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최신 차량과의 대결에서 오래된 배달용 자동차를 운전하며 이겨버리는 무시무시한 운전실력을 지닌 주인공의 공도 레이스 입문기인 이니셜 D - First Stage 감상문.
아키나 산 내리막길 최고속도
고교생 타쿠미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친구인 이츠키가 잡지를 보면서 주절주절 떠드는 것을 멍한 얼굴로 지켜보다 이미 출시된 지 12년이 넘었어도 유명 레이서의 활약으로 한 시대를 이끌었던 AE86이라는 차종을 꿈에 그리는 친구의 열정에 타이어가 네 개고 잘만 굴러가면 그게 자동차가 아니냐는 심드렁한 대답을 한다. 아직 차도 없으면서 이미 마음만은 레이서인 듯 산 고개의 코너를 공략하는 것이 레이서의 자질이라고 말하는 이츠키를 응시하던 타쿠미는 지긋지긋한 운전에서 어떤 재미를 느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면허를 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들이 자기 차를 모는 것은 시기상조처럼 여겨졌으나 주유소 아르바이트의 선배 이케타니와 대화하며 이츠키의 86을 향한 꿈은 더욱 커져만 갔다. 타쿠미는 그들 사이에서 차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자기 집에서 사용하는 차도 낡긴 했다는 말을 하였고 이츠키는 86은 다른 낡은 차량과 다르다면서 이케타니가 있는 친목회 아키나 스피드 스타즈에 가입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아키나 산 공도 레이스를 계획 중인 이케타니가 저녁에 견학을 시켜준다는 말에 이츠키는 뛸 듯이 기뻐하지만 타쿠미는 만사가 귀찮은 듯한 표정이었다. 스스로 아키나 산의 최고속도를 자랑하는 이케타니에게 주유소 사장님은 자칭이 아닌 자타가 공인하는 아키나 산 최고속도의 전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새벽에만 두부 배달을 위해 운전하는 전설의 레이서와 그의 86은 내려올 때 그 최고속도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생업을 위해 달렸기 때문에 전설이 되었다면서 지금도 특정 시간이라면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이케타니는 지금껏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86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는다. 잠시 뒤 저녁이 되자 견학을 위해 이케타니의 차에 탄 타쿠미가 거친 그의 운전에 겁을 먹자 아키나 산 정상에서 잠시 쉬어야 했고 그렇게 휴식 중인 그들에게 아카기 레드선즈라는 다른 지역의 레이싱 팀이 접근한 뒤 아키나 산의 최고속도가 누군지 물어본다. 나름 자부심을 가진 이케타니가 자신이 속한 팀이 가장 빠르다고 답하자 그들은 교류전을 제안하였고 다른 팀과 함께 달리는 경험을 통해 정보의 교류나 자극을 받는 등 실력 향상에 도움일 될 것이라 말하는 그들의 제안은 거절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대결을 위한 약속을 잡은 뒤 함께 열의에 가득 차 연습 주행을 시작한 두 팀을 바라보며 타쿠미는 그들의 행동이 신기하기만 할 뿐이었고 어째서 레이스와 자동차에 열광하는지 궁금해한다.
한편 주유소 사장님은 친한 친구이자 한때 레이스를 함께 즐겼던 동료에게 전화를 거는데 잠시 후 전화를 받은 사람은 타쿠미의 아버지였고 얼마 전 두부 배달을 나가는 그의 운전실력을 보았다며 여전하다 말하지만 타쿠미의 아버지는 5년 전인 타쿠미가 중학교 1학년일 때부터 배달을 그에게 맡겼다면서 얼마 전 자신의 차를 보았다면 그건 타쿠미의 운전실력이라고 말하는데 현재 아키나 산의 최고속도는 바로 새벽 두부 배달을 위해 산을 오르내리며 두부 가게를 운영 중인 아버지의 차를 운전하여 전설을 이어가고 있었던 타쿠미였던 것이다. 산 정상부터 꽤 오래 주행했음에도 스피드 스타즈는 레드선즈를 한 대도 따라잡지 못해 그들을 지켜보는 레드선즈의 수장 타카하시 형제의 은근한 무시를 받는데 연습 주행이 끝나고 스피드 스타즈는 친목 모임인 자신들과는 다르게 본격적으로 주행하며 정비 및 성능을 조정하는 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승부욕에 불탄다. 시간이 더 지난 새벽녘 레드선즈의 타카하시 케이스케는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려 가볍게 주행하는 길에 동료가 뒤따라 오는 중이라 생각하던 후미의 차량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문의 차량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뒤늦게 진심으로 내리막 길을 공략하기 시작하였으나 언뜻 스쳐 지나가는 구식의 86이 오히려 자신의 신식 차량을 추월해 신들린 운전으로 시야에서 사라지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충격에 빠졌고 마치 운전에 한이 맺힌 유령을 본 것처럼 이상적인 주행에 자신의 자존심을 산산조각 내버린 86의 정체를 궁금해한다.
