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일까요? 아니면 모르는 것이 약일까요?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두 상반된 주장을 보여주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았습니다.
충격적인 가상의 세계 매트릭스
컴퓨터와 각종 기계에 둘러싸여 잠에서 깬 네오는 컴퓨터에 나타난 의문의 단서를 본 이후 그 단서를 따라 클럽으로 향했고 자신에게 접근한 트리니티가 자신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하자 간신히 얻은 단서였던 매트릭스의 실마리를 붙잡기 위해 이를 물어보았지만 알 수 없는 대답을 듣게 된다.
다음 날 회사에서 받은 소포 안에는 휴대전화가 있었고 휴대전화를 받은 후 상대가 모피어스라는 것을 직감하는데 인상이 험악한 요원들이 회사에 나타나 자신을 찾는 것을 깨닫자 자리를 벗어나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모피어스의 지시를 따라 두려움에도 건물을 탈출하려 하지만 끝내 탈출을 위한 한 걸음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자신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쫓기는 것인지 자신을 쫓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지 의문을 품은 채 요원들에게 사로잡히게 되었다.
요원들은 취조실에서 강제로 기계 기생충을 네오의 몸에 삽입하였고 이후 집에서 깨어난 네오는 갑자기 걸려온 모피어스의 전화에 만날 약속을 잡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네오를 트리니티와 동료들이 태운 후 어딘가로 이동하는데 이동하며 자신이 꿈이라고 생각했던 기생충을 뽑아내어 위치 추적을 방지하였고 도착한 한 건물에서 모피어스를 만나게 된다.
매트릭스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 네오에게 모피어스는 불행하게도 매트릭스가 무엇인지는 눈으로 보기 전까지 말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나 세상을 둘러싼 모든 것에 매트릭스가 있음을 그리고 진짜 세상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가상의 세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네오에게 결정을 하라는 것처럼 한 손에는 빨간 알약을 다른 손에는 파란 알약을 들고 기다린다. 파란 약을 먹으면 그가 알기를 바랐던 모든 것은 끝나고 침대에서 깨어나 전과 같은 삶 그리고 반대편 손에 빨간 약을 먹으면 이 이상한 세상을 넘어 진실을 마주하며 그들의 동료가 되어 끝까지 저항하는 시련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빨간 약을 선택하며 모피어스의 뜻을 따르기로 한 네오는 특수한 기계에 앉아 새로운 장소에서 눈을 뜬 이후 곧 모피어스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네오가 눈을 뜬 장소는 특수한 액체가 담겨있는 캡슐이었고 온몸에 케이블이 연결되어 셀 수없이 많은 사람이 깨어나기 전의 자신처럼 거대한 탑에 부착된 캡슐들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피어스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노예라는 감추어진 진실과 다른 사람들처럼 모든 감각이 마비된 채 감옥에서 태어나 그저 부품의 하나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인식하는 네오의 이변을 알아차린 듯 드론 하나가 접근하여 그의 몸에 연결된 케이블을 제거하였고 버려진 그는 곧장 아래로 떨어지며 하수처리시설 같은 장소에서 진짜 세계의 모피어스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용한 적이 없는 현실의 몸은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른 후 회복을 마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네오는 모피어스로부터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으나 자신이 살던 1999년이 아닌 수백 년 후의 세계라는 사실과 매트릭스의 진실을 확인한다.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구성하고 옷, 무기, 가구 어떤 것이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세상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현상이 진짜인지 의문을 갖는 네오에게 모피어스는 진짜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 반문하고 진짜란 두뇌가 해석하는 전자 신호일 뿐이라며 그동안 경험한 세상이 이런 구현된 20세기말의 세상을 프로그래밍한 가상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21세기 초 인간은 AI의 탄생을 기뻐했으나 어느 순간 기계와 인간의 대립이 가속화되었고 기계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거대한 에너지원의 원천이며 스스로 발전하는 발전소인 인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어 생산한 생체 에너지를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삼도록 진화하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은 네오가 진짜 세계에 눈을 뜬 후 비로소 믿을 수 있게 된 암울한 현실이었다.
