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배경으로 한 테란과 저그의 전쟁이 떠오르며 역설적으로 계속된 죽음을 통해 인류의 생존에 다가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감상문입니다.
반복되는 하루
외계인의 침략을 받은 후 미지의 적에 의해 유럽은 쑥대밭이 되었고 수많은 생명이 쓰러졌지만 5년 만에 인류는 반격을 시작할 수 있었다. 미군 공보장교 윌리엄 케이지 소령은 특수한 장비를 활용한 슈퍼 솔저의 양성이 적들의 침략을 저지하고 전세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는 인터뷰를 하였고 이러한 슈퍼 솔저로 수백의 적을 격퇴한 리타라는 여성은 전장의 야수라는 이명으로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연합 방위군 사령부에 도착한 케이지는 상관으로부터 다음 날 진행될 상륙작전의 홍보를 위해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프랑스로 떠나 아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케이지 자신이 전투가 싫어서 공보장교가 되었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상관의 의지는 확고하였고 도주하는 그를 기절시켜 체포한 뒤 강제로 전선에 보내버린다.
히스로 공항에서 눈을 뜬 케이지는 장교였던 그의 신분이 탈영병으로 바뀌었고 모든 정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을 듣게 된다. 이등병의 신분으로 신병 훈련소의 J분대에 입영하여 수많은 신병과 함께 작전에 투입될 처지에 놓인 케이지는 그동안 자신이 선전하던 장비를 처음으로 착용하면서 제대로 된 사용법도 익히지 못한 상태로 긴박한 작전에 투입된다.
다음날 작전이 시작되고 아무런 경험이 없는 초보 병사에게 모든 상황은 낯설어 몇 번의 죽을 위기를 넘기며 간신히 리타와 만나지만 적들은 인류의 총공세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군을 전멸시키고 이 과정에서 케이지는 수많은 괴물과 다르게 생긴 상위 개체를 죽이며 그것의 피를 뒤집어쓴 채 죽음을 경험한다.
하지만 다시 눈을 뜬 그는 전날의 히스로 공항에 있는 것을 깨닫고 기묘한 하루를 다시 경험한다.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주변 인물들을 보고 케이지는 혼란스러워하다가 다음날 이미 실패했던 작전에 다시 투입되어 이번에도 죽음을 경험하며 다시 히스로 공항에서 눈을 뜬다.
아군이 함정에 빠져 전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의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지만 미친 사람 취급하며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똑같이 전멸할 작전에 투입되었다. 케이지는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이를 회피하는 동안 거리를 두며 타인에게 말로만 지시했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며 주변의 인물을 살리는 방법을 알아가다가 그의 말을 믿었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 리타를 찾아간다.
리타가 그동안 연이은 승리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케이지의 말을 믿어주었던 것도 그녀 역시 같은 능력을 경험했다가 잃었다는 사실과 적들이 각각의 개체가 아닌 하나의 개체에 의해 통제되는 것 같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조력자인 카터 박사에게 들으며 이들과 협력하게 된다. 이후 저그의 오버 마인드와 같은 초월체 오메가를 무찔러 인류를 외계 생물체의 위협에서 구하기 위해 수많은 죽음과 루프를 거치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이다.
껍질을 깨고 새로 태어나는 케이지
초반의 케이지는 이름처럼 우리에 갇힌 동물처럼 불안해하고 자신의 생명과 안위만을 걱정하지만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며 성장한 후에는 껍질을 깨고 나온 새처럼 새로 태어난 듯한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 것이 관전 포인트였다. 다른 이들에게 입대를 장려하며 전선에서 죽더라도 개의치 않고 홍보를 계속하였던 케이지가 막상 본인이 전선에 가야 할 상황에 이르자 자신의 안전을 고민하며 그저 도망치려고 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고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삶에서, 위험에서 도망만 치던 케이지가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를 주위에 실제로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루프를 하면서 지겹도록 계속 듣는 “빨리 일어나 굼벵이 같은 놈아.”, “준비태세와 규율을 통해 운명을 지배한다.”와 같은 말은 아마 케이지가 그 자신에게 하는 자기암시와도 같다. 더 효율적인 동선으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변수를 없애야만 목적에 다다를 수 있으며 철저한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자기암시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여 인류를 위협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성장물에서 보여주듯 과정이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떳떳하다고 여기며 강제로 작전에 투입된 불만과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믿지 못하며 죽음이 두려워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희생과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주는 등 그가 주인공으로서의, 영웅이 되는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활로가 보이지 않는 전투에 그는 또다시 전투에서 도망치기도, 어떻게 도망쳐도 적들이 자신을 찾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도망갈 수 없는 미로에 갇혀버린 자신을 포기하려 하기도 하는 등 고뇌하는 그의 모습이 잘 드러났다. 타인이 지켜주는 안전에서 살아왔던 그였지만 이제는 그가 다른 이들을 지켜주며 자신의 손으로 쟁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죽음에 이르는 경험을 수없이 겪는다면 그의 의지는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케이지가 리타로부터 오메가를 죽일 때까지 매일매일 자신도 죽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만이 인류에 닥친 위기를 해결할 열쇠가 되었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장면과 상처를 입은 후 치료를 받으면 능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큰 부상에는 죽음을 택하여 다시 루프로 돌아가 리타의 가혹한 훈련으로 점차 한 명의 군인으로 성장하는 장면은 앞서 말했듯 그가 깨부수고 나와야 할 시련이었다.
케이지의 성장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나의 생존에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와 전 인류로 확대되는 그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태어나서 자신의 생존을 우선하여 불편한 일이 생기면 울거나 보채며 이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가정과 학교 등에서 받는 교육과 경험으로 나 이외의 ‘너’라는 존재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회에 나가서는 우리, 집단이라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며 이루는 삶을 함께 돌아보는 듯하기에 이 영화가 단순하고 흔한 판타지 루프물로 끝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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