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매일 특별한 고문에 굴복하여 왕국의 비밀을 불면서도 다음 날의 고문을 기대하는 기사단장이자 공주의 이야기인 공주님 "고문"의 시간입니다. 감상문
오늘도 공주는 굴복했다.
국왕군과 마왕군이 격돌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나자 왕녀이자 제3 기사단의 단장인 공주는 병력을 이끌고 적과 싸우던 원정에서 호쾌한 검술로 사기를 끌어올렸고 그렇게 승리의 길이 보이리라 생각하였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공주는 사로잡혀 발에는 족쇄를 옷은 포로의 차림으로 의지를 가진 자신의 성검 엑스와 함께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쓸쓸한 마왕성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그동안 기사단장으로 세웠던 수많은 무훈으로 마왕성에 갇힌 시련 정도는 굳세게 견딜 것이라 그녀의 굳건함을 믿는 성검 엑스를 두고 곧이어 감옥으로 다가오는 마족은 공주에게 왕국의 비밀을 털어놓으라며 감옥 안으로 들어와 입을 열지 않는 그녀에게 어쩔 수 없이 오늘부터 본격적인 고문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다.
고문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려는 마왕군 최고위 고문관 토처 토르튜어를 보고 공주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그녀의 입에 달린 왕국의 운명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고 있는 듯하였다. 공주의 결의를 인정한 토처는 이제 자신이 선언한 고문의 시간에 걸맞은 무시무시한 고문 기구를 보여주며 그녀를 위한(?) 고문을 시작하는데 무시무시한 고문 기구에서 등장하는 것의 정체는 버터가 올라간 갓 구운 토스트였다. 악랄하고 잔혹한 고문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이들에게 뜻밖의 고문은 오히려 한순간에 경계를 풀어 공주 자신도 모르게 계략에 넘어갈 뻔하였고 모락모락 맛있는 향과 따뜻한 김이 풍겨오는 토스트는 계속해서 공주의 결의를 흔들어 이내 적들의 수법에 넘어가 한심할 정도로 표정이 풀어진 나머지 자신의 검에게 변명을 늘어놓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조금은 독특한 고문에 결국은 왕국의 비밀 한 가지를 실토하게 되었고 이제 비밀을 알아낸 최고위 고문관은 그녀에게 용건이 없다며 냉정하게 돌아가려는 듯하였으나 고문에 고생했다며 갑자기 토스트 파티를 시작한다. 잔뜩 신이 난 채 토스트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 과연 이들이 지금 고문의 정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엑스에게 의문이 생길 즈음 그렇게 그날의 고문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공주의 정보 제공에도 아직 마왕군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하였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토처는 아군에게 유익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공주의 석방을 연기하고 조금 이상한 고문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것은 마왕군 최고위 고문관과 그녀의 동료들이 유익한 정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고문을 개시하고 공주 역시 허술하게 굴복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어느 이상한 고문에 대한 기록이다.
거꾸로 가는 매직
오프닝 곡 ‘거꾸로 가는 매직’은 감옥에 갇힌 공주의 심정과 친구가 된 고문관들 사이의 아이러니함을 노래한다. 전쟁을 불사하였던 적들 가운데 놓인 공주는 설마 자신이 붙잡혀 포로가 될 것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설마라고 생각하던 만남과 처음에는 대척점과도 같은 그들 사이의 차이에 긴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특별한 고문을 받고 그들과 친구가 되면서 때로는 고문을 진행하지 않는 일정에 의문을 가지기도 아무런 의도가 없는 순수한 행동에 스스로 굴복하여 비밀을 누설하기도 하는 등 스스로가 보기에도 약해진 모습을 보이는데 혼자가 익숙해진 지 오래되었다고 말하며 스스로 다그치던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며 위태롭게 혼자서 모든 것을 떠안았던 불안감을 씻어내고 고문관들의 고문 선언이나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빛이 점차 그녀의 인생을 밝게 비춰줌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곡이었다.
