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ㆍ애니 감상문

독립을 갈망하는 대장부의 기개. 영화 영웅(2022)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2. 12. 21.

영화 영웅 포스터

 

영화를 보기 전

3·1절에 한 인터넷 방송인이 3·1절을 기념하기 위해 한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재판을 다룬 누가 죄인인가라는 음악을 들은 후 마음이 움직여서 그 후로 몇 번이나 같은 동영상과 뮤지컬에서 배우들이 다룬 음악을 듣고 보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흐릿해질 즈음 광고를 통해서 영화 영웅의 상영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배우들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보며 다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웅 영화표

 

단지결의

안중근이 러시아의 눈길을 걸으며 한 숲에 도착한다. 잠시 후 동지들이 모이고 자신들의 결의에 대한 맹세를 담아 약지 손가락을 자르며 국기 앞에 대한 독립을 염원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조선은 예로부터 신체발부 수지부모즉 자신의 신체는 부모님께 받은 것으로 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도라고 하였다.

 

문틀에 발을 찧는 것만으로도 고통에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참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마취도 하지 않은 멀쩡한 정신으로 살을 베어 가르고 뼈를 도려내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귀한 몸의 일부를 상하게 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독립에 대한 강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나라가 해준 게 뭔데요

독립운동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안중근에게 아내는 속이 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독립 자금에 돕기 위해 상회도 열었고 교육을 위해 학교도 운영했지만 결국 남아있는 것은 결혼반지 하나였고 이마저 독립 자금에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표정으로 유심히 보고 있는 안중근에게 나라가 해준 게 뭔데요 라며 핀잔을 주지만 안중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많은 순국선열이 있지만 그들의 항쟁 뒤에서는 자신들을 지탱해주는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중근이 아내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던 이유가 이러한 고생과 고마움이 함께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린 자식들과 어머니, 아내와 떨어져 타국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싸운다고 할지라도 마음속에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지친 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은 짐승이 되자는 말이오?

서울 진공 작전을 수행하며 전쟁 포로 몇을 사로잡게 되었고 이들을 죽이려는 아군을 막아서며 자신들은 저들과 달리 정당한 항쟁을 해야 한다고 국제법을 근거로 하여 풀어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풀어준 포로들에 의해 저녁에 급습을 받게 되고 죽어가는 동료와 자신이 막았던 동료들이 보내는 원망의 눈초리에 자신의 결의가 흔들리는 안중근을 보게 되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안중근 의사의 결연한 표정과 달리 영화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지내며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지금은 의사 안중근, 군인 안중근으로만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당시 동료들에게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영화를 보며 함께 웃고 울며 생각하였다.

 

저를 일본에 보내주십시오

궁녀였던 설희는 자신의 신분, 감정을 숨기고 일본으로 가서 최고의 기녀가 된다. 모든 것은 자신이 따르던 명성황후를 죽게 만든 일본에 복수하기 위해 밀정 역할을 맡아 타국에서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이토 히로부미가 야망을 드러내며 계획을 말할 때 계속 설희가 주변에 있는 것을 카메라는 잡아주었다.

 

잠시 시간을 정지하여 설희의 독백이 이어질 때는 절제하던 감정이 폭발하는 분노와 슬픔, 결의 등이 나타났고 독백이 끝난 후 다시 가면을 쓴 것처럼 복귀하는 장면에서 영화 헝거 게임에 캣니스 에버딘이 겹쳐 보이는 듯하였다. 캣니스 에버딘도 큰 뜻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들의 뜻에 맞추어 주는 척하며 고민하는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하얼빈 의거

함께 대업을 꿈꾸던 친구와 동료들의 죽음은 안중근의 결의를 강하게 만들었다. 이토가 러시아와 회담을 계획하는 것과 결행 날짜를 정하는 장소에서 하얼빈 의거의 계획이 수립될 때 배경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여러 독립 운동가의 사진이 남겨져 있는데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보았던 일화가 생각이 났다.

 

수험에서 한국사 문제로 의열단원 김지섭 의사에 대해 나왔는데 비중이 크게 다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학생이 해당 문제를 틀렸고 한 수험생은 김지섭 의사에게 험한 말을 했다는 것을 보았다. 영화에서도 그날을 기약하며라는 음악에서 시간이 흐르면 역사 속에서 사라져 이름도 없겠지만 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들도 자신들의 대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해도, 기약 없는 미래와 두려운 현실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후손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기에 견딜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배경에 있는 수많은 독립 운동가의 사진에서도 겨우 몇 사람의 이름밖에 알 수 없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누가 죄인인가

의거 후 재판에서 자신은 사람을 살해한 형사 범죄자가 아닌 자국의 독립을 위해 전쟁에서 적군을 사살하고 붙잡힌 전쟁 포로라는 것을 분명히 말하며 불합리한 폭력에 저항한 정당성을 드러내었다. 해외의 언론이 모여있는 가운데 일본의 강제적인 만행을 언급하며 도대체 누가 진정한 죄인인지를 암시하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잘못은 감추며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 전체적인 재판을 장악하는 일제의 야욕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재판이 끝난 후 호송되는 길에서 아내가 온 것을 알게 되지만 혹시 가족에게 해를 끼칠 것을 염려하며, 자신의 결의가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못 본 척 지나가는 장면에서 걱정하는 아내에게 당당한 모습만을 보이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아들 도마야

사형이 선고된 안중근에게 담담하게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대업을 저버리지 말고 큰 뜻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는 조 마리아 여사의 편지에서 이미 결정된 미래의 슬픔을 신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아들을 세례명인 도마라고 부르며 하나님의 세상에서 기다리라고 적는 동안,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기 위한 수의를 지을 때는 감정을 억눌러 지켜왔지만 어릴 적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안았을 때는 어머니가 마음에서 감정을 억누름에도 터져 나오는 것이 명확하게 보였다.

 

동양의 평화가 무엇입니까?

일본 간수장의 마음마저 움직인 안중근은 일본이 싫지 않고 일본인이 밉지 않다 제국주의에 빠져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건 일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동양의 평화가 무엇이냐 묻는 간수장에게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고 자신의 손에는 피가 묻었으나 아이들의 손은 기도하는 손이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동양평화라고 말하며 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고 적은 글귀를 건네준다.

 

군대에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고 교육을 하는데 군인으로서의 안중근의 굳건한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대화했던 간수장 치바 토시치가 안중근의 인품에 감동하여 오히려 일본을 대표해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그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당신도 당신의 입장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 대한민국이 바라는 것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여 잘못을 저지른 죄인들을 심판하는 것과 일본의 진심이 담긴 사과일 것이다.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라는 구절이 깔린 듯 느껴졌다. 자신의 결의가 흔들릴 때마다 하나님께 뜻을 구하고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결의를 다잡을 때, 마지막에 다가오는 정해진 순국의 시간에서 두려움에 떨리기도 하지만 결의를 한 후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은 사나이로 안중근을 비추었고 햇빛과 조명이 집중되었을 때는 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