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ㆍ애니 감상문

소수 엘리트들의 모순적인 탐욕과 죄의 심판. 킬러 엘리트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4. 5. 18.

감상문 한 줄 정리

세상에 도망칠 곳은 없다는 죄의 심판과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행동의 변화, 소수 엘리트들의 모순적인 탐욕을 액션으로 풀어낸 킬러 엘리트 감상문.

 

영화 킬러 엘리트 포스터

 

명분 없는 탐욕으로 시작된 작은 전쟁

멕시코의 라 호이타에서 대니와 헌터는 약속된 시간이 되자 의뢰받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미리 정해진 폭발 신호를 발견하자 어느 차량을 급습하는데 경호원을 모조리 해치우고 목표 대상까지 제거한 대니는 뜻밖에 어린아이가 차에 함께 타고 있었음을 알아차렸고 순간적인 당혹감에 정적이 흐를 즈음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이를 바라보다 출동한 경찰의 총격을 받으며 아이를 놓아둔 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탈출한다. 그리고 스스로 인간말종을 상대한다던 대니는 자신이 완료하는 의뢰로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지금과 같은 일을 더는 못 하겠다고 단정 지으며 피 묻은 그의 손처럼 피범벅이 되었던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씻겠다는 결심을 한다.

 

1년 후 대니는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를 등지고 조용한 삶을 지내는 듯 보였으나 어느 날 받은 우편물은 위기에 빠진 헌터에 대한 소식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이틀 후 오만에 도착한 대니는 자신을 데리러 온 중개인에 의해 고객을 만나러 떠나는데 의뢰인은 어느 부족의 지배자로 과거 유전을 소유하였으나 지금은 어떠한 싸움에서 도망치며 복수를 벼르는 중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터에게 의뢰하였으나 그가 의뢰를 완수하지 않고 내빼다 공항에서 잡히는 바람에 대니를 꾀기 위하여 이와 같은 일을 꾸민 것이었다.

 

이미 이 바닥을 떠나며 손을 씻었던 대니의 결심은 중개인의 ‘피로 물든 손은 쉽게 씻어지지 않는다.’라는 말과 인질이 된 동료로 인해 사람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접어야 하였으나 목표가 아닌 없는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기다리는 고객을 찾아간 대니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의뢰 내용을 듣게 되면서 의뢰인이 사막에서의 세력싸움으로 이미 세 명의 아들을 잃었고 막내아들을 지키기 위해 망명한 것이었으며 그의 요청이 복수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살인자의 피로 복수하는 것이 사막의 법도이건만 어느 부귀영화도 죽음에서 지켜주지는 못한다며 자신의 사후 사막을 잊어가는 막내아들이 고향에 돌아가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적들을 몰살시켜야 한다는 의뢰인의 당부에 대니는 도대체 적이 누구이기에 한 지역 지도자의 아들들이 무참히 살해당하였어도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러자 의뢰인은 사막의 유전을 노린 원수들의 정체가 영국의 특수부대 SAS였다며 명분도 없는 탐욕으로 아들을 죽인 적이자 원수들이 눈을 뜨고 살아있음에도 자신이 직접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하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이 다하기 전에 복수를 마치고 싶다는 소망을 대니에게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 막내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은밀하게 전 특수부대 부대원인 그들의 자백을 받아낸 뒤 사고로 위장해야만 하는 요구는 어려움을 더욱 높게 만들었다.

 

곧 헌터를 만나러 간 대니는 아직은 그가 무사한 것에 감사하며 안부를 묻는다. 손을 씻고 새사람이 되겠다 말하고 떠난 대니가 자랑스러웠던 헌터는 친구의 손에 다시 피가 묻을 것이며 자신이 결심을 꺾었다는 죄책감과 함께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지만 대니는 어떻게든 그를 구하겠노라 다짐한 뒤 어쩔 수 없이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은밀하게 적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반면 누군가 자신들의 뒤를 캐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적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엇인가 대비하기 시작하며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작은 전쟁이 시작되는데 과연 대니는 의뢰를 완수한 뒤 헌터를 구할 수 있을까?

