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수상한 가방을 대신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평범한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며 뇌의 한계라고 여겨지던 정도를 넘어서며 겪게 되는 변화를 보여준 루시 감상문.
인류가 정한 뇌 활용의 한계
루시는 겨우 일주일 사귄 남자친구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방을 미스터 장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수상한 가방의 정체와 미심쩍은 부탁 그리고 거금의 심부름비까지 남자친구인 리처드가 이야기하자 그녀는 손을 떼려고 하였으나 리처드는 그녀에게 심부름비의 절반을 주며 억지로 떠밀었다.
어쩔 수 없이 건물로 들어가 미스터 장을 찾는 루시를 향해 곧이어 여러 명의 거한이 나타나 그녀를 억세게 데려가기 시작하였고 그 사이 루시는 잠시 눈이 마주친 리처드가 순식간에 사망하는 것을 보게 된다. 끌려 올라간 특별한 방에서 미스터 장을 마주한 루시는 두려움에 떨면서 이 모든 것은 무엇인가 착오가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미스터 장이 그의 통역에게 말을 전달하며 루시에게 그녀가 가져온 가방을 열 것을 지시한다.
내용물의 정체도 몰랐던 루시는 그의 강압에 억지로 가방을 열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발견한 내용물은 수상하게 보이는 파란색 가루가 들어있는 4개의 파우치였다.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약물같이 생긴 수상한 물질은 소량만 흡입하여도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였으니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던 루시는 이 일에 엮이지 않으려 하였으나 미스터 장은 그녀에게 일거리를 하나 주겠다고 말하며 억지로 이 수상한 약물과 연관된 심부름을 시키려 한다.
잠시 후 통증과 함께 눈을 뜬 루시는 미스터 장과 그의 부하들을 만나 조금 전 보았던 수상한 약의 운반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와 같은 상황에 놓인 몇 명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목숨을 위협받으며 심부름이라는 이름의 협박을 위해 움직인다. 목숨만은 건졌다고, 정신을 바짝 차린다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루시는 이동을 마친 후 정체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다가 약의 밀반입을 위해 수술한 부위의 상처가 생겼음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대량의 약물이 혈관을 통해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지며 방출할 수 없는 대량의 에너지로 인해 격통에 몸부림을 치던 루시는 이 심상치 않은 에너지들이 몸에 반응하여 뇌신경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한 번 활성화된 뇌는 인간의 한계라고 여겨지던 20%를 넘어 거침없이 진화하기 시작하였으며 불행인지 다행인지 간신히 목숨을 건진 루시는 점차 평범한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간다.
시간이라는 불변의 척도
이 작품에서 루시라는 존재는 제목뿐 아니라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작품의 마지막까지 강한 충격을 남기는 루시는 최초의 인류로 불리는 루시와는 달리 평범하게 파티를 즐기던 여성으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현재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었으나 수상한 일에 휘말려 누구도 도달한 적 없었던 뇌활용 100%의 경지에 이르러 인류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인물이 특수한 사건을 겪으며 가설로만 여겨지던 이론에 현실적으로 도달하게 된다는 각색된 이야기는 과거의 그녀와 같이 평범한 우리에게도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데 10억 년 동안 진행된 생명의 과정을 짤막하게나마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그 무엇인가는 바로 시간이다. 우리는 세계를 우리가 스스로 정한 한계대로 이해하기 위해 무한한 가능성을 외면하고 세상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축소한 것에 불과하며 그 과정에서 생긴 인위적인 잣대는 세상을 바라보고 온전히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족쇄이기에 우리는 뇌를 10%가량만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이 작품은 드러내며 이는 결국 우리가 전달하려던 지식마저도 온전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뇌를 10% 사용하든 20% 사용하든 그것이 시간과 무슨 연관이 있냐는 질문에 이 작품은 친절하게 주인공인 루시가 느끼는 감각의 변화를 활용하여 설명한다. 지금껏 인류가 측정을 시도한 모든 것 가운데 감각과 측정이라는 개념을 넘어 불변성을 가진 유일한 한 가지가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단위는 오차가 있었으며 인류가 이해하기 위해 지정한 개념들에는 오류가 있었으나 오직 시간의 흐름이라는 명확한 한 가지만이 세상을 올바로 그리고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요소였음을 이 작품에서는 말하고 있다. 삶의 목적, 세포가 존재하는 목적이 바로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얻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렇다면 시간의 흐름으로 늙어가는 생명체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자급자족을 통한 영원한 생명 혹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자손을 남기는 번식을 추가적으로 언급한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이 시간의 흐름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주인공인 루시의 변화를 나타내었다는 것이다. 1%에서 100%까지 뇌의 활용이 늘어가며 이 변화가 그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보여주었고 20%를 넘어선 시점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작용하기 시작한 그녀의 변화가 마치 도미노가 넘어가듯이 상호작용하여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로 바뀌는 과정과 그러한 변화를 마친 루시가 점차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초월자가 되어감을 지켜보는 몰입도를 느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미스터 장과 대면하였을 때 마치 육식동물에게 사냥당하는 초식동물의 두려움과 같은 공포를 느꼈고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받았던 사랑이나 앞으로 어떠한 역경을 겪게 될지 알 수 없음에 눈물을 흘리던 루시가 점차 자신의 감정이나 감각과 같이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고 느껴지는 모든 불필요한 활동을 차단하게 되는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 더욱 이러한 작품의 의도를 명확하게 하였다.
천억 개의 신경세포 가운데 15%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인간은 자신이 가진 거대한 정보의 네트워크 가운데 일부분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인류가 가진 지식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에 자손을 남겨 전달하고자 하였던 것을 증명한다고 이 작품에서는 말하고 있다. 축적한 모든 지식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루시는 불변의 척도인 시간을 이해하였고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현대의 인류로 이르기까지의 모든 지식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초월자가 된 자신의 몸을 활용하였다.
이야기를 마치며 앞서 언급한 시간의 흐름에 대한 해결책인 영생을 얻는 것이나 자손을 남기는 것이나 어느 한 가지만이 정답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루시 역시 그녀가 어디에나 있다는 말을 남기며 영생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또한 자신의 모든 지식을 인류를 위해 전달하려 특별한 저장매체를 넘겨주기도 했으니 그녀 나름대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자손을 남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인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였던 그녀가 또 다른 인류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현대 인류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루시의 존재와 겹쳐 보이며 인류의 진화와 뇌의 활용 가능성, 시간과 정보 전달을 위한 앞으로의 자세 등을 고민하게 되었던 ‘루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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