한편 이케타니는 사장님에게 들은 바를 바탕으로 타쿠미네 가게를 찾아가 차를 살펴보았고 혹시나 아키나 산 최고속도가 타쿠미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얼마 뒤 있을 교류전을 위해 산 고개에서 연습하던 그가 무리하다가 뜻밖의 사고를 당한 뒤 의지할 부분은 타쿠미의 아버지에게 대신 참가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승낙한 그를 보며 전설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는다. 저녁 즈음 며칠 뒤 차를 빌려달라고 말하는 타쿠미에게 그의 아버지는 레드선즈와의 교류전에서 이기면 빌려준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약속된 시간이었던 저녁 10시 스피드 스타즈를 비롯한 레드선즈 등 다양한 관중이 모인 아키나 산 정상에 타쿠미가 가게 차량인 86을 끌고 등장한다. 기대감을 품었던 이케타니와 스피드 스타즈가 자신을 보고 당황하자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한 타쿠미는 대결이 시작되고 복수심에 불타는 타카하시 케이스케를 가뿐하게 추월하며 승리를 따낸 뒤 유유히 사라진다. 이 사건으로 무패행진이었던 레드선즈의 패배는 물론 아키나 산의 86은 여러 레이서의 관심을 받게 되며 도전의 대상이 되었고 타쿠미 역시 지금껏 관심이 없었던, 오히려 메말라버렸다는 말이 더 어울릴 운전에서 대결을 통해 무엇인가 모를 이전과는 다른 마음이 샘솟아 운전과 자동차 경주 대결에 점차 빠지게 된다.
Around the world
오프닝 곡 Around the world는 공도 레이싱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 타쿠미의 미래를 암시한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 갓 태어난 여행자는 바로 타쿠미이며 지금까지 배달을 위해 억지로 나가던 아키나 산은 대결과 자신의 승부욕으로 새로운 색깔이 입혀져 앞을 전혀 알 수 없는 그려지지 않은 지도를 만난 것과 같다. 익숙하지 않은 발걸음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었던 대결에 처음에는 무관심하고 대수롭지 않았던 그였으나 시간이 지나고 여러 상대와 차량, 기술 등을 경험하며 운전과 대결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확고하게 결정한 뒤 이를 표현할 수 있게 되는 성장과 그 과정에서 정처 없는 여행의 목표를 고민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타카하시 료스케와 대결하기 전 계속된 상대와의 대결 이후 펼쳐질 세상을 고민할 때는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주행과 대결을 경험한 뒤 이러한 고민을 넘어 새롭게 품게 된 운전이라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에서 그의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가사에 나오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잠들지 않는 거리는 이러한 고민을 품고 야심한 시각 대결을 위해 모인 군중들에 의해 긴장된 경주 장소의 압박감을 느끼는 타쿠미를 떠올리게 되며 끊임없는 견제와 속임수가 숨어있는 대결의 상황에서 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분주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그의 운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빠져든 운전 대결에 앞서 말했듯 타쿠미는 갑자기 마주한 드넓은 세계를 겁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행동할지를 고민하던 그가 막상 대결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며 빠르게 앞서 나갈 것인가가 아니라 그저 지금껏 배달을 위해 했던 운전처럼 자신만의 매뉴얼을 지켜나가는 것임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가장 나다운 자신만의 기본 매뉴얼을 지켜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Rage your dream
엔딩 곡 Rage your dream은 운전과 대결에 대한 폭발하는 타쿠미의 심경을 말한다. 자신의 의지로 대결을 받아들이게 된 그의 운전은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없는 자신만의 자존심을 나타내며 한 번 가속페달을 밟으면 멈출 수 없게 되는 그의 레이스에 목표지점을 향해 가는 과정은 그가 과속할 때 울리는 경고음처럼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야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투자처럼 속도나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타쿠미의 앞에 펼쳐진 도로의 모습은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상대의 위축으로 생긴 기회라고 묘사하는 여러 반복적인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0.001초의 차이로도 승부가 결정되는 레이스의 특징에 타쿠미와 같은 야수의 심장이 어둠을 가르고 나아가는 모습은 마침내 결승에 도착하고 얼어붙은 경기 당시의 긴장감이 끝난 뒤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한 그 자신만의 마음가짐일 것이고 항상 경기를 마치고 유유히 경기 장소를 떠나는 타쿠미의 모습은 이러한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며 오히려 다음 대결을 위한 기대의 여운을 남겨둠을 의미하는 듯하였다. 드리프트를 할 때 나타나는 스키드 마크처럼 길게 이어진 끝없는 길을 나아갈 때 중요한 것은 드리프트의 관성을 탈출하기 위해 지금 주어지는 여러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고 이 애니메이션에 포함된 중요한 가치 역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위해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동기부여의 가치.
