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ㆍ애니 감상문

초 인기 게임에 도전하게 된 망겜 헌터. 샹그릴라 프론티어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4. 9. 16.

감상문 한 줄 정리

저품질의 게임만 골라 극한의 플레이를 추구하던 게이머가 최신 유행의 인기 작품을 만나 즐기기 시작하는 샹그릴라 프론티어 감상문.

 

샹그릴라 프론티어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망겜 헌터의 관심을 끌어들인 초 인기 대작

마침내 악신을 물리치고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며 엔딩을 기다리는 고인물 복장(?)의 플레이어 산라쿠는 고대하고 고대하던 이 순간, 바로 스토리의 히로인 페어리어를 흠씬 두들겨 패는 시간을 만끽한다. 페어리어 크로니클 온라인이라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시련을 주는 존재이자 스토리를 망치는 캐릭터인 그녀가 악신인 것이 아니냐고 투덜대던 산라쿠는 엔딩 창이 나오자 페어 오물이라는 별칭의 이 게임을 드디어 클리어하였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없이 풀 다이브형 VR 게임이 주류가 되는 동안 손에 꼽을 만한 대작 아래에는 향상된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일명 ‘망겜’이라고 불리는 저품질의 게임이 무수히 생산 및 발매되고 있었으며 일반적인 게이머라면 피할법한 이러한 망겜만을 오히려 찾아 돌아다니고 클리어를 통한 극한의 쾌감을 추구하는 소수의 유별난 이들 또한 엄연한 게이머로 존재하였다.

 

고교 2학년인 히즈토메 라쿠로 역시 망겜 클리어를 통한 해방감을 즐기는 독특한 게이머 가운데 한 명이었고 이번 망겜을 마치자마자 바로 다음 망겜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망겜 헌터였다. 여름 방학을 눈앞에 두고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히즈토메는 역시나 자유롭게 즐길 게임을 찾아 게임 센터를 방문하는데 역대급 망겜을 클리어하며 이를 넘어설 게임을 고민하는 히즈토메에게 점장은 오히려 망겜이 아니라 갓겜이라고 불리는 초 유행의 인기작을 즐겨보는 것은 어떠하냐고 답한다.

 

점장의 추천에 히즈토메는 집으로 돌아와 샹그릴라 프론티어의 세계관을 비롯하여 이 게임이 고평가 받는 이유를 직접 경험하며 확인하고자 게임에 접속한다. 캐릭터를 생성하며 그동안 망겜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다양한 선택지를 둘러본 후 역시나 성능을 중시한 히즈토메는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를 생성하는데 바로 새 형태의 복면을 쓴 괴상한 커스터마이징으로 마침내 어느 게임에서나 사용하던 산라쿠라는 유저네임까지 정한 뒤 드디어 게임 세상으로 들어간다.

 

현실과 같은 움직임의 구현과 광활한 세계의 감각으로 산라쿠의 마음은 들뜨기 충분하였고 그는 초보 모험가를 위한 첫 번째 마을인 퍼스티아를 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의 게임 능력을 살려 현재 능력치보다 더 강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목표로 산라쿠는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 이 두근거림을 즐기기 시작하였고 조금씩 강한 적을 상대하던 그는 오히려 퍼스티아가 아닌 두 번째 마을 세컨딜에 더욱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대로 두 번째 마을로 향하다 길을 막고 있는 초보자 지역의 보스 몬스터를 맞닥뜨린다.

 

당연하게도 엄청난 망겜들로 단련된 산라쿠는 큰 무리 없이 적을 물리쳤고 도착한 세컨딜에서 눈에 띄는 그의 외형은 다른 여러 플레이어의 관심을 받는다. 점차 갓겜에 흥미를 느끼는 산라쿠에게 밤에는 야행성의 위험한 몬스터가 득실거린다는 NPC의 조언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던 마음을 사로잡아 곧이어 그는 마을 바깥으로 나가 성장에 집중한다. NPC의 말처럼 밤에 등장하는 적들은 낮의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였으나 즐기기 시작한 산라쿠의 흥미는 더욱 높아질 뿐이었다.