그리고 제한된 영역이지만 그들과 일상에서의 즐거움을 누리고 새롭게 경험할 고문을 기대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다른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 때로는 실수하며 함께 꾸중을 듣게 되더라도 서로에게 의지하여 훌훌 털어버린 채 다음 날 또 어떤 장난이나 즐거운 놀이를 할지 상상하는 밝은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였고 그러한 생각이 공주가 포로라는 사실을 점차 흐릿하게 바꾸어 공주의 행동이나 그녀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아이러니한 행동이 제목 그대로 거꾸로 가는 매직 같다는 공감도 느껴졌다.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불어
엔딩 곡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불어’는 공주이자 기사로 자라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이 나름대로 억압된 인생을 살았던 공주가 느끼는 매일매일의 특별한 고문을 노래한다. 고문을 받으며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여러 치밀한 유혹과 함정에 근심하며 저항하지만 열심히 애써도 결국은 굴복하는 이 이야기에서 그녀는 언제나 시무룩하고 괴롭기만 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고 난 이후에는 사실 정말 나가고 싶다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을 텐데도 그녀는 자신에게 소원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탈옥이나 석방을 바라지 않으며 오히려 그날의 고문에서 행복을 만끽하기에 이를 통해 No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가 발설하는 왕국의 비밀이 사실 대단하지 않을 때도 있어서 고문이 계속되는 상황에 때로는 토처가 고문을 미루거나 적당하게 넘어가려는 몇몇 장면에서 공주에 대한 걱정과 어차피 정해진 기한 없이 그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고문에 가끔은 주춤하거나 돌아서 가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매일 선언하는 고문의 시작과 그날의 굴복에 그동안의 고민이나 걱정으로 흐렸던 마음의 구름을 날려버려 맑게 갠 공주가 후련하게 잠이 드는 모습은 내일은 또 내일의 바람이 불어오듯이 왕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이 특별한 일상을 공주가 사랑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
항상 토처는 고문을 개시하기에 앞서 공주에게 고문의 시간이라고 선언한다. 공주의 차림이나 족쇄 등 그녀가 포로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보여주지만 공주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는 환경이라거나 마족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 고문이라는 이름의 힐링을 지켜보자면 토처나 다른 이들이 고문의 시간이라며 시작하는 선언은 고문이라는 단어가 가졌던 고정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며 이는 자유로운 그들의 행동을 통해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잊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상대편을 굴복시키기에 효과적인 방법이 그들보다 자신들의 환경이 더 좋다고 세뇌하며 실제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터넷을 통해 읽어본 기억이 있는데 현재 공주가 처한 환경과 마족들의 모습은 작품의 첫 장면에서 날카로운 인상으로 그들과 싸웠던 공주의 모습과 현재 모습의 대비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그러한 공주의 변화 이외에도 그녀가 겪었던 왕국에서의 삶보다 비록 감옥에 갇혀있지만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마왕성에서의 삶이 그녀를 더욱 굴복하기 쉽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또 공주가 말하는 정말 중요한 정보나 시답잖은 정보 등 수많은 비밀이 매회 등장하지만 이를 제대로 써먹지 않는 마왕의 태도에서 사실 이미 충분한 전력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음에도 자신들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무리를 피하고 적당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웃음을 참으며 지켜보는 여러 설정이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굴복한 뒤 행복한 표정의 공주와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 점차 그녀의 굴복에 포기하게 되는 성검 엑스의 독백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 요소였고 보통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고문과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고 잔인하며 강압적으로 이를 진행하는 인물이 떠오르는 고문관에 대한 선입견이 토처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해서 그들의 행동이 조금은 부드럽고 다른 방향의 재미로 바뀜을 느낄 수 있었다.
종족이나 나이 등을 초월하여 가까워진 그들이 친구가 되는 모습이나 가정적이고 오히려 인간적인 마왕의 모습에서는 요즈음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트렌드를 떠올려 과거에는 적대적이고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굴복시키며 대결이나 엄격한 위계질서가 주가 되었다면 요즈음 작품들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리 화합과 나눔, 다정함 등 다른 방향의 가치에 주목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작품에서 드러나듯 공주를 가혹하게 대하지 않고 오히려 나름대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걱정도 하는 등의 대우를 볼 때 그저 외로운 공주가 괴롭거나 심심하지 않도록 돌봐주는 느낌을 받았고 강인한 신체와 정신력으로 어떠한 고문이라도 견뎌내겠다는 공주의 의지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꺾어버려 굴복시키는 조금은 특별한 고문의 이야기였던 ‘공주님 고문의 시간입니다.’였다.
'영화ㆍ애니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가 내일도 안경을 깜빡하게 해주세요.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빡했다 감상문. (2) | 2024.04.14 |
---|---|
총을 들지 않고 맨몸으로 전장에 나선 의무병. 핵소 고지 감상문 (0) | 2024.04.06 |
추억도 언젠가 변한다. 하지만 영사기를 만지던 토토를 기억해. 시네마 천국 감상문 (4) | 2024.03.17 |
비참한 최후를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노력하는 공주의 이야기. 티어문 제국 이야기 감상문. (0) | 2024.03.10 |
행복은 멀리있지 않아 후회를 남기지 말자. 노킹 온 헤븐스 도어 감상문 (0) | 2024.03.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