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쿠폰을 둘러싼 범죄를 유쾌하게 재구성한 실화 기반의 코미디 영화 쿠폰의 여왕 감상문.
고작 쿠폰일 뿐이잖아요.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영화는 갑작스레 코니 카민스키라는 여성을 체포하면서 시작하는데 그녀는 겨우 쿠폰 때문에 벌어진 별것도 아닌 이 상황을 놓고 자신에게 과잉 대응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체포되기에 이르는 경위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실 올림픽에서 세 차례나 금메달을 차지한 경보선수였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이 기록과 함께 국세청에서 일하는 남편 릭은 네 번이나 시도한 시험관 시술로도 생기지 않는 아이와 쿠폰에 집착하는 그녀에게 점차 마음이 식어갔고 의견 대립으로 이들의 사이는 멀어졌다. 이러한 심리적 외로움을 함께 나누어 준 사람은 이웃이자 그녀에게 쿠폰의 존재를 알려준 조조라는 여성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이해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었고 코니는 조조를 의지하며 다른 사람은 소홀하게 여기는 쿠폰을 광적으로 집착하였으나 간절히 바라던 사랑의 결실인 아이의 부재는 그녀의 마음 한 편에 공허함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번은 상한 시리얼을 구매한 뒤 항의 메일을 보낸 그녀에게 제조사에서 무료 쿠폰을 제공하며 의례적인 사과의 뜻을 보여주었고 마트에서 쿠폰을 사용하며 나눈 계산원과의 대화는 그녀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놓는데 바로 그녀가 구매한 다른 상품에 문제가 없더라도 항의 메일을 보내어 무료 쿠폰을 받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잘못된 생각에서 파생된 사업 수단은 공짜로 얻게 된 쿠폰을 누군가에게 저렴하게 판매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었으며 쿠폰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의 쿠폰 교환소에서 다양한 쿠폰을 빼돌리려는 계획을 조조에게 말한다.
처음에는 조조 역시 이 계획을 듣고 질색을 하지만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보상을 받고 있다며 설득하는 코니의 말을 듣고 위험한 계획에 동참한다. 그녀의 계획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절도한 쿠폰을 밀반입하여 불법 판매하는 범죄가 되겠으나 코니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교환소가 위치한 멕시코로 조조와 함께 향하여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고 자신들처럼 규칙을 따르지 않을 내부자를 포섭하여 자신들의 계획에 끌어들인다.
두 사람의 사업(?)이 진행되면서 여러 기업에서는 예상치도 못하게 이용되는 무료 쿠폰으로 인한 손실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위조된 쿠폰이 퍼지고 있다는 생각에 손실 방지 전문가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되는데 쿠폰의 전문가로서 그는 이들을 뒤쫓기 시작하였으며 이와는 별개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코니와 조조의 범행은 점점 대담해진다.
YOLO에서 YONO로
2010년대 등장한 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말 그대로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을 화려하고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지칭하기 위해 나타난 용어이다. 이들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현재의 즐거움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와 같은 삶의 만족을 우선시하며 일부 시장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던 흐름으로 자리를 잡기도 하였다.
하지만 매체에서 나타나는 YOLO의 모습은 단순히 소비의 행태만을 보여주었고 시간이 지나자 이를 보며 지난날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현재 그들이 화면 속의 삶을 누리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 이들은 점차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화면 속 누군가와 자신을 구분하며 과한 소비를 지양하는 대신 삶의 원동력으로 삼을만한 다른 가치를 중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요즈음 언급되는 YONO는 You Only Need One이라는 그 해석처럼 정말 필요하고 실용적인 것만을 찾아 소비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추구하며 이 작품에서 쿠폰에 집착하는 코니처럼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과 같은 부수적인 가치 역시 중요하게 여겨 누군가는 무지출 챌린지와 같이 쓸데없는 소비를 줄여가고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폭등한 물가에 대한 고민으로 외식보다는 저렴하게 직접 요리해 먹는 방법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 작품을 지켜보면서 생각보다 쿠폰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구매를 위해 발품을 팔아 여러 매장에서 확인하기도 하는 등 달라진 요즈음의 일부 소비 패턴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전 세계적인 시장 경제의 흐름으로 인한 물가의 상승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코니가 승리 효과에 대해 조조에게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하였을 때 그녀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었다. 남편에게 외면받고 그녀가 원하는 가치는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며 간절히 바라던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성과 역시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녀가 자신의 환경을 타파할 돌파구는 무엇인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승리 효과 혹은 승자 효과라고 불리는 단어는 어떠한 계기로 성공이나 성과, 승리를 얻게 된 사람이 계속하여 성공과 성취감을 얻을 확률이 늘어난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코니는 성공이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쿠폰에 집착하였고 단순히 물건을 구매한다는 이상으로 쿠폰을 사용하여 가치를 얻었다는 결과를 성공으로 취급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남편인 릭이 질책하였듯이 그녀는 아무리 쿠폰을 사용해도 밑 빠진 독처럼 채울 수 없었던 공허함으로 인해 오히려 성공이라는 가치를 이어가지 못하고 아이를 집착하게 되는 방향으로 빠졌다.
그녀가 사랑의 결실을 얻었다는 만족감을 위해 아이에 대한 집착을 지속했을 수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가정, 아이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그러한 집착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가정에서 이 작품을 본다면 전 세계가 연결된 정보의 사회에서 우리가 과도하게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sns와 같은 수많은 매체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주변인의 일상과 인플루언서 및 일부 사람들의 화려한 삶을 보고 자신과 비교하며 스스로 더 불행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러 괴로워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멋진 남편과 좋은 집에서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감정이 문드러지고 아이에 대한 집착이 커졌으며 남편 앞에서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코니가 ‘멀리서 지켜본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 보이는 누군가의 삶에서도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늘이나 그림자가 있을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반짝임에 현혹되어 잠시 잊어버리는 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개개인에게 달려있으며 눈앞의 작은 성공이나 소수의 화려한 삶에 매달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를 망치기에는 우리가 자신의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심리적 위안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던 쿠폰의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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