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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절망과 다시 일어서기 위한 각오. 인간 불신 모험가들이 세계를 구하는 듯합니다.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4. 4. 28.

감상문 한 줄 정리

배신으로 인한 절망의 끝에서 다시 일어나 걷게 된 네 사람의 모험가이야기 인간 불신 모험가들이 세계를 구하는 듯합니다 감상문.

 

인간 불신 모험가들이 세계를 구하는 듯합니다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배신의 절망을 잊기 위해 필요했던 욕망

도시 자체가 미궁 같은 미궁도시에서 젊은 모험가들은 위험과 기회가 굴러다닌다는 표현처럼 기회를 붙잡기 위해 각자 목숨을 걸며 살아간다. 모험가 닉은 나름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모험가 집단 무예백반의 경전사였고 미녀 여자친구와 행복하게 지내며 전도유망한 그의 목표는 자신이 속한 무예백반의 등급을 A랭크로 등록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부모처럼 따랐던 인물에게 자신이 파티에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차가운 말을 들으며 쫓겨나게 되었고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배신당한 뒤 버려졌다.

 

오갈 데 없이 광장에서 침울하게 앉아있는 그를 보고 누군가 접근하는데 누가 보기에도 수상한 그녀에게 닉은 어서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듯이 행동하였으나 상대는 개의치 않으며 자신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거나 격려하기 위해 이제 막 아이돌로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관심이 있다면 오라고 공연 티켓을 쥐여주고는 서둘러 떠나버린다. 정신을 차린 닉은 아이돌의 공연으로 향했고 그렇게 아이돌로 활동하는 그녀, 아게이트의 팬이 되며 자신이 겪은 실패를 아이돌 오타쿠로서 현실도피를 하려는 듯하였다.

 

숙소에 그녀의 굿즈를 잔뜩 모아두고 열정적이었던 공연을 다시금 추억하던 닉은 문득 지금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험가로서 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뒤 모험가 길드로 향한다. 모험가로 활동하기 위해 동료의 존재는 필수적이었으나 이미 배신을 당한 경험은 그를 망설이게 하였고 이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인간불신의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못한 채 길드를 나온 닉은 맞은편 식당에서 파티를 결성하여 그날의 성과를 즐기는 다른 모험가들의 행복에 점차 위축된다. 이제는 그들처럼 웃지 못하게 된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던 그의 테이블에 세 사람이 합석하게 되었고 아무리 보아도 파티는 아닌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은 모험가인 닉이 보기에 겉으로 보이는 행색과는 사뭇 이질적인 행동과 분위기였다.

 

마술사, 신관, 용인족 전사, 모험가 경전사인 네 사람이 모였으나 모두가 침묵을 지키며 아무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고 닉은 속으로 사람은 언젠가 모두 배신한다는 둥 한자리에 앉은 자들과 서로 믿는다는 것은 헛소리라는 둥 배신당했던 쓰라린 과거를 곱씹는다. 그러다 문득 짜증이 밀려와서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털어버리려는데 ‘인간 따위 믿을 수 있겠냐고!’라고 소리치는 순간 같은 테이블에 앉은 모두가 똑같은 말을 내뱉는 것을 들었고 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려던 말이 뜻밖에 서로에게 공통점으로 통한다는 사실에 놀라 서로를 바라본다.

 

그렇게 네 사람은 서로의 사정을 듣게 되는데 우선 마술사 티아나는 유명한 가문의 영애였다. 번개 마법으로 스승에게도 인정을 받은 그녀는 마술로 단순히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며 인간사회를 배우고 세상의 형태나 섭리를 배우는 것으로 나아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약혼자는 그녀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고 다른 여자를 만나며 티아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내뱉은 뒤 근거 없는 헛소문을 퍼뜨려 그녀는 잘 보이고 싶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학교에서도 집안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쫓겨나 미궁도시로 향한다.

 

먹고살기 위해 돈이 필요해진 그녀였으나 아무런 소개장도 없이 귀하게 자란 듯 보이는 그녀의 행색으로 일은 구하기 어려웠고 우연히 거리에서 접한 경룡 선전물에 티아나는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도박에 빠진다. 연이은 실패로 어쩔 수 없이 일이 필요해진 그녀는 모험가 길드로 향하지만 이미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으로 타인에게 날카로워진 인상은 누구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어 오늘도 파티를 결성하지 못한 채 길드 맞은편의 식당으로 향한 것이었다.

 

신관 젬은 억울한 누명을 썼다. 자신을 좋아하던 여자아이는 성직자인 젬의 마음이 그녀가 아닌 신을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를 성폭행범으로 몰아가 그의 인생을 하루아침에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누구도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았고 추방당한 뒤 정처 없이 떠돌다 들른 여관 주인과의 하룻밤 인연은 그를 미궁도시로 인도하여 이곳에서 젬은 신실한 신관이었던 과거는 잊어버린 채 여색을 밝히며 점차 망가져 갔다.

