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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포기하지 않은 자유에 대한 희망. 쇼생크 탈출(1994)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3. 1. 6.

영화 쇼생크 탈출 포스터

 

 

여기 모두는 결백하지

은행에서 일하는 건실한 직원인 앤디 듀프레인은 부인이 살해당한 날 술에 취해 아내, 아내와 바람을 피우던 상대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고 자신은 결백하다 주장하지만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아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몇 주가 지나고 교도소 내에서 무엇이든 구해다 주는 레드에게 접근했을 때 앤디는 진짜로 사람을 죽였냐는 질문을 받는다. 앤디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레드는 비웃듯이 여기 모두는 결백하지라는 말을 남긴다.

 

주위의 모두가 자신은 억울하다고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했을 것이고 이미 20년을 복역하며 수많은 수감자를 보았을 레드에게는 앤디 또한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범죄자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수감자와는 무엇인가 다른 태도를 보며 그에게 흥미를 느낀다.

 

암석 망치를 구해주세요

어느 날 앤디는 레드에게 암석 망치를 구해다 줄 수 있는지를 부탁한다. 레드는 혹시 위험하거나 불시점검에서 들킬 우려가 있는지를 물어보며 걱정을 표하지만 앤디는 빙그레 웃으며 보면 알 것이라고 말한다. 후에 앤디에게 물품을 보내기 전 헤드가 손가락 1~2마디인 것을 보고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이것으로 탈옥을 하려면 600년이나 걸릴 것이라는 불가능을 암시한다.

 

앤디는 왜 암석 망치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했을까? 결말을 알고 있다면 암석 망치의 쓰임을 미리 알 수 있지만 망치의 존재 전에는 나중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앤디조차 몰랐을 것이다. 설령 진짜로 자신의 취미를 위해 그러한 부탁을 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그는 독특한 사람으로 비추어졌다.

 

내가 처리해 줄 수 있어요

1949년 봄 외부 공사로 야외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고 레드는 친구들과 함께 교도관에서 뇌물을 주어 자신들과 앤디가 함께 뽑히도록 만든다. 갑작스러운 돈이 생겨 세금을 피하려고 고민하는 간수장에게 앤디는 은행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여 그의 호감을 얻고 그 호의를 동료들에게 돌려 레드 무리의 친구가 되었다.

 

영화 전체에서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인 이 사건으로 인해서 교도소 내 앤디의 위상이 높아지고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건실한 은행원에서 사기꾼으로 변화하는 장면을 통해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깨어있으라 너의 주인이 언제 올지

어느 날 불시점검으로 교도소장 노튼과 대면하는 앤디는 성경을 들고 있다. 규율과 성경만을 믿는다고 선언했던 노튼은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지 물어보고 앤디는 그러므로 깨어있으라 너의 주인이 언제 올지라는 구절을 말하는데 노튼은 그것도 좋지만 자신은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라는 구절을 더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다른 수감자와 다르게 자신이 선언했던 성경을 지닌 앤디에게 호감이 생긴 노튼은 교도소 내의 자신의 권력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자신을 따르게 할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노튼이 말한 구절로 자신이 마치 세상의 빛인 것처럼 수감자들의 유죄와 무죄를 판결하여 집행하는 집행관처럼 권력에 취해있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또한 수감자의 신분에서 교도관이 언제 올지를 항상 긴장하며 지내야 하는 앤디의 모습을 대입할 수 있는 구절이었다.

 

길들여졌을 뿐이야

가석방 허가를 받아 이제는 출소하게 된 브룩스는 바깥세상을 두려워한다. 문제를 일으키려 했던 그를 바라보는 레드는 50년이나 지나버려 이제는 바깥세상을 모르고 이곳에서는 배운 사람, 어느 정도의 지위가 있는 사람이지만 사회에서는 그저 늙은 전과자인 그가 교도소에 길들여진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의 복역 끝에 마침내 밖으로 나온 브룩스지만 자신에겐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바깥세상에 두려워하는 노인일 뿐이다.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브룩스에게서 익숙하지 않은 공간 그리고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주위의 환경은 끊임없는 공포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

6년 동안의 노력으로 정부로부터 물품과 소정의 기금을 받은 앤디는 받은 물품 중 피가로의 결혼 LP를 축음기에 돌리고 교도소 전체에 방송으로 틀어버리자 모두가 넋이 나가 이를 듣는다. 감옥이라는 회색 공간에서 짧은 순간 자유를 느꼈다고 회상하는 레드와 이 자유를 만끽한 앤디는 이후 분노한 노튼에 의해 2주 동안 독방에 갇히는 벌을 받는다.

