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버그를 찾아 보고하여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디버거가 게임에 갇힌 뒤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인 이 세계는 너무나 불완전하다 감상문.
세상의 변화를 조사하는 왕의 탐구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니콜라의 평화로운 일상은 굉음과 함께 한순간에 흔들렸다. 거대한 호이모이 드래곤 무리의 움직임과 그중 일부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니콜라는 겁에 질린 채 옴짝달싹할 수 없었으나 공포에 빠진 그녀를 구한 것은 차분한 목소리로 괜찮다며 안심시키는 한 남자의 손이었다. 그리고 소동이 지나간 뒤 모습을 드러낸 그는 자신의 천막으로 니콜라를 데려가 너무 강하게 붙잡는 바람에 불편을 느끼는 그녀를 치료한다.
드래곤을 관찰하는 중이었다며 하가라는 이름의 남자는 이내 천막을 나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한 개체의 호이모이 드래곤을 관찰한 뒤 무엇인가를 적었고 자연의 생태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니콜라의 궁금증을 키웠다. 마을로 돌아온 뒤 하가처럼 독특한 이들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 니콜라는 왕의 명령을 따라 세상의 이상한 움직임이나 소문들을 조사하는 조사관, 바로 왕의 탐구자인 ‘킹스 시커’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매일 특별한 일을 경험하는 그들을 동경하며 바깥세상에 호기심을 가진 니콜라와는 별개로 하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수상한 석판에 올리고 전송이라는 말을 내뱉는데 그의 말에 신비한 빛을 뿜으며 반응하는 석판의 존재를 곧 니콜라에게 들킨다. 그리곤 시커라는 존재들에게 호기심이 생긴 니콜라가 부탁하는 바깥세상의 이야기에 고심하던 하가가 입을 떼려던 찰나, 그는 큰 진동을 느끼고 니콜라에게 마을 사람들의 대피를 부탁하였다.
거대한 드래곤의 습격을 예지 하는 말에 니콜라는 서둘러 움직이는데 어째서 그가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본 듯 말하는 것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으나 날이 저물 무렵 하가의 말대로 거대한 드래곤이 마을을 습격하려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대피한 장소에서 마을 사람들과 니콜라는 이 재앙과도 같은 몬스터를 가로막는 하가를 발견하는데 전혀 멋지다고 말할 수 없는 변변찮은 공격으로 그가 시커인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었으나 니콜라의 눈에 하가의 모습은 어떠한 전설 속의 기사보다도 용감하게 자신들을 지켜주는 영웅처럼 보였다.
이후 저녁까지 이어진 전투로 하가의 마음속에는 실패라는 좌절이 싹트기 시작하였지만 대피한 뒤 그를 돕기 위해 다시 돌아온 니콜라와 마을 사람들의 협력으로 간신히 승리를 쟁취한다. 기뻐하는 이웃들을 뒤로한 채 하가를 찾아간 니콜라는 동경하는 시커의 곁에서 세상을 모험하는 꿈을 밝혀 제자가 되길 청하지만 하가는 왠지 모를 수상한 말로 얼버무리다가 갑자기 온몸에 불이 붙기 시작한 니콜라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준다.
강제로 진행되는 이벤트에 대하여 일그러진 표정으로 설명하는 하가는 어떠한 과정으로 마을을 구하여도 전멸하는 시나리오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이 그저 세상의 일을 왕에게 보고하는 시커가 아니라 게임 속 시나리오 과정이 마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던 디버거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니콜라에게 고백하며 이미 몇 번이고 다양한 조건에서 이들의 최후를 막으려 노력하였던 하가는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도 막을 수 없었던 마을의 전멸을 결국 받아들인다.