 

용인족 전사 카란은 가장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에게 빼앗겼다고 말한다. 그녀는 미궁에서 자신을 미끼로 삼았던 동료들에게 버림받았고 자신이 자란 마을을 나오며 받았던 귀중한 용왕보주마저 빼앗겼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녀를 구한 것은 미식이었다. 파티에 속하지 않고 단독으로 미궁을 돌파한다는 모험가 피프스는 미식을 즐기며 여러 식당을 돌아다녔고 그를 몰래 따라다니던 카란 역시 그처럼 미식에 빠지며 돈이 필요해지자 맛있는 식사를 위해 동료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잔뜩 취한 그들이 잠에서 깬 다음 날 아침 닉은 지금 자신들이 빠져있는 무엇인가를 영위하기 위해 지금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다가 떠나려던 이들을 불러 세운다.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 삶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 욕망이 언젠가 끝나버리는 것이 아쉽지는 않은지 물어보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자신들이 서로의 취미와 공동의 목적인 돈만을 위해 파티를 맺어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배신으로 상처를 받은 네 사람은 서로 신뢰하기 위해 의심을 전제로 한 모험가 파티 서바이버즈를 꾸리게 되는데 이는 언젠가 세계를 구하게 될 인간불신의 모험자 파티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인간 불신 모험가들이 세계를 구하는 듯합니다 감상문 썸네일

 

절망의 구렁텅이와 다시 일어설 희망

오프닝 곡으로 삽입된 ‘Glorious World’와 엔딩 곡으로 삽입된 ‘Never Fear’는 배신을 당했던 네 사람이 느낀 감정과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 노래하였다. 지평선을 물들이는 노을빛은 그들이 느꼈던 나름대로 화려하고 따스하게 느꼈던 순간이었으나 실제로는 기나긴 어둠을 향해 차디찬 세계에 버려지기 직전의 마지막 한 줄기의 빛이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과거는 상처를 받은 그들의 오늘과 전혀 달랐고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누구와 목표를 이루고 싶었는지 그들은 가장 빛났다고 생각하던 꿈의 끝에서 끝없는 절망으로 떨어지며 끝없는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끝이 없으리라 생각하며 그들이 빠졌던 절망적인 과거도 각자가 빠지게 된 각각의 욕망과 이를 유지하기 위해 결성된 파티 서바이버즈로 인해 변화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게 된 오늘이 전혀 달라졌음을 말하기도 한다. 절망을 느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게 된 네 사람의 아이러니한 처지는 서로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이제는 두 번 다시 배신을 당하지 않으리라, 상처받지 않으리라 말하는 내면의 다짐과 함께 이들을 만나 그래도 다시 한번 일어서겠다는 동료를 향한 신뢰를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를 의심할 수 있기에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기묘한 관계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이겨내고 동료를 믿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 그들은 비로소 자신의 갈망을 해소할 내일로 향하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무한히 믿고 싶어도 의심이 전제조건이 되어 이루어지는 서바이버즈는 말 그대로 계속 시험당하고 있으며 각각의 구성원 역시 과거의 상처와 비슷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시험을 이겨내야 했던 내용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낸 그들은 처음 결성할 때는 의심으로 흐릿했던 혹은 또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외면했던 진정한 가치를 서로의 사정과 함께하며 바라보게 되는데 자신의 마음을 뛰게 하는 진정한 고동이 바로 그들을 괴롭혔던 유대였던 점은 다시 일어선 그들이 보여주는 희망을 의미하였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맞서 싸우게 될 마신은 내면의 절망과 상처처럼 느껴져서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모여 유대를 통해 이제는 이를 두려움 없이 이겨낼 것이라는 각오를 보여주는 듯하였다.

 

세계를 구하는 것은 나를 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보통 신뢰, 믿음이라고 말하면 긍정적인 방향의 단어로 사용되어 서로의 관계를 강화하고 유대를 키우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믿음과 신뢰는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며 때로는 부정적인 느낌을 강하게 비추는데 등장인물들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그 충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의도도 있겠으나 근래에 뉴스나 인터넷 기사로 비추어지는 세상을 지켜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괜히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등장인물의 말을 인용하자면 무조건적인 신뢰는 자기 운명의 결정권을 타인에게 맡기는 혹은 떠넘겨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인데 이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 말처럼 자신이 스스로 고민하고 헤쳐나갈 귀중한 경험 대신 믿음이라는 가상공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악인들의 궤변으로 질타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도 자신처럼 결백하리라는 착각 속에서 벗어나 각박하고 차가워진 세상에서 상대의 결백을 믿는 신용을 위해 신뢰와 의심 사이의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함을 작품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웃음기 가득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을 하였으나 매 회차를 넘기면서 떠오른 것은 생각보다 인간의 본성과 배신, 후회 등의 진지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이었다. 전직 신관이었던 나르가바는 인간에게 카드의 앞면과 뒷면처럼 양면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였고 그 앞면과 뒷면을 자신의 사정에 맞게 바꾸고 있을 뿐이며 애초에 앞면도 뒷면도 아닌 모두 그 자기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면 우리는 그의 말처럼 수많은 가면을 쓴 채 타인을 대한다. 사회에서의 가면, 학교에서의 가면, 친구들 사이에서의 가면, 가족 사이에서의 가면 등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주기 어려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그의 말을 통해 작품에서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던 만큼 사람을 대하는 것에 조심스럽고 때로는 경계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기도 한다.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하고 분노가 몸을 뒤덮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 속에서 ‘만약 이랬다면 만약 저랬다면 달라졌을까?’라는 후회는 미련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그 미련을 외면하기 위해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였다는 자기만족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직접 좌절을 경험한 뒤 후회 속에서 긴 시간을 살아왔던 그들이었기에 오히려 담백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느꼈다.

 

상처가 아무는 것처럼 그들의 마음에도 흉터가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그 흉터가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다잡아 주는 표시가 되어 서로에게 전보다 더 강한 유대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은 그들이 보여주는 희망이 우리에게도 아직 다시 일어설 기회가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었다. 인간불신의 모험가들이 세계를 구하는 것 같다는 제목의 의미도 이러한 희망적 관점에서 지켜보면 거창하게 어떤 큰 업적이나 뛰어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자기가 살아가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서 스스로를 구한다는 것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하게 되었던 ‘인간 불신 모험가들이 세계를 구하는 듯합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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