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잔인함 활용법
아미도니아 공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엘프리덴 왕국은 공국의 수도 반을 점령 중이었다. 하지만 수도를 빼앗겼음에도 공국의 잔당들이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제국이 마족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던 인류 공동 선언 때문이었고 소마 역시 그 내용 가운데 무력으로 인한 국경의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그리고 제국에서는 이 사실에 대한 협상을 조정하려 군대를 이끌고 반으로 향한다.
마침내 제국과 공국의 협상단이 도착하여 각자의 지휘관들은 반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역시 공국의 조건은 수도 반의 반환이었고 제국의 인류 선언을 들먹이지만 소마는 지금까지 엘프리덴의 귀족들에게 접근하여 왕국의 붕괴를 위해 간섭하며 무력에 의한 침략을 준비 중이었던 그들의 약점을 공개하고 협상의 상대가 공국이 아닌 제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제국의 지휘관인 잔 유포리아도 이를 받아들여 공국을 제외한 제국과 왕국 사이에 협상이 시작되고 서로의 팽팽한 입장의 차이를 인식하지만 각자가 바라는 조건에 양보하기도 하며 협상은 진전되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될 정보를 공유하며 제국과 왕국은 비밀 동맹을 맺는다.
다음 날 패배한 공국이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협상이 진행되어 엘프리덴 왕국은 반을 포기하는 대신 제국의 신뢰와 공국의 약화, 전쟁 배상금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의 백성들은 소마가 왕국의 자원을 활용하여 반을 개발하며 통치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를 느낄 수 있었고 그동안 자신들의 억압되었던 생활로 돌아가는 것에 불안과 아쉬움을 느꼈다. 이를 두고 소마는 가정맹어호, 즉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표현을 예로 들어 비록 호랑이처럼 무력으로 점령했던 자신들보다 과거의 가혹한 정치로 돌아갈 그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다.
국외의 문제가 안정되자 소마는 감옥에 갇혀있는 카마인을 찾아간다. 나라를 위해 충성스러웠던 무인은 자신이 오명을 뒤집어쓰고 범죄자들과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새로운 걸음을 내딛으려는 왕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고 카마인과 대화를 나눈 소마는 그의 신념을 받아들여 수치스럽지 않은 죽음을 내린다. 그리고 공군대장이었던 카스토르의 재판이 시작된다. 겨우 몇 명의 귀족만이 그가 세웠던 공과 능력을 바탕으로 목숨을 거두는 것을 반대했고 대부분의 귀족은 관심이 없는 듯 소마의 판결을 재촉하거나 죄인에게 형을 집행할 것을 바랐다. 그리고 소마는 군주론의 예시를 들며 아군에 기생하는 내통자이자 기회주의자였던 썩은 귀족들을 숙청하며 잔인함을 드러내었고 자신에게 바른말을 간언한 귀족을 받아들이고 카스토르의 목숨을 거두지 않으면서 재판을 마친다.
엘프리덴 왕국이 소마의 통치로 점차 살기 좋아지는 것을 본 반의 주민들은 잠시 누렸던 자유를 다시 빼앗긴 채 살기보다 차라리 소마의 통치를 다시 받고 싶다는 불만을 표출한다. 마침내 이를 참지 못한 공국의 변경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그들의 왕은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 잔인함을 이용하지만 이는 더 큰 불만을 불러올 뿐이었으며 결국 민중들은 왕의 폭거에 견디지 못하고 소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도자가 사라진 공국의 고위 관리들이 타국의 침략으로 갈라서는 것보다 통째로 엘프리덴과 합병하여 소마의 통치를 받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였고 득 보다 실이 많은 조건임에도 소마는 합병을 받아들인다.
정식으로 소마를 방문한 문관과 무관의 대표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지와 충성을 표현하였고 그 가운데 공국의 전 공녀 로로아는 숨어있다가 소마의 앞에 나타나 세계의 정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공국을 다스리는 정당성이나 상인으로서 경제에 대한 지원을 내세우며 소마와의 혼인을 바랐고 이후 소마는 공국의 합병을 정식으로 받아들여 국가의 이름을 프리도니아 왕국으로 바꾼다.
