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사냥을 거부하며 인간의 죽음에 동정심을 느끼는 흡혈귀의 이야기인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감상문.
난 사냥 안 해
사샤라는 소녀와 그녀의 가족은 주위의 평범한 이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녀의 가족은 소위 말하는 뱀파이어, 흡혈귀였으며 사람의 피로 삶을 영위하는 존재들이었으나 사샤만은 그들의 특징인 송곳니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그녀의 가족은 이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생명 유지를 위해 행하는 사냥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인간에게 동정심을 느낀 사샤는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사냥이 아니라 가족이 준비한 혈액 팩을 통해 영양분을 얻어 살아간다.
그렇게 자란 사샤는 건반을 이용해 거리에서 공연하곤 하였으나 가족에게 사샤의 존재는 그저 사냥하지 않고 자신들이 어렵게 구한 양식을 축내기만 하는 것으로 보였다. 시간이 해결해 주어 언젠가는 그들과 같아질 것이라 여겼던 가족들의 다툼은 커져만 갔고 여느 때처럼 공연 준비를 위해 자리를 잡던 사샤는 한 남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결심이 부족하였는지 뛰어내리지 않고 다시 물러선 것을 발견한다.
뛰어내리기를 주저하던 남자의 이름은 폴이었다. 그는 볼링 센터에서 근무하였으나 평소 주눅이 들어 보이는 언행에 주변으로부터 은근한 무시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근무를 마치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폴을 쫓던 사샤는 자신을 보고 놀라 도망치다 다친 그가 흘리는 피에 자신의 송곳니가 반응하는 것을 보고 당황 혹은 두려움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를 피해 집으로 돌아온다.
부모님은 그녀의 송곳니를 보고 안도하며 반가워하지만 사샤는 자신이 느낀 식욕과 변화에 저항감을 느끼며 괴로워하였고 결국 부모님은 언제까지나 자신들이 곁에 있을 수 없는 상황과 그녀의 자립심을 기르기 위해 사샤의 언니 드니즈의 집에서 함께 생활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도 사샤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으며 사샤는 언니의 사냥마저 훼방을 놓은 채 달아나 우연히 한 심리상담 클리닉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샤와 폴은 서로를 알아보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는 안중에도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모임을 마친 후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쳐야만 살아갈 수 있으나 이를 거부하는 흡혈귀와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목숨을 버리려는 인간은 서로의 목적이 일치함을 알게 되는데 과연 사샤는 그녀의 첫 사냥을 성공하게 될까? 그리고 폴은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그녀를 위해 사용할까?
창의적이고 휴머니스트인 흡혈귀
작중에서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였다는 사샤의 말에 폴은 오히려 죽음보다 고통이나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사람은 어떠한 충격을 받았다는 그 상황보다 이를 겪을지도 모르는 과정이나 진행 상황에서 더욱 괴로워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실제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바닥에 닿기 전 공포로 인해 이미 심장마비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다른 감상문에서 언급한 미리 넘어질 준비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자주 넘어진다는 그 말처럼 사샤에게 정신적 고통으로 남겨졌던 흡혈 역시도 직접 자신이 눈으로 본 그 기억과 그 과정에서 기인하였을지도 모른다.
사샤가 사냥을 고민하고 폴에게도 죽기 전 소원을 물어보는 등 인간에게 동정심을 갖는 것은 그녀가 유년시절 겪은 일련의 사건도 영향이 있으나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자신들의 임무가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것이라는 어머니와 반대로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무엇인가를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따스함은 그녀의 인격 형성에 큰 부분을 담당하였을 것이며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는 이러한 모습이 개인의 욕망에 앞서 인간이 죽음의 문턱에서 느낄 공포에 그녀가 동정심을 갖도록 그리고 흡혈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 거부감이 들도록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제목에 들어가는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란 무엇일까?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지며 그들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는 사샤를 그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대사를 폴이 하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폴은 죽음을 통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으며 단순한 죽음보다 의미와 가치가 있는 죽음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대사로 철저하게 외부인이었던 그만이 볼 수 있는 다른 시선으로 인해 두 흡혈귀는 폴의 결심처럼 창의적이고 휴머니스트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은 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을 바라는 이들이 원하는 순간에 편안하게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찾아가 이루어주는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이를 수행하는데 마지막 장면에 드러나듯 이러한 독특한 캐릭터의 연출이 기존의 흡혈귀와 다른 이 작품만의 매력을 경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사냥과는 다르게 그들만의 창의적이고 인간의 죽음에 동정심을 품은 채 세상과 작별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게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MZ 뱀파이어를 보여준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였다.
'영화ㆍ애니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별한 인재를 찾아 영지를 성장시키는 전생귀족. 전생 귀족, 감정 스킬로 성공하다 감상문 (29) | 2024.09.22 |
---|---|
초 인기 게임에 도전하게 된 망겜 헌터. 샹그릴라 프론티어 감상문 (10) | 2024.09.16 |
자신을 되돌아보는 나만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자. 리스본행 야간열차 감상문 (2) | 2024.08.31 |
거짓말을 최고의 무기로 환상을 보여주는 그들. 최애의 아이 감상문 (4) | 2024.08.25 |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쿠폰의 여왕 감상문 (0) | 2024.08.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