 

 

 

킬러 엘리트 감상문 썸네일

 

혼란에 빠진 세상

영화가 마무리되면서 초반에 나왔던 ‘세상이 혼란에 빠져있다. 오일 쇼크로 글로벌 경제가 무너지고 전쟁, 혁명, 암살이 난무한다.’라는 문구를 다시 떠올릴 때 들었던 생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권리나 부, 생명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갈취하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만들어내며 그들의 논리로 이를 올바르게 바꾸려 자행하는 행동들은 그릇된 탐욕에서 비롯되어 결과를 정당화하려는 것과 같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작품에서 SAS의 명분도 없는 싸움에 의뢰인은 자기 지역과 부, 아들들을 잃었으며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원통함과 분노로 그의 마음은 얼룩졌다. 그리고 의뢰인의 원수였으며 스스로 페더맨이라고 칭하던 비밀스러운 모임은 그들 자신마저도 치욕스러운 과거의 비밀이며 추악한 욕심의 결과였음을 인정하는데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이 지금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수뇌부들이 사지로 몰았던 몇몇 동료들의 죽음에도 이를 은폐하고자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치졸하고 간악한 가해자의 시선이었다.

 

잘못했으면 응당 처벌을 받고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약속이건만 그들은 자신의 안위와 조국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 두려워 잘못을 떠넘기고 이를 못 본 척하는데 물론 시대가 바뀌며 사람들의 사상이나 문화의 흐름까지도 예측할 수 없게 바뀌기 때문에 군인이었던 그들의 상황과 현재가 다를 수 있고 명령에 의하여 자신들이 한 행동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으나 이제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잉크, 즉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퍼져버리고 일거수일투족 모든 치부가 폭로되는 미디어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알게 되었다면 더더욱 그들은 무고한 희생을 늘리기보다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행동에 옮겨야 했다.

 

제목에 들어가는 엘리트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엘리트인 그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을 죽이는 계기를 만들며 영화에 표현되듯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 특화된 2%의 킬러들이 때로는 그들이 가져야 할 엘리트적인 면모를 보이는 아이러니함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숨을 곳은 없다.

헌터가 자신들을 속인 중개인을 뒤쫓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에게 세상에 숨을 곳은 없다고 말하였을 때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말은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숨을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자신의 내면의 양심과 그 가책이 언제라도 고개를 들고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의미도 있다. 앞선 관점으로는 이 영화에서 처벌받을 죄인으로 표현된 특수부대 대원들과 그들의 수뇌부, 그리고 중개인과 같이 눈을 돌리고 외면하여도 언젠가는 죄의 대가를 받을 수밖에 없음과 그들에게 이 죄에서 도망칠 곳은 없다는 사실을 말한다. 대니 역시 자신의 죄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비록 동료가 붙잡혀 돌아온 것이었으나 완전히 자신의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과 같았다.

 

다음으로는 대니가 가졌던 일말의 양심과 그 가책이 행동에 영향을 주었으며 수시로 이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을 대변한다. 대니가 마지막 목표를 노렸을 때 그가 떠올린 사건은 자신이 업계를 등질 결심을 하게 만들었던 어린아이의 눈빛이었고 그 눈빛이 대니가 자신이 정한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그를 다그쳤던 가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 행동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과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점은 우리가 아직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 할 양심이 개인의 현재를 바꾸고 사회를 올바른 미래로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헌터가 대니를 향해 언젠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가시의 묻은 꿀을 핥는 것과 같다.’라는 교훈을 가르쳐 줄 때 대니는 그동안 자신들이 가시만 핥았던 것 같다고 자조하는데 그 말처럼 양심의 가책이 자신들의 마음을 찌르던 과거에서 이제는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과 안정된 삶이라는 꿀을 기대하는 대니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고 앞서 말했던 개인의 현재를 바꾸고 사회를 올바른 미래로 이끄는 희망이 바로 이러한 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되물어보았다.

 

아직도 영화의 기반이 되었던 소설이나 실제의 사건에 대해 관련된 자들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페더맨이라는 조직처럼 이제는 흔적마저도 잊혔다. 어느 시대라도 혼란을 만드는 것은 이를 기획하는 일부의 존재들이며 그 피해는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미친다는 것과 사회적 엘리트들의 모순된 행동으로 보이는 추악함,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은 언제가 되더라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통쾌한 액션으로 풀어낸 킬러 엘리트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