긴급한 문제를 해결한 소마는 국내에 드리운 어두움을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교육이나 노예제도, 빈민가의 위생문제, 난민의 처우 등 그동안은 임시 왕이나 국왕 대리라는 명목으로 회피하였던 감당하기 어려운 직접적인 시련에 진짜 왕으로서의 발걸음을 옮기려 다짐한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각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미래를 만들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소마는 지나치게 자신의 정치나 상황이 잘 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그분’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어가며 프리도니아 왕국의 임금 소마의 정치를 계속한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각오
오프닝 곡에서는 ‘안개 하나를 빠져나가도 잠시 동안의 행복일 뿐 다시 시야는 가려져 지독하게 배신을 당하고 싫증이 나는 운명에 새벽은 그래도 찾아온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국가의 정치는 말 그대로 거대한 사업을 짊어진다.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와 옳고 그름의 안개 속에서 지도자의 선택은 축복을 받기도 때로는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내일은 내일의 결정을 해야만 하는 소마의 고민을 보여주는 듯하였고 다른 가사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을 따지며 멈추지 않고 작지도 무력하지도 않은 선택의 한 걸음을 걸어 왕국부흥의 미지를 개척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오프닝에서 선택과 의지에 대한 각오를 노래했다면 엔딩 곡에서는 선택의 결과에 대한 자부심과 반성에 대해 노래한다. ‘뭘 선택하면 좋지? 잃어버리는 두려움에 그저 겁먹고서 멈춰 서고 말았구나.’에서는 자신의 선택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체되어버린 괴로움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정답을 맞히고 싶어서 우리는 몇 번을 틀렸을까?’라며 실패를 반성하기도 하고 ‘지켜 내자 이 시대 속에서 유한한 생명을 밝히며 싸우는 우리는 무엇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워’라는 올바른 선택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랑스러움을 보이는데 세상의 누구든지 설령 왕이라도 자신이 내린 결정에 후회나 자부심, 반성한다는 당연한 사실에 권력자나 지도자들도 그저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서쪽의 신과 동쪽이 신 이야기
이번 작품에서도 소마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인용한다. “힘겹게 얻은 나라는 다스리기 쉽고, 고생 없이 얻은 나라는 다스리기 어렵다.”라고 공국의 왕에게 충고하지만 그는 이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제국의 힘을 빌려 고생 없이 얻은 나라는 자신의 길을 받아들이지 않아 쫓겨나듯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소마가 공국을 합병한 사실을 두고 제국의 황녀는 소마에게 은밀히 연락하며 아쉬움을 드러내지만 소마는 원래 세계에서 있었던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냉전을 동화로 바꾸며 제국이 제시한 인류 선언의 허점을 돌려 말한다.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모순의 진실을 깨닫게 된 황녀는 괴로워하지만 그럼에도 마왕과 마족이라는 눈앞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모순의 깃발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전한다. 현실주의 용사인 소마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여러 계획을 세우는데 이는 ‘그분’의 도움이 없더라도 가장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려는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제국의 성녀라고 불리는 황녀 마리아 유포리아가 이와는 대조적인 성격과 인생의 지향점을 보여줄 때 그녀는 최악보다는 선을 바라며 눈에 비치는 세상의 밝은 면에 눈길을 주고 그녀 스스로도 주위의 모든 사람의 모범이 되는 모습을 유지했다.
앞서 1기의 감상문을 적었을 때 현실주의자는 누구보다도 꿈과 이상향을 바라보는 몽상가라는 언급을 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처럼 마리아가 마냥 밝은 미래나 꿈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소마의 충고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나라의 문제에 고민하는 장면을 보면 그녀의 현실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동쪽과 서쪽의 확실하게 대비되는 이념과 군주의 지향점, 성격과 목표에서 오는 차이는 과거 이념의 갈등으로 치열한 정치공작을 벌였던 냉전시대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러한 차이에도 서로의 뜻을 이해하며 존중하고 새롭게 찾은 공통점으로는 동맹을 맺어 같은 길을 걸어가기도 하는 모습에서는 현재 우리의 단절감과 폐쇄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으로 내 이웃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며 나아가길 바란다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임시 왕에서 진정한 왕으로
지금까지 엘프리덴 왕국의 내정과 자신들을 둘러싼 이웃 나라에 대한 문제, 그에 대한 고민, 대응방법이 1기의 내용이었다면 2기에서는 더욱 폭넓게 세계를 무대로 한 국제 정세와 각 세력의 이해관계에 집중한다. 그리고 선왕의 결정을 존중하며 같은 입장을 따르던 국내의 문제를 직시하며 임시라는 마음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국왕의 모습으로 바뀌는 소마의 변화를 보는 것이 2기의 깔끔한 마무리와 맞물려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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