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만년 하위 모험가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마물이 되었음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이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인 원치 않는 불사의 모험가 감상문.
만년 동 등급 모험가 언데드가 되다.
미스릴 등급 모험가를 꿈꿨던 렌트 파이너는 우연히 이끌린 미궁의 미개척 지대에서 뜻밖의 괴수를 만나 두려움에 압도되어 죽음을 직감한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물에 비친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이전의 자신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달라진 해골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자신에게 벌어진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절망밖에 없었다.
기구한 운명의 시작은 여느 때의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자란 뒤 모험가의 꿈을 키워 도착한 마르트에서 렌트는 가난한 동 등급의 하위 모험가일 뿐이었고 오늘도 좋은 의뢰를 선점하기 위해 성실하게 아침 일찍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모험가의 대부분이 파티를 맺어 행동하는 것과 반대로 그는 자주 솔로로 활동하였는데 10년 동안의 모험가 활동에도 아직도 아래에서 두 번째인 동 등급의 하위 모험가라는 현실은 낙오자라는 꼬리표가 되었기 때문이었으나 사람으로서의 그는 마을이나 다른 모험가들에게도 외면받지 않는 좋은 사람이었다.
문제가 생기는 그날 그는 자신이 평소와 다르게 신중함을 잃었다고 평가하는데 탐색이 완료되어 더는 특별할 것이 없었던 수월의 미궁에 평소처럼 들어간 그는 뜻밖에 비밀통로를 발견한다. 미지의 대발견을 뒤로하고 보통의 그였다면 돌아가서 길드에 알린 뒤 소소한 수확만으로 만족할 것이었으나 그날만은 미발견 구역을 개척하는 기대와 그 속에 잠들어있을 보물이나 장비 등에 혹하여 수상하고 위험한 미궁에 점점 깊이 들어간다. 그렇게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던 그의 발걸음은 마물의 정점인 용을 발견하자마자 떨어지지 않았고 만년 하위 모험가인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마음을 추스른 그는 곧 자신이 죽음을 경험하였음을 직감하지만 어떻게 살아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언데드 마물, 스켈레톤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자신의 상황에서 혼란을 느낀다. 만약 이 모습으로 마을에 돌아간다면 마물로 여겨져 공격을 당할 것이 뻔하였기 때문에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자 일단은 미궁에 머물게 되었고 뼈만으로 구성된 현재의 상태는 제대로 된 움직임조차 어렵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는 우선 모험가였을 때 사용하였던 다른 능력들을 하나씩 시험해 보기로 한다.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기의 힘인 기력을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 주변의 다른 스켈레톤을 처리하며 렌트는 소멸시킨 마물로부터 자신에게 특별한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언젠가 지인을 통해 들어보았던 마물의 존재 진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일단 상위의 존재인 구울로 진화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사람에 가까워진 외형에 약간의 위장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감출 수 있으리라 판단한 뒤 그는 스켈레톤의 몸으로 마물을 사냥하며 존재 진화를 노리는데 한편 모험가 길드에서는 언제나 신입 모험가에게 기초적인 지도를 수행하며 직원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던 렌트가 지난밤부터 돌아오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는 직원이 생겼다.
미궁에 머물던 렌트는 자신의 몸이 바뀌며 식욕이나 피곤함에 따른 수면욕도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떨떠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룻밤 동안 계속한 사냥의 결과 그는 전과 같은 신체 능력까지 회복하였고 기존의 사용하던 기력이나 약간의 마력, 언데드임에도 성스러운 힘인 성력까지 사용할 수 있음에 놀랐으나 아직도 보이지 않는 존재 진화의 기미와 동시에 자신의 약함을 새삼 느꼈다. 지난 10년의 모험가 생활을 포함한 20여 년의 수련이 향하고 있었던 방향은 그의 올곧은 한 가지의 목표였는데 위기에 빠진 나라도 구한다는 미스릴 등급 모험가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성실하게 의뢰를 끝마쳤고 지인에게 마법이나 마물에 대한 정보 등을 배우며 매일 수련에 정진하였다.
원대한 꿈에 다가가기 위해 지금 스켈레톤이 되었다는 시련은 그를 꺾을 수 없었고 그렇게 렌트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데 그는 문득 인간의 몸이었던 과거보다 자신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침내 구울로의 존재 진화를 경험한다. 구울이 된 후 렌트는 자신이 기존보다 모든 부분에서 다양한 힘을 능숙하고 강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음을 느끼며 점차 인간이었을 때보다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자신의 성장에 만족하던 렌트는 우연히 한 명의 신입 모험가를 돕게 되며 그녀를 도와준 대가로 자신의 외형을 숨길 여러 물건을 부탁한 뒤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 준 조력자의 도움을 통해 힘겹게 이틀 동안의 고생을 뒤로한 채 마을로 돌아온다.
마르트에 도착한 렌트는 곧바로 자신의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마물이나 마법을 연구하던 로렌느를 찾아가 자신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고백하였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녀의 도움을 얻기를 바라는 렌트의 모습에 로렌느 역시 존재 진화라는 자신의 학문적 지식과 옛 친구를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미스릴 등급의 모험가가 되기 위한 렌트의 단기적인 목표는 자신의 꿈과 활동을 위해 더 인간과 같은 외형이 되기를 꿈꾸며 진화하는 것이었고 진화의 대상이 되는 존재는 그가 바라는 모습이라는 욕망이나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로렌느와 함께 추측하며 언젠가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희망한다. 성장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렌트는 다시 모험가가 되어야 했으며 렌트 파이너라는 모험가의 존재가 지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신입 모험가 렌트 비비에가 되어 새롭게 자신의 꿈을 향해 움직인다.
