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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소원을 이루어주는 화장실의 하나코 씨. 지박소년 하나코 군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3. 4. 12.

작품의 제목이면서 주제인 일본 괴담, 소원을 이루어주는 화장실의 하나코 씨와 같이 어릴 적 들었던 학교 괴담이 떠오르는 만화 지박소년 하나코 군 감상문.

 

지박소년 하나코 군 일러스트

 

화장실의 하나코 씨

학교에 존재하는 7대 불가사의 가운데 가장 유명한 화장실의 하나코 씨는 예전 학교 건물 3층 여자 화장실 세 번째 칸에서 자신을 불러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 사람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가져간다는 이야기이다. 친구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소녀가 노크 세 번과 하나코 씨를 부르며 그를 불러냈는데 하나코 씨는 자신을 괴이라고 소개하며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하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하나코 씨가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던 소녀 야시로 네네는 소년의 모습에 당황하지만 이내 멋진 선배와 사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소원을 바라고 무리한 소원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하나코 군은 연애 관련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힌트를 얻은 후 야시로의 상담을 해준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하고 사실 자신을 불러내는 사람이나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며 야시로의 원망을 받게 된다. 함께 먹은 사람이 저주를 받는 대신 강력한 인연을 맺게 되는 인어의 비늘을 막무가내로 삼킨 야시로는 좋아하는 선배에게 다가가 먹일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았고 자신이 기억될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자신을 기억하길 바랐던 과거를 후회하게 되고 그렇게 인어의 저주를 받아 물고기가 되어버린 야시로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감정을 품고 있던 것이 아닌 상처받았던 자신의 감정을 위해 그저 상대를 이용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자신의 과거를 반성한다.

 

그 순간 자신의 권속이 된 야시로를 데려가려는 인어가 나타나고 하나코 군은 아직 자신에게 빈 소원을 이루어주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그녀를 지켜주며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주었고 그 대신 인어의 저주를 나누어 받은 하나코 군과 맺어지게 된 인연으로 야시로의 인생은 괴이와의 알 수 없는 생활이 시작된다.

 

괴이의 존재

야시로를 자신의 조수라고 칭하며 하나코 군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해주는데 괴이란 소문을 거스를 수 없고 소문이 변질된다면 그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하며 소문과 다르게 행동하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학교 내에 존재하는 괴이를 감독하며 인간과 괴이의 관계를 관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나코 군은 괴이들의 소문이 잘못된 방향으로 바뀌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올바른 소문을 퍼뜨릴 것을 야시로에게 부탁하고 비밀을 공유하며 둘은 서로 친구가 되었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괴이들에 대한 소문이 떠돌며 교내에서 생기는 이변이 자신들 7대 불가사의 가운데 배신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하나코 군은 인간과 괴이 사이의 평화를 위해 범인을 색출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하나코 군의 인간 시절 이름인 아마네와 그에 의해 죽음을 맞았던 동생 츠카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야시로는 하나코 군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면만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의 모습은 우리가 보아온 순간뿐이며 그 사람 전체의 일생에서 찰나밖에 되지 않는 시간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작된 소문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야시로와 하나코 군의 이야기와 그 가운데 위험에 빠지는 야시로를 하나코 군이 지켜주는 내용이 지박소년 하나코 군의 전반적인 줄거리이다.

 

 

 

지박소년 하나코 군 감상문 썸네일

 

교내 7대 불가사의

지박소년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나코 군은 지박령인 존재로 그 자신도 괴이이기에 자신에 관한 소문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가 7대 불가사의 중에서 리더로 행동하며 다른 괴이들에게 존중을 받는 모습은 아마 그가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소문의 불가사의이기 때문이며 그들 스스로 사람들 속에 섞이거나 자신의 소문을 퍼뜨리며 자신의 힘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보통은 죽은 사람을 떠나는 존재, 살아있는 사람을 남겨진 존재라고 여기며 삶의 가치를 더욱 드러내기 위해 그들의 몫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는 주변에서 많이 들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오히려 죽어서도 미련 때문에 사라지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는 존재들에게 쓸쓸하게 남겨진 이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하나코 군이 언급한 “아무리 후회하고 발버둥을 쳐도 살아있을 때 하지 못한 것은 죽어서도 할 수 없어.”라는 대사는 이런 미련을 더욱 극대화시키며 이미 죽어버린 자신들이 존재함에도 미래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였다.

 

그리고 “죽은 자에게 구원이란 분명 소멸밖에 없을 테니까.”라는 대사에서는 작은 미련이 남아 현세를 방황하는 영혼은 이를 만족하게 되면 평온하게 떠날 수 있는데 유독 7대 불가사의들이 현세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거대한 미련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만화로 보았던 무서운 학교 괴담이 생각나는 이 만화는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따스한 색감, 어수룩하며 귀여운 야시로의 행동과 대조적으로 몽환적인 죽은 자들의 세계와 괴이들의 어두운 모습, 차갑고 오싹하게 바뀌는 하나코 군의 표정에서 극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내용은 전혀 따뜻하고 가볍지 않다. 상대에 대한 광적인 사랑,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자책하는 교사, 인공적인 영혼의 제작 등은 오히려 무겁게 느껴지며 일부는 현재도 많은 사고와 논란을 만들며 우리 사회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죽은 존재들을 악귀로 규정하고 부정한 존재라며 소멸시키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악귀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 두 세계를 경험하고 그들의 존재에 잘못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듯한 만화 지박소년 하나코 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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