 위해 학생이었을 때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음에도 용기를 내지 못하여 그대로 끝나버린 만남을 그려내었고 현세는 다시 재회하여 유우지라는 사랑의 결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던 기억 속의 순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오가 다시 돌아오며 세 사람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었던 비의 계절이 바로 그들에게 정해진 운명의 내세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였다.
누구나 순간적인 운명적인 만남을 기약한 끝에 영원한 사랑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자 하지만 현실은 영원이라는 단어를 느낄 새도 없이 자신의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하기에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계속된 사랑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인간은 상실감을 느끼고 그 사랑의 증거를 계속 되돌아보며 추억 속에 갇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때로는 고난을 넘어선 사랑이 필요하기도 때로는 절제된 사랑으로 어떠한 결과를 마주하는 것이 다른 형태의 사랑을 지속하기도 함을 느끼게 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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