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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거짓말을 최고의 무기로 환상을 보여주는 그들. 최애의 아이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4. 8. 25.

감상문 한 줄 정리

최애 아이돌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으나 세상의 빛을 두 번이나 잃은 주인공이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 최애의 아이 감상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일러스트

 

완벽한 거짓말쟁이가 보여주는 매혹적인 환상

주인공은 이 세상의 대부분이 픽션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며 날조, 과장, 불리한 부분은 보이지 않게 깨끗한 척하여 들키지 않도록 거짓말을 바라는 팬의 존재가 바로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거짓말이 가장 뛰어난 무기가 되도록 만들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결성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어 차근차근 명성과 인기를 높여 드디어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한 아이돌 그룹 B코마치와 센터를 담당하는 절대적인 에이스 아이의 팬인 남자는 시골 병원의 의사였다.

 

어느 날 그는 직장 동료에게 아이가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하는데 이 남자가 이렇게나 아이돌 소녀에게 빠진 이유는 과거 어떤 환자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중병을 앓고 있었던 소녀 환자가 그에게 B코마치와 아이를 소개하였고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선망의 대상을 바라본 뒤 만약 연예인의 자식, 가족으로 태어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은 몸이 불편한 그녀의 현실과 더욱 대비되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빼어난 외모와 인맥 등을 갖춘 삶이 어떨지 상상하던 소녀는 야속하게도 1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남자는 아이에게서 이 소녀를 비추어 보고 있었다.

 

그리곤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만나기 위해 산부인과 진료실로 돌아오는데 호시노라는 이름의 환자는 보육원 출신의 16살로 이미 20주 정도 임신이 진행된 상태였다. 나름의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한 주인공이 왠지 모르게 같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쯤 호시노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밝은 목소리로 같이 온 후견인과 대화한다. 검사에 잠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진료실 밖에 나온 주인공은 역시 자신을 찾아온 환자가 B코마치의 아이라고 확신하며 최애 아이돌을 만났다는 기쁨과 동시에 그녀가 임신한 채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충격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다가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출산에 대한 그녀의 의견을 물어본다.

 

그녀는 아직 아이돌이라는 꿈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고 보육원 출신으로 가족을 동경하였던 자신에게 찾아온 두 생명의 소중함 역시 손에서 놓을 마음이 없었다. 그렇다, 그녀는 이 진실을 비밀로 부치고 빛나는 아이돌로서 최고의 마법과 같은 거짓말을 들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일류 아이돌 호시노 아이는 욕심쟁이라며 그녀가 아이돌로서의 행복과 어머니로서의 행복을 둘 다 쟁취할 것이라고 선언하자 의사로서 팬으로서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신의 역할을 다하던 그는 마침내 40주가 된 출산 예정일에 여느 때처럼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스토커인듯한 수상한 사내의 뒤를 쫓다 불의의 습격을 받아 절벽에서 떨어진 그는 자신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눈을 감았고 눈을 감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과거 연예인의 아이가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 등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망상이었으며 그가 남긴 마지막 독백은 그게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망상이 현실이 되었음을 자각하며 그렇게 새로운 생명을 되찾은 호시노 아이의 비밀 아들 아쿠아마린에게는 쌍둥이로 태어난 그의 여자 형제 루비, 곧 그와 같이 과거 아이의 팬이었다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여동생이 있었다.

 

극비사항을 아는 기획사 사장 부부와 가족인 세 명은 함께 생활하다가 곧이어 어머니인 아이의 복귀 일정을 계획하는데 그녀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일단 사장 부부의 아이들인 것처럼 대외적으로 드러내었으며 이 비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무대로 복귀한 아이는 그녀를 향한 좋은 댓글이나 너무 꾸미는 것처럼 보여 인간미 없이 보인다는 악플에 오히려 그들이 인간미 없어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냐며 철저하게 계산된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거짓말로 행동하는데 그런 그녀의 눈에 생기를 불어넣는 존재는 자신의 아이들이 그녀를 응원하는 것이었다.

