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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신비한 자각몽의 세계. 잠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2. 12. 19.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감상문 썸네일

 

책 소개

책 제목 : 잠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 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표지

 

 

자각몽을 통해서 본 꿈의 세계

자각몽이란 꿈속에서 스스로가 잠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현재 보이는 모든 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한 채 뇌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지는 수면 현상이다. 꿈속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깨어나서도 보통의 꿈과는 다르게 기억에 오래 꿈의 내용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잠을 자는 행위에서 뇌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눈을 감고서도 시각화된 내용이 보이는 것을 우리는 꿈이라고 말한다. 꿈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잠을 자면서 무의식이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더 나아가 아주 깊은 잠이라고 하는 4단계의 잠 이후에 꿈을 꾼다고 말하며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에도 꿈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요즘에는 수면을 분석하여 그래프를 통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도록 돕는 어플까지 등장하면서 깊은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효율적인 수면 방법과 잠의 중요성 또한 주목받았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이 5단계의 역설수면에서 아톤이라는 꿈속의 시간승강기를 타고 온 40대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으로 20대의 자크가 6단계 수면의 비밀을 밝혀내도록 미래의 자크가 조력한다. 클라인의 병이라고 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물체를 통해 현실에서의 시간을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꿈속에서만은 가능하게 정립된 이론으로 현재의 자크는 40대가 되어서야 마치 그가 과거에 만났던 자신처럼 꿈속에서 시간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삶이 무한히 계속되는 것을 보고 영화 트라이앵글이 떠올랐다. 영화는 계속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주인공이 갇혀있는 것을 보여주며 마무리되는데 책에서도 시간을 여행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40대가 되어버린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에게 조언하는 내용이 반복된다. 그런가 하면 자각몽을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영화 인셉션이 떠오르기도 했다. ‘인셉션에서는 꿈을 공유하고 꿈속에 또 꿈을 꾸는 복층 구조의 수면에서 자각몽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사람들이 나온다. 자각몽을 통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욕구를 충족하는 사람이 꿈에 중독되는 현상을 보이고 처음에는 현실과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었으나 점차 모호해져 현실과 꿈을 혼동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이 회전시킨 팽이가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으면서 끝나는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우리 역시 꿈을 도피처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게 한다. 꿈을 무의식에 대입하여 설명하는 것에도 해몽을 통해 본인의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시각화되어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작가가 자각몽을 꾸는 것에 멈추지 않고 타인도 볼 수 있게 꿈을 영상화면에 나타나도록 꿈 영화를 제작하는 장면을 표현한 부분과 꿈을 통해 시간 이동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이다. 만약 자각몽이라고 해도 꿈을 꾸면 개인의 기억에만 남겨질 뿐 말로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본 이미지를 그대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 영화처럼 만들어 공유하는 장면을 통해 미래에는 타인과 꿈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도록 만들었다. 다른 책에서도 시간 이동이나 순간 이동과 같은 현재로서는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는 자주 등장했다. 특히 미래의 주인공과 과거의 주인공이 만나거나 시간 여행자를 다룬 주제는 한때 드라마, , 영화 할 것 없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주된 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이 아닌 꿈에서만 시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더 그럴듯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몽유병, 무호흡증, 이갈이와 같이 깊은 잠을 방해하는 요소와 수면제와 같이 강제로 잠에 빠지게 하여 꿈을 방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도 말하면서 공감을 얻는다. 현대 사회에서 몽유병, 기면증, 무호흡증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도 있어서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주인공 역시 딱 한 번 수면제를 먹었지만 공허한 어둠 속에 삼켜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수면제를 먹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같이 수면제의 주된 성분인 벤조디아제핀이 꿈을 꾸는 것을 방해하고 자연적인 수면이 아닌 인공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을 자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잠은 죽음과도 연관을 지어 생각할 수 있다. 신체의 활동이 점차 느려지고 휴식을 가지는 잠은 삶을 끝낸 뒤에 안락을 얻게 되는 죽음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잠을 자던 중에 사망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잠을 잔 후에 일어나서 인사를 할 때 안녕히 주무셨어요?” 혹은 잘 잤어?” 하는 말을 건낸다. 잠을 단순히 휴식으로 보는 것이 아닌 하루를 시작한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끝이 또 다른 시작이 되는 클라인의 병을 떠올릴 수 있다.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이 되는 독창적인 구조물과 꿈을 연관지어 생각했더니 책에서 초반부에 언급했던 5단계의 일반적인 수면이 다르게 보였다. 단계를 거치며 일정한 주기를 반복하는 수면 패턴에서 이 곡선이 처음도 끝도 없는 클라인의 병과 유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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