이어서 모피어스가 말하는 진실이란 인간은 그저 기계의 생존을 위해 배터리와 같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노예이며 사랑과 축복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식물처럼 재배된다고 표현한 것이었고 그렇게 진실을 가린 채 신경 상호작용 시뮬레이션의 일부로 존재하여 꿈의 세계를 만들어 기계들의 통제에 따르게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매트릭스였다.
이어서 모피어스는 자신들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진실을 알게 되었고 매트릭스를 파괴하여야만 인류가 존속할 수 있으며 매트릭스를 파괴하고 인류를 구할 예언의 ‘그’가 네오인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믿기 힘든 진실에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고자 했던 사이퍼의 배신과 한 번 희생한 네오가 진정한 깨달음을 얻고 다시 살아나 요원들을 제압하며 오라클의 예언의 ‘그’가 되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이다.
빨간 약과 파란 약, 그리고 마음가짐
영화에 나오는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보며 두 개의 격언이 생각나는데 하나는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다. 이 두 가지 상반된 격언은 파란 약과 빨간 약을 대표하는 인물 사이퍼와 네오를 통해 비추어진다.
믿기 힘든 진실을 마주한 후 언제 만날지 알 수 없는 예언 속의 인물을 기다리며 사이퍼는 피폐해졌고 계속 저항할 힘을 잃어버려 아무것도 몰랐던 과거로 돌아가길 바랐다. 차라리 이런 진실을 몰랐다면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환상에 갇히더라도 고통을 느낄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그의 말과 요원과 같이 매트릭스를 방어하려는 그의 태도는 소수만 알고 있는 진실의 압박에 짓눌린 혹은 진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며 평범한 삶의 쳇바퀴를 굴리는 우리들의 과거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에 빨간 약으로 표현되는 네오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외부의 압박과 통제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전투기술이나 물리법칙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마치 숨을 쉬고 있지만 이를 생각하면서 하지 않는 것처럼 감각적으로 구성된 세계 자체를 인식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힘을 뽑아내야 함을 네오는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가 해커로 나오는 것도 거짓된 프로그램에 불과한 매트릭스의 코드를 해석하고 통제할 능력이 있는 예언 속의 ‘그’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숨은 뜻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네오가 보여주었듯 우리는 마음가짐이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꿀 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화 속에서 여러 예언을 들려준 오라클은 한 번도 네오에게 단언하지 않는다. 그저 네오의 의사를 물어보고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조력하며 그가 자신의 마음가짐을 깨닫고 행동할 때까지 기다린다. 의심, 불신, 불안, 두려움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야 가상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과 진짜 세상이 아닌 가상의 세상이기에 체계적이고 통제된 코드로 구성된 매트릭스에서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느껴지지만 존재하지 않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대사인 ‘그곳에 숟가락은 없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마음가짐을 강조하면서 매트릭스에 의해 거짓된 감각의 감옥에 갇혔던 네오가 진실을 깨닫고 그곳이 공허한 거짓의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마침내 예언 속의 ‘그’처럼 스스로 매트릭스 속에서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됨을 보여주었다.
네오가 매트릭스로 돌아가 사로잡힌 모피어스를 구출하려 공격을 시작할 때 선글라스를 쓰고 거리낌 없이 나아가는 모습은 드디어 그도 동료들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듯하였고 자신의 역할을 아는 것을 넘어 믿게 되며 행동하기 시작하는 네오가 매트릭스를 향해 선언한 인류의 구원과 매트릭스의 파괴에 대한 다음 행보가 기대되었다.
거짓된 통제
영화 속에서 기계와 AI를 대표하는 요원은 인간에 대해 다른 포유류와 달리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않고 모든 자연 자원을 소모하며 유일한 생존 방식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데 마치 바이러스와 같았다고 표현한다.
그들이 보기에 다른 생물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영향을 받아 살아가지만 인류는 환경에 영향을 주며 지구를 망치는 질병이라고 말하는데 마치 자신들이 이러한 파괴를 막기 위해 인류를 통제하며 모든 것이 꾸며진 거짓의 삶 속에서 살도록 억압하는 장면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가 연상되었다.
거짓된 삶, 꾸며진 환경, 진실을 깨닫고 폭력에 저항하는 존재들, 통제를 위한 폭력에 굴복하는 약자의 모습은 다시 한번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당신은 진실을 알 준비가 되어있나요? 아니면 거짓된 현실로 도망칠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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