 

그들을 통해 자연스레 지어지는 자애로운 표정의 실상을 팬들은 알지 못하였으나 지금껏 기계처럼 느껴졌던 그녀의 변화는 새로운 매력이 되어 팬들을 끌어들이는 무기가 되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아쿠아와 루비는 그들의 비밀이 들키지 않도록 어찌어찌 어린이를 연기하며 점차 자랐고 아이 역시 감추어진 비밀 속에서 복귀 후 왕성하게 활동하며 신인 아이돌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극소수만 살아남는 업계에서 일류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려왔던 꿈의 무대에 오르기 전 아쿠아의 전생을 끝내버린 스토커의 뒤틀린 관심은 다시금 아이를 찾아와 그녀를 칼로 찌른 뒤 도망치는 결과로 이어졌고 아이는 아들과 딸에게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빛나던 눈의 생기를 잃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아이에 대한 평가와 이야기는 극단적이었다. 그녀를 향한 동정과 죽음에 대한 추모에 반하여 어쩔 수 없었다는 말과 비방 혹은 조롱, 낭설 등 한 사람의 죽음과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는 익명성은 한동안 뜨거웠으나 이마저도 며칠이 지나자 시들해지고 점차 그녀의 존재마저도 희미해졌다. 아이의 장례를 치르고 경찰의 심리상담을 받으며 아쿠아는 자신의 빛이자 어머니인 아이를 죽게 만든 남자가 자신을 절벽에서 민 그 스토커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범인이 특별하지 않은 학생이었으나 어떻게 아이의 출산, 거주지 등의 정보를 얻게 되었는지 고심하던 아쿠아의 결론은 정보를 제공한 내부자를 생면부지의 아버지로 확신하였고 자신에게 빛과 희망이 되는 존재를 두 번이나 잃도록 만들었음에도 아직 업계에 남아있을 그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비는 점차 자신이 동경하였던 어머니 아이를 닮아가며 그녀처럼 빛나는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두 사람은 조금씩 연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빛과 어둠을 경험하며 비밀에 조금씩 다가간다.

 

최애의 아이 감상문 썸네일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

오프닝 곡 아이돌은 아쿠아마린이 언급했듯이 거짓으로 점철된 연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팬들을 포로로 만들 수 있는 존재만이 진정한 아이돌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철저하게 계산된 무적의 미소로 미디어를 휩쓰는 이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은 모든 시선에서 비밀스러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한다. 이 자신만의 공간은 꾸며진 거짓말을 연기하기 위한 진정한 자신을 충전하는 공간이며 이곳에서 완벽한 거짓말쟁이가 될 준비를 마친 이들만이 천재적인 아이돌이 될 자격을 얻는다.

 

때로는 자신이 연기한 빛나는 존재로 삶의 활력을 얻은 팬이 던지는 질문 공세에 이들은 부담을 느끼기도 하며 담담하지만 눈부신 활동을 통해 비밀에서 시선을 돌려 눈을 가린다. 아이돌에 빠져들어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일부 팬들은 최애가 좋아하는 타입의 상대가 되기를 희망하며 그들의 관심과 정보를 얻기 위해 눈에 불을 켜지만 언제나 선망의 대상인 아이돌로 존재해야 하는 이 완벽한 거짓말쟁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건 팬들이라며 이를 제외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은 노래하고 아이돌로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거짓인지 참인지 알 수 없는 말로 팬들을 홀려 포로로 만들어버린다.

 

특히나 아이돌이 관련된 연예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매년 수많은 그룹이 등장하고 각각의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며 꿈을 포기하는 잠재적 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기억되고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 아이돌로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빠져든 확고한 사랑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진짜 샛별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이 작품은 보여주는데 그러한 의미에서 1시간이 넘는 1화의 구성은 업계의 2가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독특한 장치를 뜻한다.

