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제국의 공주가 되돌아간 과거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티어문 제국 이야기 감상문.
단두대 운명은 절대로 싫어!
우아하게 차를 즐기던 저택은 어느새 민중들의 분노로 불길에 휩싸였고 아무도 자신을 따르지 않는 안하무인의 여성이 지저분한 감옥에 갇힌다. 고귀한 신분처럼 보이는 그녀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빼앗긴 티어문 제국의 제1 황녀 미아 루나 티어문이었고 순식간에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고귀하고 당당했던 그녀는 이제 과거를 알아볼 수 없도록 시간이라는 힘에 굴복하며 피폐해지고 이전의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추레한 그녀의 모습은 자신이 보기에도 비참했으며 식사라고 가져온 것은 이전이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형편없는 차림새였는데 그녀에게 닥친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녀를 향한 분노의 화살에 이제 그녀의 삶이 끝을 향한다는 사실이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그동안 소중하게 적어왔던 일기를 품에 안은 채 어째서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지 계속 되뇌며 그녀의 죽음을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 앞에 그리고 자신의 최후를 알릴 단두대를 향해 터벅터벅 걷는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원망만이 남아있던 미아의 피가 일기장에 흩뿌려진 순간 알 수 없는 힘의 영향으로 잠시 뒤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의 목이 붙어있다는 사실에 안도하였고 정신을 차린 뒤 거울을 보는데 그녀의 모습은 8년이라는 시간이 되돌아간 12살의 자신이었다. 환상이나 꿈을 꾼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던 그녀는 곧 옆에 놓여있는 피 묻은 일기장, 바로 자신이 죽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그 일기장을 발견하고 당시 그녀가 느꼈던 두려움과 후회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자신이 과거에 돌아왔다는 사실과 지금처럼 지낸다면 똑같은 미래를 겪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미아는 지금껏 자기중심적이었던 태도를 바꾸며 과거 자신의 잘못과 행동을 하나씩 반성한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그녀의 태도에 주변의 인물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무엇인가 잘못한 것인지 허둥지둥하다가도 곧 그녀의 감사나 태도에 진심을 느끼고 그녀를 향한 자신들의 충성이 당연하다고 행동하는데 그들의 모습을 본 미아는 감옥에 갇혔을 시절 모든 사람이 자신을 떠나갔고 가혹한 평가와 모욕 가운데에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충성을 보였던 두 사람을 기억해 낸다. 죽기 직전까지 자신을 단장해 주었던 메이드 안느는 자신이 함부로 대하였으나 언제나 그녀의 곁에서 항상 죄송할 뿐이라며 모두가 오지 않았던 감옥을 3년이나 방문한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국의 안위를 걱정하고 자신들의 사치를 막으려 했던 젊은 신하 루드비히는 온실 속의 화초가 현실을 깨닫게 해 준 냉철한 선생님이었다.
그저 내버려 둘 수 없었다는 이유로 안느가 보여준 정성과 마지막 가는 길까지 신의 가호를 바라며 기도하는 모습에 미아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여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였었고 조금만 더 일찍 제국의 현실을 받아들였다면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기회를 놓친 왕실과 미아를 향한 그리고 고군분투하였으나 결국 아무것도 해낼 수 없었던 자신을 향한 루드비히의 눈물을 보았던 미아는 두 사람을 찾아가 지금은 그때의 충성에 보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깨닫는다. 일기에 적힌 8년의 기록은 단두대까지 이어지는 핏빛 미래였기에 자신의 기록을 바탕으로 제국의 현실을 받아들인 그녀는 당시 바깥 상황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자신의 무지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문외한인 정치나 경제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단두대 운명으로 향하는 제국이 손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 전에 자신이 겪었던 미래를 되돌리려는 미아의 행동과 말에 안느와 루드비히를 비롯해 점차 그녀의 곁에 모이는 동료들은 마치 그녀가 제국을 위기에서 구원할 성녀라도 되는 것처럼 떠받들며 멋대로 착각하게 되고 동료가 늘면서 일기장에 적었던 미래는 조금씩 바뀌었으나 마지막의 단두대 운명은 변함이 없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미래가 과연 그녀의 다짐처럼 역경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아는 단두대 운명을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긴다.