 

그 순간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하였던 산라쿠는 자신을 애먹인 몬스터가 등장만으로 소멸되는 거대한 적을 보고 지금까지 자신이 이 게임을 얕보고 있었다고, 이 게임의 진정한 순간을 지금 경험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유니크 몬스터 야습의 리카온을 마주한다. 샹그릴라 프론티어라는 세계에 오직 한 개체씩 존재하며 이 게임의 진행을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출현 조건조차 미지인 총 7종의 유니크 몬스터는 그들을 쫓는 수많은 플레이어와 클랜의 등장에도 상대하지 못하는 강적이었고 산라쿠는 그런 터무니없는 위압감을 내뿜는 리카온을 마주한 것이었다.

 

곧이어 상대를 간 보는 듯이 가볍게 공격하는 리카온에 대항하기 위하여 전력으로 임하는 산라쿠였으나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는 못한 채 오랫동안 분전하였음에도 결국 패배하여 언젠가는 이 불합리해 보이는 적을 자신의 손으로 잡겠다고 다짐하는데 최후의 순간 산라쿠는 눈을 감으며 리카온의 저주를 받게 된다. 다음 날 눈을 뜬 산라쿠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면밀하게 살펴보며 저주 부위에 장비장착 불가, 자신보다 약한 적의 도주, 특수한 기도를 받거나 리카온 그 자체를 물리치지 않고서는 사라지지 않는 리카온의 지독한 저주를 알아차렸다.

 

마치 자신을 만족할 만큼 놀아준 대가로 점찍어 두었다는 듯이 리카온의 저주는 그렇지 않아도 터무니없는 플레이를 지향하던 산라쿠의 게임 난이도를 더욱 어렵게 하였으며 이 사실에 투정을 부리고 싶었던 산라쿠는 문득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행동하는 독특한 복장의 토끼 몬스터를 발견한 뒤 뒤쫓아 자신을 위해 준비된 특별한 시나리오 퀘스트를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도착한 래빗츠에서 산라쿠는 자신을 인도한 에무르를 따라 그에게 관심이 있다는 래빗츠의 두목 바이스아슈와 대화한다.

 

산라쿠가 보여준 보팔혼, 즉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끌어내어 대등한 상대로서 맞서 싸우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는 바이스아슈에게서 에무르의 보조와 함께 단련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본격적인 수련에 앞서 정보를 모으고자 히즈토메는 잠시 게임을 종료한다. 그리고 해당 유니크 시나리오의 단서를 자신밖에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뻐하다가 과거 다른 게임에서 인연이 있었던 플레이어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어느 한 망겜에 다시 접속한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망겜 친구 캇쵸에게 7종의 유니크 몬스터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흥미를 돋운 뒤 샹프로에서 다시 안부를 나누기로 한 히즈토메는 서둘러 세 번째 마을인 서드레마로 향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 과정에서 에무르와 함께 다니는 산라쿠의 정체를 궁금하게 여긴 몇몇 플레이어로 인해 그는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목이 집중된 주인공 산라쿠와 그의 망겜 친구들은 7종의 유니크 몬스터를 목표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갓겜이라고 불리는 샹그릴라 프론티어의 진정한 시나리오에 도전한다.

 

샹그릴라 프론티어 감상문 썸네일

 