 

작품의 결말로 나아가기 위해 주인공은 단 하나의 진실에 다가가야 하기에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거짓말과 비밀을 표현한 것이며 또 다른 관점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성공을 경험하는 업계의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수많은 원석이 꿈을 이루기 위해 모인다고 해도 연마와 가공의 과정을 거친 보석만이 진정한 가치가 매겨질 수 있기에 보통 20분 내외의 러닝 타임을 보이는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한 회차의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1시간을 넘긴 약간은 기형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이러한 구조를 보인 것은 아닌지 생각하였다.

 

팬서비스

2022년 인터넷 방송계에서는 한 노래가 뜨거운 인기와 관심을 받았다. 2019년 알려진 ‘팬서비스’라는 노래는 신인 아이돌 가수가 자신의 꿈을 계속 이루기 위해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그들의 관심에 감동하며 성장한 자신이 이에 대한 보답으로 준비하는 특별한 무대, 팬서비스를 약속하겠다는 가사를 담았다. 수많은 밈과 트렌드를 좇아 급변하는 인터넷 방송 업계에서 이 노래는 개인 방송인들에게 자신의 노력과 성장을 인정하고 속으로만 감내하던 괴로움에 위안을 주었고 그들의 방송을 구성하는 팬들에게는 자신들의 관심을 먹고 성장한 최애가 보여주는 화려한 빛과 팬서비스로 다시 보답하는 건전한 팬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주었다.

 

사실 외부인이 보기에도 연예계는 혼자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 혹은 다른 모든 사람을 제칠만큼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듯이 막대한 돈이 뒤엉켜 굴러다니는 전쟁터에서 자기 자신을 인정받기만 한다면 모두를 거짓말로 속이더라도 사랑을 받는 환상의 나라인 것처럼 보이지만 환상의 나라가 보여주는 이면에는 기획사의 힘겨루기로 예술보다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어 세상이 꿈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팬들 역시도 그 진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으나 진실을 외면하더라도 눈앞의 최애를 바라보는 이유는 완벽하게 보이는 그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노력과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꿈을 위해 정진하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실패를 털어버릴 용기를 얻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넘어지기 전에 다치지 않기 위하여 몸을 웅크리거나 넘어질 준비를 한다. 이 작품에 나오는 루비 역시 과거 건강하지 않았던 몸 상태로 인해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음에도 언제나 넘어질 준비를 하는 것처럼 움츠러들었다.

 

자신의 딸에게 넘어질 준비만 하고 있다면 오히려 더 넘어지기 쉽다면서 당당하게 움츠러든 가슴을 펴고 자신의 실패를 마주하기를 바란다는 아이의 말에 그녀를 믿는 루비가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과거를 이겨낸 자신만의 작은 도전을 노력하는 장면은 팬들이 자신의 최애에게서 좌절을 이겨낼 용기를 얻어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자신의 실패를 마주하여 성장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작품을 보면서 점차 제목인 최애의 아이가 이러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하게 그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중의적인 매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먼저 가장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과 팬은 앞서 말했듯이 서로의 성장을 이끌고 환상의 나라를 유지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이다. 또 다른 관점은 그러한 최애 아이돌의 아이(자녀, 가족)로 태어난 주인공의 시각에서 밖에서는 연예인이라도 집에서는 평범한 가족이 보여주는 관심과 사랑의 관계를 뜻한다. 마지막은 호시노 아이로 대표되는 누군가의 최애 아이돌이 받는 혹은 그들이 팬들에게 표현하는 사랑(愛 일본어로 아이)의 관계이다.

 

각각의 시각에서 성장과 평가를 받는 존재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그들도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감정을 가지고 상처도 받으며 누군가의 관심을 원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존중이 있을 때 아이돌 역시 비로소 거짓말쟁이에서 진정 어린 팬서비스로 보답하는 별이 되지 않을까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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