IMMORTAL(불멸)
오프닝 곡 'IMMORTAL'은 어떻게 보면 모험가로서 실패했다고 혹평할 수도 있는 렌트의 지난 20년의 노력을 그의 심경을 대변하여 말한다. 노래의 가사처럼 현실은 그가 꿈꾸던 이상과 거리가 멀었고 동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미스릴 등급의 모험가는 아득히 먼 꿈속의 존재였으나 그는 온전히 그가 바라던 길을 좇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그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큰 꿈을 품었던 소년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고 ‘누구나 노력하면 꿈이 이루어져’라는 위로나 격려의 말은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만만치 않은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었다.
모험가가 되어서도 실적과 같은 결과가 전부인 경쟁의 사회라는 것을 그 역시 알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누군가 자신이 걸어간 길에 대해 바른 평가를 해 줄 것이라고, 누군가 자신이 해온 노력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믿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수련에 정진하였다. 사실 렌트는 포기하고 싶고 꺾일 것 같은 절망과 고통의 어둠을 인생에서 두 번 경험하였고 그때 자신의 눈에 담긴 그 풍경이 그가 미스릴 등급을 소원하는 자극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손에 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쟁취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의 변화가 현재 이상적인 모습과 조금 다르게 바뀌었음에도 그는 지금껏 걸어왔던 길을 발버둥 치면서 그대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꿈에 그리던 목표와 그들이 보는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던 방향성이 제목 그대로 바뀌지 않는 불멸이라고 느껴졌다.
원치 않는 모험가
스스로 낙오자라는 꼬리표를 부정하지 않았던 렌트 파이너의 인생은 자신은 모르고 있었으나 그의 생각 이상으로 의미가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력을 미치는 삶이었다. 렌트는 신입 모험가를 지도하거나 남들이 꺼리는 의뢰까지도 성실하게 수행하며 그의 인품과 실적 등으로 만약 은퇴하였다면 길드에서 직원으로 고용하려 하였을 정도의 인정을 받고 있었고 상당수의 마르트 모험가나 주민도 그의 도움이나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았던 모험가 렌트 파이너는 무엇을 원하지 않았을까? 우선 그는 죽음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망적인 공포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나 생명과 존재, 확고한 꿈이라는 끈질긴 의지가 그를 마물이 되어서까지 현실에 붙들려 있도록 만드는 욕망이었다. 다음은 만년의 하위 모험가였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미스릴 등급이라는 아득한 꿈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는 수련을 거쳤으나 성과는 미비하였고 20년의 세월에도 한계는 명확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이후 그는 점차 강해졌고 이제는 과거와 비교하면 몰라볼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그는 고생하던 당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기도 한다.
세 번째로 렌트는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명확하게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마침표를 찍었고 점차 마물이 지니는 특성과 그 욕망에 휩싸이기도 하며 그는 현재 렌트 파이너라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실제 그 자신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민한다. 마물에 동화되며 점점 인간에서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의 감정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그가 품고 있었던 소중한 꿈인 미스릴 등급의 모험가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그는 성장의 기쁨과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충동과 함께 욕망으로 인해 현실에 타협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서 말한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결과로 올곧은 길을 걸었던 그가 엇나간 길로 들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지 않거나 그동안 신세를 지고 가까워졌던 인연들에게 상처를 주고 폐를 끼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자신의 사정을 알게 된 사람들의 연민을 원하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마르트 역시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았던 모험가들이 있었으나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였던 렌트의 노력에 의해 점차 모험가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길드 역시 감사하는 부분이었고 그에게 큰 꿈을 심어주었던 어느 모험가 역시 도움이 필요했던 그에게 이상적인 모험가였기에 자신의 이상적인 목표를 먹칠하는 그 자체가 그에게는 고통일 될 것이었고 그에 따라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하던 주위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들의 연민을 받게 되는 것 역시 그에게는 지난 20년의 노력을 부정당하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강하지 않으니까 하나하나 뭐라도
최근 인터넷에서 사랑을 받은 노래 가운데 프리터 댄스라는 곡이 있다. 일본에서 유래된 사회 용어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프리터라는 단어처럼 곡의 주인공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외형과 보이지 않는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밝은 곡의 분위기와 달리 그 가사의 내용은 치열하고 싸늘한 사회에서 이에 굴하지 않으려 고된 일 가운데에서 한숨을 쉬더라도 굳세게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작품의 렌트와 이 곡의 프리터가 겹쳐 보이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한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언젠가 자신의 소망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으로 거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였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냉철하였던 부분도 두 인물이 겹쳐 보이는 이유였다.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며 현실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점차 경력이 쌓이고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프리터와 같이 렌트는 동경의 대상이 그에게 충고하였던 것처럼 단순한 수련뿐 아니라 성장을 위해 다른 모험가는 소홀히 여길 수 있었던 약초나 마법, 마물 등 다양한 방면의 지식습득에 노력하였다. 그렇게 발버둥 치며 현실을 채워나간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누군가의 인정받는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처럼 지금은 현실이라는 벽에 갇힌 그들이 언젠가는 꿈을 깨고 나와 퍼뜨릴 이상과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날갯짓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는 지금도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꿈을 위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는 현실의 우리를 향한 기대와도 같다고 느껴졌으며 이처럼 현실을 채워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주인공이 겪은 갑작스러운 변화와 이 변화에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는 그의 의지를 볼 수 있었던 원치 않는 불사의 모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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