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가치와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감상문.
두 시한부 인생의 일탈
마틴은 뇌종양 말기로 병원을 찾아와 종양을 잘라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느냐고 의사에게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늦었다며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의사의 경고였고 앞으로 며칠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한다. 또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은 루디는 아버지에 이어 자신도 직면한 암이라는 괴물에 수년의 치료에도 결국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희망은 없다는 듯 비관 속에서 의사와 대화한다. 지난 20년 동안 의학의 성장 속에서도 골수암에 대한 분야는 별 진전이 없었다고 말하는 그를 바라보던 의사의 심적 고통이 심하겠다는 위로는 “죽는다는 게 어차피 고통스러운 것 아닌가요?”라는 퉁명스러운 말로 그 심경을 헤아릴 수 없다는 듯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간호사의 안내로 외모도 성격도 취향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은 그렇게 같은 병실에서 만난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그날 밤 서로의 처지에 이야기를 나누며 마치 자신들이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가 된 듯 혹은 쓰레기장에 버려진 쓰레기가 된 듯 한탄하다가 우연히 병실 서랍의 술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짠 듯이 음주라는 일탈을 행동에 옮기는데 은근하게 취한 채 바다에 대한 멋진 한 소절을 읊는 마틴을 바라보던 루디는 자신이 한 번도 바다에 가본 적 없다고 고백한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마틴은 현재 자신들이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세상과 작별할 순간이 다가오는데 바다의 아름다움과 석양의 강렬함을 느껴보지 못해서야 되겠냐고 부추겼고 두 사람은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병원의 주차장에서 괜찮은 차를 물색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이 주차한 차를 발견한 뒤 자유롭게 탑승하며 유유히 병원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아침이 되고 술에서 깬 루디가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이며 바다를 보고 싶다는 열망과 차를 훔치는 등 자신이 저질러버린 행동 사이에서 죄책감에 사로잡히자 마틴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 그를 다독이며 여행을 계속한다. 한편 어이없게 차와 트렁크에 보관 중인 100만 마르크의 돈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범죄 조직원 압둘과 헹크에 이어 돈이 없다고 여겼던 마틴과 루디가 벌인 강도 행위에 수배령을 내린 경찰마저 순식간에 두 사람을 쫓기 시작한다. 여전히 바다를 향해 정처 없이 떠나던 두 사람은 우연히 트렁크에 보관된 거금을 발견하였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들을 위해 가진 돈을 펑펑 쓰면서 나름의 버킷리스트를 서로 작성한다. 하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던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들은 뒤쫓아 온 경찰과 압둘, 헹크에 의하여 어쩌다 보니 꼬여버렸고 두 사람은 추격에서 벗어나 바다를 향한 여정을 일단 계속하기로 마음먹는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두 사람이 차를 타고 바다로 향할 때 루디는 우연히 사이드미러에 적힌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에 집중한다. 흥이 넘치는 마틴과 어디로 향할지 어떤 여행지가 그들에게 감동을 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마틴이 발음하기도 힘든 멋진 곳으로 떠나보자고 말하지만 루디는 사이드미러를 보고는 곧 “내겐 바다면 충분해.”라고 답한다.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의 ‘바다를 보고 싶다.’라는 사소한 이유로 이 여행이 시작된 것처럼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바로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무엇인가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며 이를 우리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의 행복도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경쟁을 통해 우리는 나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면서 시기, 질투, 부러움에 휩싸인 채 언젠가부터 나 자신의 행복이 멀리 있다고 스스로 불행에 목마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드러나듯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큰 불행에 빠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당연하게 여겼던 잘 먹고, 잘 자고,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어쩌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가치를 당시부터 알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노을빛의 강렬함은 마음에 남은 의지의 촛불과 같다.
영화에서 폭력조직의 두목이 말한 바와 같이 노을빛의 강렬함은 마음에 남은 의지의 불꽃과 같고 이러한 개념은 수많은 미디어나 이야기의 소재로 형상화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 저마다 마음에서 의지의 불꽃을 불태우며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과 격려를 하기도 하였으나 큰 목표를 품었던 사람이 자신의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끝에 결국 목표를 이룬 뒤 다음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거나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등 삶의 목적을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주위에 존재한다. 여기에서 이 영화가 가져다주는 교훈은 단순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써버리고 노을빛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의지를 나타내는 촛불을 다 태워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촛불을 지속시키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계속 태우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마음의 초를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점을 이 영화는 담고 있다. 두 사람의 모든 버킷리스트 가운데에서도 그들이 가장 처음 생각했고 그들의 여행에 근간이 되었던 것은 바다를 향한 꿈이었고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속시킨 그들의 촛불처럼 어떠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난을 마주하게 되어도 자신이 꿈꾸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촛불을 하나쯤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마틴이 병원에서 언급하였듯이 두 사람의 시한부 인생은 마치 천국의 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노크와도 같고 중간중간 마틴이 발작을 일으키는 장면은 이를 연상시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아무렇게나 내키는 대로 살아가라고 혹은 현실을 그저 즐기기만 하라고 영화가 말하는 것일까?
웹툰 ‘죽음에 관하여’는 마틴과 루디처럼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나 자신이 경험한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람 등 죽음이라는 소재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과 의식의 세계라는 공간에서 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표현함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사람이 죽음이라는 공포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는 모든 것을 포기하기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며 그동안 남긴 후회나 죄책감에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타인을 탓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분노로 얼룩진 최후에 벌을 받는 사람도 있으며 타인에 대한 용서나 자기 잘못에 대한 참회로 삶을 마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두 작품의 일관된 관점은 바로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것이었고 그러한 의미로 제목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면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는 문이 열리기 전 본인 스스로 삶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남은 후회를 정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매 순간 천국의 문에 노크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손님일 뿐이고 죽음이라는 천국의 집 문을 누군가 열어주는지 열어주지 않는지에 따라 그 문에 들어서게 될지 아닐지를 겪는 것이다. 우리말 가운데 ‘오는 순서는 있지만 가는 순서는 없다.’라는 말처럼 그리고 사이드미러의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처럼 죽음의 이미지가 언제나 가까이 있음을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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