 

이 장면도 영화에서 중요한 분기점이었을 것이다. 한순간 자유를 느꼈다는 레드의 말처럼 이때부터 앤디가 희망에 대한 굳은 결심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편하게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된 앤디가 굳이 위험을 자처해 문제를 일으킬 이유가 없는데 그럼에도 사고를 치는 것은 자신이 갈망하는 자유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확신한다.

 

 

랜덜 스티븐스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한 노튼에게는 값싼 노동력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뇌물을 받아 다른 이에게 넘기는 이러한 수익구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을 것이다. 추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없도록 앤디를 통해 검은돈을 세탁하는데 앤디는 가상의 인물 랜덜 스티븐스를 만들었다. 법과 규제의 빈틈을 찾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꾸며 출생과 신분까지 증명된 랜덜 스티븐스를 통해 자신만만한 태도를 레드에게 보여준다.

 

더 웃기는 건 난 사회에 있을 땐 오히려 정직했다는 거예요. 여기에 와서 사기꾼이 되었죠.”모두가 믿지 않아도 계속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앤디에게 검은돈을 세탁하는 것이 어쩌면 희망이었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이후에 들어오는 신입 토미의 이야기로 자신의 무죄가 드러났지만 노튼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토미를 죽이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앤디의 계획을 앞당기는 계기가 된다.

 

자유

소장은 퇴근하며 옷을 세탁하고 신발을 닦아놓으라고 지시했지만 아침엔 모르는 낡은 신발이 놓여있다. 아침 전호에 앤디는 사라졌고 방은 비어있었는데 벽의 지질이 파이기 쉬운 것을 알고 20년에 걸쳐 암석 망치로 벽을 파서 탈옥했던 것이었다. 레드에게 큰 포스터를 부탁했던 것도 이를 감추기 위한 도구였고 돌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고 말한 것도 벽을 파 생긴 돌이 의심받지 않게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동료에게 밧줄을 부탁해 자살을 암시하지만 탈옥할 때 사용하며 통쾌한 반전을 선사하는 모습과 폭풍우가 치는 날 더러운 하수구를 500야드 통과하여 마침내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은 더러움을 벗어던지고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암시하여 영화 내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뽑히는 이유라고 느껴졌다.

 

지금 현실을 말해주고 싶어

가상의 인물이었던 랜덜로 그동안 모았던 모든 돈을 가지고 사라지는 앤디는 교도소에서 있었던 추악한 일을 신문사에 제보하여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 모든 것을 잃은 노튼은 권총으로 자살하고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 일상은 반복되고 가석방 심사가 레드에게 찾아온다. 이전까지의 심사에서는 꾸미는 말들로 자신을 포장하고 교화되어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되었음을 강조하지만 40년간의 복역으로 자신의 진심과 후회를 전하고 그의 진심을 들은 판정단은 가석방을 승인한다.

 

10년에 한 번 있는 레드의 가석방 심사를 3번이나 보여주며 변화하는 사회, 판정단의 모습과 복역하며 바뀐 레드의 태도에서 진정한 교화란 무엇일까, 교도소 내에서 사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브룩스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앤디와의 약속

브룩스가 머물렀던 보호시설에 머무르며 브룩스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에서 일을 하면서도 교도소에서의 습관이 남아있어 혼란스러워하는 레드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앤디와의 약속이었다. 언젠가 출소하게 되었을 때 아내와 추억이 있는 장소에 찾아가 달라는 부탁에 무더운 날 걷고, 걷고 또 걸으며 마침내 그 장소를 발견하는 레드는 앤디가 남긴 편지를 받고 주거 제한지역을 벗어나 앤디와 만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앤디가 남긴 편지를 발견할 때까지 목적지를 찾아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러한 고생 끝에 레드가 살아갈 결심, 앤디와 다시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할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길들여져 버렸다는 그의 말처럼 긴 시간에서 너무나도 바뀌어버린 세상과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노쇠한 몸으로 익숙하지 않은 일, 새로운 도전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레드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앤디가 남겨준 희망,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유의 갈망이었다.

 

마치며

영화를 보는 내내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소품이나 대사, 행동을 통해 앤드류 듀프레인에서 랜덜 스티븐스로의 새로운 인생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을 느꼈다. 앤디의 목표인 지후아타네호와 같이 끝까지 자유와 희망에 대해 언급하며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일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새로운 도전을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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