게이머의 마음가짐

오프닝 곡 'BROKEN GAMES'와 엔딩 곡 '에이스'는 게이머라면 응당 지니고 있는 그들의 마음가짐을 드러내는데 BROKEN GAMES에서는 그 가사처럼 감각이나 반응 속도 등의 게임 기술, 극한의 쾌감을 추구하는 게이머의 심리를 담아낸다. 방어구나 체력 등을 높이기보다 오로지 공격만을 앞세워 치명타를 노린 행운 능력치를 높이고 무모하다고 생각되더라도 개인 기량을 통해 회피하며 오히려 반격에 나서는 그것이 바로 산라쿠라는 플레이어로 대표되는 게이머를 노래로 설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와 같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게이머 이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이들이 있으나 모든 게이머의 공통점은 뛰어난 게임 감각으로 자신을 고양시키는 게임이 나타났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의 엔진이 출력을 폭발하듯 더욱 빠르게 뛰는 심장과 눈으로 받아들인 다양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그들은 더 극한의 상황에서 더욱 강한 쾌감을 얻기 위해 만족하지 못하고 한계에 도전하기에 이 곡을 통해 게이머 특유의 그러한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엔딩 곡 에이스에서는 그러한 게이머의 도전이 언제나 성공 혹은 승리라는 공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냉정한 사실과 그 가운데에서 패배를 통해 오히려 목표를 더욱 갈망하는 탐욕적인 승리에 대한 집착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이 무너져내리는 패배를 겪은 게이머는 그대로 재기에 실패할 수도 있으나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다시 일어나 자신의 손으로 결과를 바꿀 것이라는 승자에 대한 질투와 패배라는 낙인을 그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집착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패배나 플레이 가운데 경험한 죽음은 목표한 도착 지점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결국 도착한 목표 역시 영원한 종점이 아닌 더 높은 목표를 위한 출발점이 된다. 그러한 이유로 절망은 오히려 더 높은 목표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꽤나 중요한 자극제가 되어 잘못 판단하였던 일련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쉬운 승리라는 지름길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게 도전하는 과정에서 안주하고 포기하는 것은 그들을 더욱 괴롭게 만들 뿐이기에 언제나 전장의 판세를 뒤집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활약하기 위하여 가상의 세계에서 오늘도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을 벌이는 게이머들의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보팔혼을 통해 찾아가는 나만의 샹그릴라

개인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게임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종합 게임 방송인들은 언제나 고민에 시달린다고 한다. 어떤 게임을 보여주어야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자신이 즐기면서도 그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게임을 찾을 수 있을까? 혹시 나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등 이렇듯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결국 ‘어떠한 게임을 골라야 클리어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지며 명작 혹은 수작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이들은 마치 보물을 노리는 해적선처럼 게임의 바다를 배회한다.

 

한편 오히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산라쿠처럼 어떠한 게임이던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혹은 망겜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찾아서 즐기며 이를 함께 나누는 일부 방송인들 역시 코어 시청자들을 형성하여 사랑을 받기도 한다. 오히려 망겜을 클리어하는 능력자들로 평가받아 해당 게임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레 연상이 되기도 새로운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 그들이 플레이할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전개에 기대감을 품기도 한다. 모든 게이머가 그러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게이머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바로 클리어라는 열매에 대한 갈증이다.

 

얼마나 시간이 들더라도 어떠한 분기점으로 나아가더라도 게이머는 오로지 엔딩이라는 달콤한 꿀을 탐욕적으로 집어삼키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한다. 온게임넷이라는 게임 전문 방송사에서는 ‘켠김에 왕까지’라는 프로그램이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켠김에 왕까지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 플레이어가 어떠한 게임의 엔딩을 볼 때까지 그 과정을 녹화한 방송으로 어떻게든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이더라도 차근차근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아가 마침내 노력의 결과를 쟁취하는 모습을 담아내어 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 쾌감을 전달하며 게임을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도전과도 이어진다는 가치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다는 노래 ‘빙고’의 가사처럼 일부 게임에서는 잔잔하고 힐링이라는 요소가 주된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어떠한 게임이라도 플레이어에게 고민이나 시련, 도전과 같은 성장을 주지 못한다면 큰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은 역경에 도전하는 보팔혼이라는 가치를 게이머가 지녀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비록 산라쿠가 리카온의 저주를 받아 강제적으로 그의 플레이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처음부터 산라쿠는 이러한 게이머의 마음, 보팔혼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망겜이라고 불리는 게임처럼 어째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왜 생각대로 풀리는 법이 없는 것인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그 가운데에서 나에게 끊임없이 시련을 가하는 리카온 같은 이들 역시 존재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인은 이 작품을 보고 단순히 게이머가 어느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세상이 망겜처럼 불합리하거나 뜻밖의 재해를 마주할 수 있으나 이를 확장하여 게이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정말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목표를 위해 불합리하지만 공략할 수 있는 불합리함,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되는 상대를 마주하더라도 대등한 존재로서 나의 역량을 끌어내어 온 신경을 집중하고 그 결과를 충분하게 누리기 위해 필요한 보팔혼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언젠가는 나를 위해 준비된 샹그릴라(이상향)를 탐험하며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게이머가 된 것이 아닐까? 나를 위해 준비된 특별한 시나리오는 자신의 의지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그 문을 열어줄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