Princess' Happy Ending
오프닝 곡 Princess' Happy Ending은 과거로 되돌아온 미아가 그동안 느꼈던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결심을 노래한다. 왕족이라는 인생의 주인공과 같은 그리고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그녀의 모습은 평생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쉽게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으나 그녀의 마지막 순간은 전혀 이지(easy)모드가 아니었다. 제국이 어떠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도 모른 채 그저 궁전에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던 그녀는 나라를 망하게 하였던 어중이떠중이들에게마저 버림받았고 가까이 지냈던 이들도 감옥에 갇힌 순간 모두 자신을 떠나가는 등 인간불신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이 가사에서 그녀가 느꼈던 차가운 현실에 오히려 연민의 감정이 들기도 하였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현실에 미아는 한편으로는 야박하다고 말하나 그러한 잔혹한 현실을 만들어 낸 근본적인 원인이 된 자기중심적이고 마음대로 행동하던 자신을 깨닫고 반성과 감사를 표현하는 작중 내용이 떠오른다. 이 곡의 제목처럼 자신의 마지막이 해피 엔드가 되기 위해 지금껏 못 보고 넘어갔던 그리고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갔던 제국의 어두운 실상을 개혁하기 위해 공주라는 자신의 위치를 당연하게도 이용하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당차게 보였고 음악을 듣고 난 이후에는 자신이 주인공인 슬픈 시나리오를 전부 바꾸기 위해, 핏빛이었던 이야기를 반짝반짝 즐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아남으려는 미아의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연출 측면에서도 불타는 구체 속에서 타오르는 그림 등의 예술품과 찻잔 속의 향기로운 차는 제국의 사치로 무너졌던 과거의 시간 축을 의미한다. 그리고 단두대를 피하려 여러 행동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한 끝에는 어둡고 차갑던 동료들의 표정과 배경이 따스하고 맑은 하늘과 밝은 그들의 표정으로 변화하는 연출은 그녀가 느꼈던 차가운 현실이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낸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아 미래가 변화함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단두대에 앉아있는 미아의 모습은 이전 시간 축처럼 제압당하거나 구속당한 채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위치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 어떠한 행동이라도 나설 수 있고 이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음을 드러내었으며 마지막 장면 제국의 깃발을 든 채로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성녀로 추앙받았던 잔 다르크를 떠올리게 하여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아가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연상되는 미아와 그녀의 운명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의 요소로 다가왔다.
Queen of the Night.
엔딩 곡 Queen of the Night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아의 미래와 그녀의 꿈을 노래하였다. 쏟아질 듯 별이 가득 비추어진 호수에 조각배 한 척이 떠 있는 모습은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는 미아의 확정되지 않은 미래를 의미하며 하늘을 바라보던 그녀가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를 잡는 연출은 여러 운명 가운데 자신의 의지로 하나의 분기를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
과거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이 함께 티타임을 즐기는 연출 속에서 당황하고 어딘가 근심 어린 미래의 모습과 활기차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자랑하는 듯한 과거 미아의 대비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꿈으로 가득 차 무엇이든 될 가능성이 넘쳤고 언제나 사회는 재미있는 것으로 가득한 어린아이가 사회를 알아가고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된 이후 그때의 미소를 잃어버린 채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버린 미아의 모습에서 현실의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도 하였다.
과거의 미아를 바라보는 미래의 미아가 웃을 때 배경이 급속도로 바뀌어 수많은 일기장의 내용이 마치 미래라는 수많은 분기점을 암시하는 듯하였고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는 차가운 배경이,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바꾸려는 자신의 모습에는 따스한 느낌이 드는 배경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에서는 작품의 핵심 소재인 일기장을 떠올리게 하여 한 번뿐인 인생에 대한 그녀의 다짐을,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털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쟁취하려는 바람을 담아 어떠한 미래라도 현재 자신이 개척해 나아가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실을 이 노래의 가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주변 사람의 따스한 진심이다.
과거의 미아를 변화시킨 것은 충격적인 인생의 말로도 공격적인 폭력도 아닌 안느와 루드비히라는 가장 가까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진심을 보였던 사람들이 보여준 따스함이었고 그들이 보여주는 인생의 교훈은 이솝 우화의 북풍과 태양을 연상시켰다. 자신이 단죄를 받을 때까지 사람들이 가하는 차가운 북풍에 어째서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원망을 계속하던 미아는 루드비히의 눈물과 안느의 포옹이라는 따스한 태양에 변화한다.
오만방자하던 왕족이 죽음이라는 경고를 경험한 후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며 비록 자신만을 위한 행동이었으나 때로는 타인의 눈높이에서 때로는 밑바닥을 경험하였던 당시의 눈높이에서 행동하는 성품의 변화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아닌 자신의 단두대 운명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어떻게 보면 약삭빠르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고의 변화를 겪은 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 역시 과거였다면 핏빛 미래와 분노로 얼룩질 혹은 그저 그런 인생이 되어버릴 운명에서 벗어나 더욱 가치와 의미가 있는 미래와 자신의 성장, 희망을 꿈꾸는데 그럴 때마다 가끔 등장하는 단두대 캐릭터나 미아의 우스꽝스러운 표정 등의 묘사가 재미있었던 애니메이션이었고 언제나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좋은 방향이던지 나쁜 방향이던지 그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의 영향이 있다고 새삼 느꼈던 티어문 제국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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