작품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폭발적인 엔진 소리와 함께 긴장감을 더해주는 경쾌한 유로비트에 있다. 전자악기를 많이 사용하고 빠른 템포와 디스코 계열의 이 음악 장르는 1980년대 일본에 들여오게 된 이후 일본만의 음악 장르로 발전하였으며 인트로와 반주를 거쳐 보컬의 가창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 가장 중요한 후렴을 부르며 다시 반주와 아웃트로로 마무리되는 구성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은 이 작품이 드러내듯 자동차 혹은 레이스 대결을 묘사하는 듯 대결에 앞서 참가자들이 자동차의 엔진을 예열하고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출발 소리와 함께 대결이 시작되며 각자의 능력을 바탕으로 엎치락뒤치락 이어진 끝에 결승선에 도착하고 승부가 마무리되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작품을 감상하며 운전에 대한 타쿠미의 심경 변화를 지켜보면 사람의 성장과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동기부여와 보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 알 수 있다. 중학생일 때부터 가게 일을 도와 운전을 하게 된 타쿠미는 운전이라는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매일 자신의 잠을 빼앗는 귀찮은 일이었을 수도 있고 두부가 상하지 않으며 빠르게 배달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억지로 배우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일상적이고 이제는 빨리 해치우고 싶어지는 무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온 힘을 다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였음을 알게 되고 여러 사람이 추구하는 운전의 방향성을 지켜본 후 자신은 어째서 운전을 하고 있으며 대결에서 승리한 후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부분은 그의 인격적인 성장을 드러내었다.
또 그저 일로만 접근했던 운전에 상대가 생기고 기존과 다른 익숙하지 않은 곳을 운전하면서 순간순간 느낄 수 있는 상황의 변화와 승부욕 등 새로운 가치를 가지며 과거에는 아버지로부터 더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하여 배울 수밖에 없었던 운전으로 멍하니 메말라버렸던 감정이 자신의 선택으로 승부한 끝에 나름대로 정서적, 인격적 보상을 얻게 된 후에는 보상을 받지 못했던 시절보다 더욱 감정이 풍부해지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된 동기부여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운전은 사람의 성격을 드러낸다.
흔히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주변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목적지에 안전하고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운전자는 다양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그렇기에 운전을 잘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예상치 못한 그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예측불허의 주변 상황으로 인해 당황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으며 그럴 때는 평소 어떠한 모습으로 그들이 타인을 대하더라도 가장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에 가까운 말투 및 표정이나 행동 등이 드러난다.
타쿠미의 경우에도 가게 일을 도와 배달을 위한 운전을 할 때는 마치 고성능의 컴퓨터처럼 이상적인 주행으로 무표정한 얼굴에 차분하게 운전을 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결을 하거나 무례한 사람들의 시비 혹은 자신이나 주위에 대해 위협을 가할 때는 폭발할 듯한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거칠게 운전을 하거나 자신의 실력에 불안이나 긴장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인간적이고 여리기도 한 그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운전에 한하여 그렇게 바뀌는 것이지 운전대를 잡았을 때 상대를 위협하거나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기에 타쿠미 내면의 고운 심성과 어디까지나 정도를 지키는 그의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오래된 차를 운전하는 주인공이 최신 차량에 밀리지 않고 뛰어난 운전실력으로 압도하는 애니메이션 이니셜 D – First Stag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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