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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통제된 사회에서 모두가 빼앗긴 기억과 감정을 홀로 간직한 기억 보유자. 더 기버 기억보유자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4. 11. 24.

감상문 한 줄 정리

회색의 통제된 세상에서 잊힌 기억을 알게 되는 주인공이 자신의 신념과 공동체를 위해 행동하는 이야기인 더 기버 기억전달자 감상문.

 

더 기버 기억전달자 영화 포스터

 

남들과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기억 보유자

대파멸을 겪은 뒤 인류는 마을 공동체를 다시 세우며 경계선을 정하여 자신들을 보호하였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기억들은 모두 지워졌고 대파멸 이후 다시 일어난 인류는 자신들을 ‘신인류’라고 칭하며 자신들을 위한,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한 어떠한 규칙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었다.

 

조너스는 그러한 신인류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신의 임무가 부여될 졸업식을 앞두고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두려움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졸업과 동시에 성인이 되면 자신의 직업과 임무가 결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서의 쓰임이 정해지기에 주위에 다른 이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자신의 미래를 조너스는 아무런 갈피를 잡지 못하며 불안과 초조 속에서 이를 홀로 감내하던 것이었다.

 

조너스가 살아가는 새로운 사회에서는 차이가 허용되지 않았다. 패자도 승자도 없고 어떠한 갈등이나 욕망에 대한 갈증의 소지조차 용인되지 않은 채 철저한 규칙 아래에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조너스는 굳이 이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으나 무엇인가 이질적인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모든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원로들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마침내 공동체가 모두 모인 특수한 공간에서 조너스를 비롯한 졸업생뿐 아니라 그들이 빈자리를 찾아가도록 지금까지 공동체를 위해 수고한 이들의 임무해제라고 불리는 은퇴,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가족을 지정하는 일 또한 같이 진행된다. 기다리던 졸업생들의 직무가 부여되는 시간이 되어 모든 졸업생이 각각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부여받지만 무슨 일인지 조너스의 순서는 넘어가고 결국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혼자 자리에 남게 된다.

 

당황한 조너스와 그를 둘러싼 공동체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나타난 수석 원로는 조너스는 임무를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차기 기억 보유자라는 특수한 일을 수행하는데 선택되었다고 말한다. 다음날부터 오직 한 명뿐인 기억 보유자가 되기 위한 훈련은 그에게 약간의 자유를 부여하기도 하였으나 그보다 더욱 큰 책임감과 절대로 관련된 일에 대한 발설을 금하는 보안으로 인하여 조너스는 무거운 압박감을 느낀다.

 

그들이 지내는 땅 곧 공동체의 경계에서 조너스는 다음 기억 보유자가 되어 신인류가 문제에 직면할 때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원로들에게 관련된 지혜를 주어 현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도록 조언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임자로부터 과거의 기억을 전달받아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그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새로운 사회와 신인류가 있기 훨씬 전 진실을 품은 세계의 숨겨진 역사를 마주한다.

 

그리고 오랜 과거의 기억을 전달받으며 조너스는 새로운 사실, 특별한 기억에 대한 흥분감과 기쁨, 다른 이들은 알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받아들였고 이 경험은 온통 회색이었던 조너스의 세상을 조금씩 본래의 색으로 되돌렸으며 억압된 것 같았던 감각과 감정을 되살려 그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이나 다른 이들에게는 감추어진 세계의 진실, 과거의 빛나던 기억들이 자신을 부르는 감정에 대한 경이로움도 알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일부 인류의 추악함으로 인해 발생한 고통 속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조너스는 이러한 모든 경험과 기록을 공동체로부터 빼앗아가 없애버린 원로들의 결정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우연히 공동체가 빼앗긴 감정과 기억들을 되돌릴 수 있다는 기억의 경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기버 기억전달자 감상문 썸네일

 

사랑에 기반하여 실패를 뛰어넘은 인류의 발전

조너스가 살아가는 사회는 플라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국가관과 연관이 있다.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개인은 철저하게 사욕을 배제하고 공동의 육아를 수행하며 개인이 맡은 일을 수행한다. 철저한 통제를 기반으로 소수의 통치자에 의하여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는 분명 언제나 그 위치에 있는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공동체를 위해 최선의 관리를 하고 있다는 강조로 말을 흐리지만 실상은 자유를 억압하고 그들이 관리하기 수월하게 만드는 일종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는 어째서 그러한 사회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일까? 파멸을 경험한 인류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차이와 차별, 시기 등의 문제를 없애 늘 같은 상태를 만들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회색의 사회만이 완벽한 통제와 균형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플라톤적 이데아와 이상국가를 넌지시 언급하는 듯하나 작품이 진행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이러한 이상론을 철저하게 부숴 버린다. 그리고 조너스의 결정과 그의 행동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진짜 메시지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색깔이라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와는 다른 색은 각 개인의 개성을 의미하며 이는 인종, 종교, 성별,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고유한 자아를 인정하고 차이를 받아들여야 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인류가 계속 넘어지면서도 다시 나아갔을 때는 이러한 차이를 받아들이도록 사랑이라는 감정이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이 작품에서는 강조한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이나 연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도 인류와 소중한 공동체가 나아가기 위해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취미나 사회를 위해 수행하는 일 혹은 직업에 대한 사랑과 같이 자신에 대한 사랑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기억과 기록이라는 것은 인류가 문명을 이루며 함께 발전하였고 그것이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기 위한 기록물이거나 위험한 일에 대해 후대에 경고하기 위한 조언이거나 이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창작물에서는 육체를 옮겨 영원한 기억이나 가치를 지키려는 악인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등장하였다. 물론 기록이나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고 무엇인지를 안다는 지식적인 인지와 어떤 느낌인지 안다는 경험적인 인지에도 차이가 있기에 기억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누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함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알게 되는 과정이 지금껏 인류가 실패를 뛰어넘어 발전한 진보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였고 그 바탕에는 현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사용하려는 이웃에 대한 사랑에 기반하였음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회색의 세상이 본래의 색을 되찾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더 기버 기억전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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