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 제목 :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저자 : 얀 필립 젠드커
출판사 : 박하
두근두근
통상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특정한 감각을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되어서 발달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의 시각 대신 청각이 발달하게 되어 자신의 주변의 세상을 소리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책의 제목인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도 청각이 예민해진 그가 타인의 심장박동 소리를 통해 주위의 사람을 판단하는 이야기이다.
줄리엣은 아버지가 미얀마 사람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이다. 그녀는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발자취를 뒤쫓아 아버지의 고향인 미얀마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우 바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미국에서는 듣지 못했던 아버지의 과거를 듣게 된다.
줄리엣의 아버지 틴 윈은 어렸을 적 어머니가 자신을 떠나고 옆집의 아주머니 손에서 자라게 된다. 극심한 영양실조와 백내장의 영향으로 그의 시력은 빛의 유무만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고 저하되는 시력과 함께 자신감, 자존감 또한 잃어버려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자라면서 평범한 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틴 윈은 마을의 수도원에서 교육을 들었고 우 메이라는 자신과 같이 시각에 장애가 있는 스님으로부터 눈으로 보는 이미지의 세상 대신 귀로 듣는 세상에 대해 배우며 자신을 수양하게 된다.
눈은 현혹되기 쉽고 실수를 하지만 소리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 메이에게 배우고 귀로 듣는 세상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어느 날 전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듣게 되었다. 틴 윈은 자신이 처음으로 심장박동 소리를 듣게 만든 미밍이라는 소녀와 만나게 된다. 선천적으로 미밍은 장애가 있는 발 때문에 스스로 일어설 수 없어 주저앉아 지내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틴 윈과 만난 후 서로에게 눈과 발이 되어 주며 사랑에 빠져 비장애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서로의 유대를 키워나간다.
결혼을 약속하려던 어느 날 틴 윈의 고모부인 우 소는 틴 윈의 눈을 치료해 주기로 하고 그의 교육을 위해 영국에 유학을 보낸다. 줄리엣이 알고 있는 아버지는 유학 후 미국에 정착한 모습의 틴 윈이었다. 그리고 그는 멀고 먼 길을 되돌아와 다시 미얀마로 자신의 옛 정인을 만나고 그녀와 함께 숨을 거두게 된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는 것이다. 줄리엣 역시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에는 미밍을 보기 위해 다시 미얀마로 돌아간 아버지를 원망하고 어머니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에 있었을 당시 아버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머니와 자신에게 사랑을 전했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러면서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은 아버지에게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필요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책에서 묘사되는 심장박동을 들으면서 눈으로 보는 세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귀로 듣는 세상이 귀하다는 것을 느끼고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도 심장박동이 약하게 들리고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심장박동이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강하게 뛰기도 하고 원망을 통해서 격한 감정의 급류에 휩쓸리기도 하는 것을 틴 윈과 미밍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처음 소설의 배경이 미얀마인 것을 보고 생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동남아시아의 어느 한 나라라는 것을 단순히 기억하고 있었을 뿐 베트남이나 필리핀, 태국과 같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종종 배경이 되는 국가와는 달리 익숙하지 않은 이 나라의 문화와 감정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시골을 보는 듯한 그들의 모습과 따뜻한 가족애를 볼 수 있었고 타인을 존중하는 그들의 문화와 수도원의 생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의 자애로움을 글을 보는 중에도 종종 체험할 수 있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는 비장애인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는 그리고 담담하게 장애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그들 중에 몇 사람들은 사실 속에서부터 자신이 받은 상처에 몸부림치고 있는 모습이 책에서 묘사되는 틴 윈의 절망했을 시절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면서 옆에서 속삭이듯 약하게 보이지만 사실 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그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현재의 생각
예전에 인터넷 웹툰으로 장애가 있는 남녀를 다룬 이야기를 본 경험이 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시각에 장애가 있는 만화가인 남자와 청각에 장애가 있는 만화가의 팬인 여자는 처음에는 서로가 가진 장애에 의해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이 가진 단점마저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단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스스로 단점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일지라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을 수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건 장애가 없는 사람이건 장애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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