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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사랑에 빠진 길거리 춤꾼과 발레리나. 스텝 업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3. 6. 15.

스텝 업 영화 포스터

 

사랑에 빠진 길거리 춤꾼과 발레리나

자신이 좋아하는 춤 이외에는 말썽만 부리는 타일러는 여느 때처럼 파티에서 춤을 추다 시비가 붙었고 친구와 함께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한 건물에 들어가는데 우연히 들어간 건물은 예술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였고 세 명의 문제아들은 몰래 숨어 들어간 메릴랜드 예술학교에서 도를 넘는 행동으로 기물을 파손하기에 이른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비원에게 잡힐 위기에 타일러는 자신이 대신 잡히며 친구들을 도망치게 하였고 이후 법정에서 잘못에 따른 처벌로 메릴랜드 예술학교에서 200시간의 사회 봉사 활동을 선고받았다.

 

다음 날 메릴랜드 예술학교에 도착한 타일러는 꿈도 미래에 대한 열정도 없는 자신과는 달리 생기가 넘치고 자신의 특기로 열정을 불태우며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는 학생들을 퉁명스럽게 쳐다본다. 학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사회봉사 절차를 위해 교장실을 찾아갔고 자신이 저지른 철없는 행동의 결과가 누군가의 장학금에 비교될 정도이며 그 사람의 미래를 망쳤을 수도 있다는 교장 선생님의 단호한 말에도 그저 봉사시간이나 대충 때우다가 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춤을 좋아하는 타일러였기에 사회봉사를 하면서도 춤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의 연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들 쪽으로 향하지만 현재 자신의 상황과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모습에 결국 발걸음을 돌려 다시 봉사활동을 계속하다 잠시 밖에 나가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에게 춤을 보여주며 답답함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낀다.

 

한편 메릴랜드 예술학교의 학생인 노라는 발레 전공으로 졸업 공연에 온 정신을 쏟으려 했지만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과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우연히 쳐다본 창밖에서 타일러의 자유로운 춤을 본 순간 그의 독특한 움직임에 시선이 멈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에서 파트너를 해줄 학생이 다리를 다치게 되었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연습에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되어 가뜩이나 숨 쉴 여유도 없이 자신을 닦달하던 노라는 파트너도 잘 구해지지 않으며 자신을 찾아온 불행에 그녀의 불안은 점점 더 커졌다.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타일러는 그녀에게 다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한 번에 동작에 성공하며 이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계속 출 수 있을까 싶었지만 교장 선생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타일러의 성격을 문제 삼으며 허락해주지 않으려 했다. 겨우 도와줄 사람을 찾은 노라는 물러서지 않았고 파트너가 돌아올 몇 주 동안일 뿐이며 도와줄 사람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결국 교장 선생님의 승인을 받는다. 두 사람의 연습이 시작되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댄서는 역시나 시작되자마자 삐걱거린다.

 

노라의 정형화되고 안정적인 발레의 움직임에 비해 타일러는 항상 자신이 춰오던 변화무쌍한 움직임이 묻어 나왔고 익숙하지 않아도 진지하게 배우려는 그의 태도에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졌다. 하지만 말썽꾸러기 타일러가 잠잠하다 싶었다는 듯이 친구들과 놀다가 연습에 늦었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이 연습실을 사용하게 되어 노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그를 탓한다. 그리고 그녀의 불만 섞인 말을 들은 타일러는 급기야 연습에 도와주는 것을 그만두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무슨 일이든 금방 포기했던 타일러는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너는 언제나 금방 포기해 버리잖아.’라는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다음 날 노라를 기다렸다가 잘못을 반성하며 사과하였고 끈기가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아이들이 배우는 발레 학원에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발레 동작을 배운다. 타일러의 정성을 본 노라는 마음을 돌렸고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타일러 역시 친구들과 노는 것을 그만두었다. 과거에는 자연스레 나오는 자신의 움직임을 주장하는 타일러였지만 이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른 영역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한다. 연습을 계속하며 타일러는 상대와 합을 맞추고 신뢰를 통한 동작의 완성을 배우게 되었고 그의 움직임을 본 노라 역시 뻣뻣하게 느껴졌던 움직임에 변화의 색깔이 칠해진다. 두 사람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 주변의 친구들이 겪는 갈등과 성장을 춤으로 승화시켰다는 느낌을 받은 스텝 업이었다.

 

 

스텝 업 감상문 썸네일

 

STEP UP의 의미

영화의 제목인 스텝 업은 영어로 발전하다, 성장하다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갈등이라는 회초리를 통해 인격적, 기술적 성장을 경험하며 그중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현실을 살아갈 뿐이던 타일러의 삶이 목표를 위해 나서다, 더 노력하다, 책임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다와 같이 성숙한 모습으로 바뀔 때 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춤과 함께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타일러의 변화를 보면 유명한 운동선수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이 운동선수는 뛰어난 재량과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넘쳤고 관객들과 동료들에게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자신이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빈틈없이 훈련된 한 팀에게 철저하게 무너지고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성장한 이 운동선수는 과거 화려한 기교를 부리며 적을 농락하던 스타일과 습관을 버린 후 간결하고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팀에 일원으로 조직에 헌신하기도 했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동료의 움직임을 주시하여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제 관심을 받던 유망주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가장 창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몇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되었고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그 경험을 회상한다. 지금 여러 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선수 가운데 이 이야기에 떠오르는 얼굴이 몇몇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타일러와 같은 공통점을 뽑자면 변화하려는 의지와 배움의 갈망, 익숙하지 않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수용성을 생각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그들을 STEP UP 시키는 요소이다.

 

남자가 의리를 한 번 저버렸을 때

영화를 보며 우리는 교장 선생님의 관점에서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한다. 위탁가정에서 자란 뒤 문제를 일으켜 사회봉사를 선고받은 소년, 미래에 대한 의지도 없고 맡겨진 일을 쉽게 포기하며 제대로 보여준 결실조차 없는 철부지에게 교장 선생님은 여러 번 기회를 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노라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와는 달리 교장 선생님에게 타일러가 찾아가 진심으로 춤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말을 전했을 때는 전과는 달리 차분하게 현실을 충고하기도 했다.

 

이는 그만두게 하려는 것이나 과거의 문제를 다시 꺼내는 것이 아니라 타일러의 마음가짐에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하는 말이었고 인생의 선배로서 준비가 된 사람에게 결과는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는 격언을 그에게 하려는 것처럼 변화된 그의 모습을 기다리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 타일러가 친구에게 ‘남자가 의리를 한 번 저버렸을 때 어떻게 할까?’에 대한 답으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말을 하는 이유도 그 자신이 경험하며 성장한 사고를 바탕으로 그에게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주었던 교장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가치의 융합

영화는 정제된 아름다움의 발레와 자유로움의 분출을 보여주는 길거리 댄스의 차이를 보여주며 시작하는데 발레가 고상한 연습실에서 정해진 자세, 표정 연기, 모두가 같은 움직임으로 완벽을 위해 준비하며 하나의 작품을 향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반대로 길거리 춤은 말 그대로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는 길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누구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자신만의 기술로 춤을 추는 그 자신이 각각의 작품이라는 개성을 의미를 담고 있다. 각자의 분야로 대표되는 타일러와 노라가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며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연출은 서로의 가치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가치를 융합하여 새로운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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