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 친구들이 떠나고 현재의 관계가 무너질까 두려워 거짓말로 이를 유지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인 '4명은 각자 거짓말을 한다.' 감상문.
얘들아 나는 사실...
전통적으로 고귀한 아가씨들이 다니는 명문 중학교 카시하라에서 가까운 친구 사이로 보이는 치요, 세키네, 츠바사 그리고 릿카는 극히 평범한 아가씨들 같았으나 이들이 서로에게 보여주는 모습 이면에는 각각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있었고 이를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4명은 서로 큰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릿카의 정체는 은하 혁명 동맹군 제1098대대 대령 파피포포로 듀르릿카. 즉, 외계인이었다. 우주 제국군과의 전투로 기체가 파손되어 지구에 불시착한 그녀는 특수한 장비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고 그들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들기 위해 이 학교에 숨어들어 동료들이 구하러 오기 전까지 천진난만한 소녀를 연기하는 중이었다.
치요의 진짜 정체는 닌자였다. 몇 개월 전 그녀가 받은 암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학교에 숨어들었으나 친구를 사귀게 된 후부터는 임무보다 평범한 여학생의 삶을 동경하며 이를 숨기고 있었다.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 마을에서도 도망친 그녀를 처리하기 위하여 고향에서 보낸 자객에게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지금 보내는 평범한 삶이 너무 즐거워 이를 포기할 수 없었고 자신의 사정을 밝히지 않으려 그저 둘러댄 것이 친구들에게 부잣집 아가씨로 인식되는 것에 살짝 곤란함을 느끼기도 한다.
세키네는 초능력자였다. 그녀는 약간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여성으로 한정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멋대로 들리는 초능력이나 때로는 감정적인 동요로 인해 제어할 수 없는 미지의 초능력을 억누르고 있었다. 초능력자 조직의 감시하에서 팔에는 식별번호, 뼈에는 GPS가 심어진 그녀는 친구들이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츠바사는 여장남자로 진짜 이름은 츠요시였다. 똑같이 생긴 쌍둥이 누나의 억지는 자신이 마음에 든 남자아이를 보기 위해 본인과 학교를 바꾸어 다니자는 것이었고 그는 막무가내인 누나의 행동에 어쩔 수 없이 누나의 학교에 다니게 된 남동생이었다.
네 사람은 자신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뒷받침하기 위해 거짓말들을 늘어놓으며 서로에게 좋은 친구인 것처럼 행동하고 때로는 거짓말을 모른 척 넘어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의 거짓말에 괴로워하기도, 비밀이 들켜버린 뒤 평화롭게 보이는 일상이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품기도 한다. 네 사람이 각자 자신의 거짓말을 끝까지 지키며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현재의 평화를 이어갈까 아니면 스스로 친구들에게 고백한 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달라고 용기를 낼까 고민하며 아슬아슬한 4명의 평화는 거짓말로 인해 유지된다.
이클립스
오프닝 곡 이클립스는 거짓말로 뒤덮인 네 사람의 내면 심리를 표현한 곡이다. 거짓말로 친구들을 속이고 있다는 불안감과 자책, 그들이 자신의 곁에서 떠나버리면 혼자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진실을 고백할지 아니면 잠깐 스쳐 지나가는 평화에 그저 눈을 가리고 모른 척할 것인지를 격렬한 연출을 통해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하였다.
제목인 이클립스는 일식과 월식처럼 무엇인가에 가려져 사물이 본래의 모습과 달라지거나 다르게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네 사람이 각각 거짓말을 통해 본래의 자신을 감추고 친구들에게 좋은 사람인 것처럼,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려 노력하는 모습이 마치 이클립스와 같다고 느껴졌다.
또 일식이나 월식이 진행되더라도 언젠가는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무런 고민 없는 표정으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누운 네 사람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마침내 그들이 각자의 비밀과 전혀 상관없이 가려지기 전의 본래의 모습을 받아들여 친구가 되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For 4 forever
엔딩 곡 For 4 forever는 진짜 친구가 된 그들 사이에서 거짓말로 인한 두려움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음을 노래한다. 다른 어떠한 고민이나 반성을 제쳐두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며 언제까지라도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주인공들이 현재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오프닝 곡 이클립스에서도 나온 것처럼 이제 진정한 친구가 된 그들 사이에 벽이 허물어졌음을 의미했다.
시계가 되돌아가는 연출은 네 사람이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거나 들켰을 때 시간을 되감고 싶다는 마음보다 자신을 전과 같이 대하며 이전처럼 여전히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였다는 느낌을 준다. 친구를 사귀게 되면 어떤 일을 함께하고 싶다던가 그러한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하던 그들은 처음 관계를 만들었을 때 눈에 보이는 빛나는 현실이 계속되도록 스스로 거짓말이라는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거짓말로 이루어진 가짜가 아닌 진짜 관계가 구축되자 이런 마음은 ‘영원히 변하지 않기, 약속이야.’라는 가사처럼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은 친구들과 자신에게 각자 이전과 다름없이 받아들여 달라는 부탁과 자신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임을 느낄 수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행동이다. 그저 말만으로 사실이나 관점에 대하여 본인의 생각 또는 행동과 다르게 표현하는 게 무엇이 그렇게 어려울 것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거짓말의 특징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것이다. 작품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거짓말은 도둑의 시작'이라는 일본의 속담은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우리 속담처럼 한번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에 대하여 포장하거나 이를 감추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하고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거짓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작고 사소하게 시작된 거짓말이 결국 소도둑이 되는 것처럼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그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자신의 작은 거짓말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들킬까 두려워 불안하기도 하던 마음은 어느새 무뎌져 아무렇지 않게 상습적으로 내뱉는 거짓말로 인해 진짜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들이 거짓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나름대로 방어기제의 표현이 아닐까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거짓말이 항상 나쁘게만 작용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착한 거짓말 혹은 하얀 거짓말이라는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는 악의보다 긍정적인 힘이나 의지를 전하기 위해 사용된다. 큰 병을 앓는 사람에게 한 줄기 희망을 믿으며 그래도 기적이 있을 것이라며 치료를 지속하고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사람에게 좋을 곳에서 행복하게 지낼 것이라는 말과 같은 하얀 거짓말은 실제로 그들이 이 말을 믿고 있다는 무게보다도 눈앞에 있는 상처를 보듬어주려는 사랑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예이다.
또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기 스스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지금 자신의 현실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이나 삶에 불만이 있더라도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스스로 다짐하는 거짓말은 오히려 동기부여와 성장동력이 되기도 한다.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움을 마주하여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암시는 비록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더 나은 삶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자기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꼭 나쁘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떠한 거짓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악의가 있었던 선의로 한 거짓말이던지 간에 그 거짓말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거짓말을 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문제이며 그로 인해서 신뢰를 잃거나 관계가 틀어지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이들의 거짓말이 비록 도둑의 시작이 아닌 '친구'의 시작이었다고 하더라도 주인공들이 거짓말로 이루어진 결말에 대하여 괴로워하며 자신의 비밀에 대해 고백하기를 고뇌하는 장면은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거짓말이라는 조금은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를 일상적인 가벼운 이야기와 그들의 태도로 네 사람 사이의 평화처럼 아슬아슬한 균형 속에서 전개되었던 '4명은 각자 거짓말을 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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