하가가 고백한 이 세상은 VR을 활용한 게임인 ‘킹스 시커 온라인’으로 정식 출시 전 하가와 같은 이들을 아르바이트로 모집하여 얼마 동안은 동료들과 함께 디버그의 진행을 지시하였으나 어느 순간 로그아웃 불가의 상태에 빠진 디버거들은 혼란에 빠졌고 어떠한 사건을 지나 혼자가 된 하가는 이미 1년이나 게임 속 세상에 갇힌 채로 살아온 것이었다. 착실하게 버그를 보고한다면 언젠가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작업을 계속하던 하가는 인기척을 느끼고 천막 바깥으로 나가는데 분명 죽었을 터인 니콜라가 돌아온 것을 발견한다.
눈에 초점이 없는 상태로 되살아나 가만히 서 있던 니콜라가 쓰러지자 하가는 그녀를 부축하며 이 역시 버그가 아닌지 생각하였고 눈을 뜬 니콜라가 설정이 뒤바뀐 듯 하가의 제자로 모험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당황한 하가는 일단은 보고를 뒤로한 채 그녀와 함께 모험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 세상이 오류투성이라는 하가의 말대로 게임의 내부는 온갖 문제점과 악인으로 변해버린 디버거들이 활동하였고 하가는 이들을 피해 게임 속 버그를 끊임없이 찾으며 동료를 모아 로그아웃을 위한 모험을 계속한다.
불완전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디버깅
디버깅이라는 작업은 일련의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중간중간 끊임없이 생기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으로 게임에서 버그라고 불리는 오류의 수정이 중요하듯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어떠한 문제를 마주하였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가가는 자세 역시도 중요하다.
이 작품에서 성실하게 디버그 작업을 수행하는 하가는 나태에 빠진 채 자신들의 우선순위를 잊어버린 다른 디버거들과 대비되는 인물로 끊임없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 문제 상황에 도전한다. 반복되는 나날에 안심하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한 니콜라 혹은 이미 그녀를 점찍어 두고 내면에 잠들어있던 메타 AI 테슬라가 말한 바와 같이 빠르게 변모하는 현대에서 반복과 일상은 위기를 경계하는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
또 작품이 말하는 세계의 불완전성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도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듯이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 역시도 완전하지 않기에 인간의 기준으로 우리의 필요를 위해 정해진 규칙은 언뜻 보면 그럴듯하게 보여도 나라는 주체를 그저 자그마한 구성품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더 나은 세계, 원활한 통신 등의 이상향을 위해 시나리오 진행과 함께 전멸해 버린 마을 사람들과 같은 게임 속의 NPC처럼 우리는 정해진 통제에 따라가는 구성품, 즉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킹스 시커라고 불리는 디버거들은 엄청난 우월한 존재이며 게임처럼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디버거는 단순히 이 세계가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전체적인 작품의 설정을 돌아보았을 때 치트라고 불리는 디버거 모드의 사용이 문제 상황의 해결이나 원하는 결말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인생 혹은 삶이라는 길고 중요한 가치에서도 같은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
쉽고 하찮게 얻은 결과는 손쉽게 빠져나가며 값지고 어렵게 얻은 가치에 대하여 사람은 더 소중하게 여기기에 이러한 세상에서도 하가와 같이 성실하며 묵묵히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이들의 존재가 더욱 빛이 난다고 생각하였다. 오프닝 곡 No Complete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떤 일을 마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을 넘으려 필요한 실패의 과정이다.
수십에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인류의 역사에서 문명이라고 불릴 수 있는 현대까지가 겨우 수천 년 정도라는 어느 콘텐츠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말처럼 우리는 아직 신규 출시된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끊이지 않고 디버깅을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디버깅에 필요한 것은 주변을 바라보고 문제 상황을 인식하는 힘이며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수동적인 NPC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시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는 동료, 이웃을 모른 척하지 않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패를 마주하며 세계를 변화시킨다면 게임 속의 설정인 왕의 탐구자라는 시커처럼 빛나는 과업을 달성하는 노력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작품 ‘이 세계는 너무나 불완전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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