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한때는 천재라고 불렸던 중년의 게이머가 고전 비디오 게임을 현실로 구현한 외계인들의 침략을 막아내는 픽셀 감상문.
도시 전체를 무대로 팩맨을 해보자
1982년 여름 샘 브레너는 비디오 게임 오락실이 새롭게 문을 열자 친구인 윌 쿠퍼와 들뜬 마음으로 오락실에 들어선다.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샘은 남들과는 다르게 게임을 하면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며 수많은 게임을 섭렵하였고 마침내 1982년 세계 비디오 게임 대회에 참가하여 쟁쟁한 라이벌을 물리친 뒤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결승에서 아쉽게 패하며 씁쓸한 마음을 삼키는데 1982년의 문화와 인류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NASA의 직원이 직접 방문한 점이 이 대회가 특별해진 이유였고 그 기록물을 우주로 쏘아 올려 혹시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인들에게 전할 인사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은 다른 지적 생명체가 있을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었으나 이로 인해 미래에 벌어질 일을 그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예전과 같이 초롱초롱한 눈은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으나 아직도 그 시절의 게임에 대한 열의는 가지고 있었다. 게임기 설치 기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샘과 어쩌다 대통령이 되어 국민의 비웃음을 사는 것이 일상인 윌의 모습은 서로가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친구로서 게임 동료로서 서로에게 의지하였다. 그런 평화로운 일상의 어느 날 아침 6시 22분 괌 상공에서는 의문의 빛과 그 빛을 뒤로하고 나오는 비행물체들이 앞으로 일어날 충격적인 사건의 전조증상이었고 곧이어 주둔 중인 미군의 대응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치 고전 게임 갤러그의 그들과 같은 미확인 물체들이 닿는 모든 것을 픽셀로 만들어버리며 부대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 소식은 대통령인 윌에게 전달되어 지구를 향한 위험한 침입과 고전 비디오 게임 사이의 연관성을 판단한 뒤 그는 급하게 샘을 불러 긴급회의에 참석시키지만 정부의 요인들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여기면서 샘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들은 대통령이 직접 부른 기술 자문이라는 직책에도 자신을 소개하는 샘의 이야기를 듣자 사회적 지위가 그들보다 낮다는 이유로 내쫓기를 바랐으며 결국 대통령마저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샘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회의에서 쫓겨난 뒤 돌아가는 샘에게 음모론자이자 과거 위대한 순간이 기록될 당시 함께 그 공간에 있었던 러드로우가 다가와 괌을 공격한 그 침입이 외계인의 소행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였고 당시 우주로 보냈던 영상의 고전 게임을 외계인들이 실제로 구현하여 교신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그가 녹화한 영상에서는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교신을 위해 쏘아 올렸던 그것을 그들은 공격의 의사로 받아들였으며 지구의 존속을 놓고 대결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고전 게임 규칙에 따라 주어지는 세 개의 목숨 가운데 자신들이 첫 번째로 시작한 갤러그는 지구인의 패배였고 이어지는 게임을 두 번 더 패배하면 지구가 파괴되는 죽음의 레이스에서 다음 게임의 예고가 공개된다.
이에 대통령은 비밀리에 샘과 러드로우를 다시 불러 긴급히 의견을 나누는데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짊어지면서도 국민들의 비웃음을 사곤 했던 윌은 국제 정세에서도 비웃음을 살까 걱정하며 머뭇거린다. 결국 예고에 따라 공격받은 인도를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윌이 자신의 체면보다 더 중요한 사안에 책임을 느끼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밀 시설에 두 사람을 데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사람의 게임 지식을 부하들이 학습하고 지금까지는 크게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세계 최고의 게임 실력과 그들의 천재성이 이번에는 적을 예측할 단서가 되어 지구를 구해내기를 바란다. 영화 픽셀은 이후 샘과 동료들이 고전 비디오 게임을 흉내 내는 외계인에 맞서 그들이 제시하는 게임을 클리어하며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내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유쾌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시대에 리셋 버튼은 없었어.
정말 즐겁게 한 게임이나 놀이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그 게임을 하며 특별한 추억이 있거나 특별한 사람과 함께한 경우라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그 게임을 찾아와 기억을 더듬어 즐기기도 하며 플레이하면서 가끔은 예전처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의 희열이나 예전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뇌지컬'이라는 순발력과 판단능력으로 다른 방식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샘이 아무리 최고의 비디오 게임 플레이어였으며 게임과 관련된 일을 지금도 업으로 삼는다고 해도 나이를 먹은 몸이 제대로 움직일지가 궁금하였고 특히나 지구의 운명이 걸려있는 긴박한 도박에서 게임 컨트롤러나 조이스틱이 아닌 실제로 움직여 게임의 캐릭터처럼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단순한 피지컬만으로는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였다.
또 정말 좋아하던 게임에서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꺾인 뒤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자신의 신세와 그러한 자신을 무시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오만함은 정말 빛났던 순간을 샘 스스로도 잊게 만들었지만 그렇게 주눅이 든 그를 다시 빛나게 갈고닦았던 사람은 언제나 곁에서 그의 천재성을 믿고 그 천재성을 생산적인 무언가를 위해 사용하기를 바랐던 윌이었다. 윌도 윌 나름 세상을 살아가며 어릴 적 간직했던 게임의 열정을 외면한 채 대통령이라는 직무를 수행해야만 했고 때로는 국민에게 무시를 받아도 기자들이 그의 언행에 꼬투리를 잡아도 자신이 추진한 일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도 그는 겉으로 보이는 가짜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벙커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안위를 지키려 직접 샘과 함께 움직이겠다는 결의를 표명할 때의 웃음에서 어릴 적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던 때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영화를 본 뒤에는 '과연 나에게 어릴 적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즐겼던 순간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하고 떠올려 보는 계기가 되었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그리고 샘이 말했던 “우리 시대에 리셋 버튼은 없었어.”라는 대사는 어떻게 보면 낭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 시절만의 사회현상을 드러내었는데 목표를 위해 어떻게든 성과를 달성하고 때로는 모욕을 참으며 때로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미루면서 이를 위하여 포기하고 버려지는 것들도 많았던 시간을 지나온 어른의 모습을 샘과 윌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일이든 게임 같은 취미든 무엇인가를 잘못했을 때 지우거나 돌이킬 수 있는 리셋이 널리 퍼져있고 실수나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샘도 리셋을 바라던 순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눅이 들었던 그가 주위 인물들의 믿음과 격려로 실패의 트라우마를 마주한 뒤 앞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그는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자 진정으로 게임을 즐기던 그 시절의 마음으로 자신을 리셋할 수 있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요즈음은 수십 년 전의 과거와 달리 게임이 e-sports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를 전문적인 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들도 늘어났으며 그들을 양성하는 기관도 생겨났다. 하지만 영화의 일부분에서는 아직도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샘과 같은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군 관계자들의 권위적이고 남을 하대하는 태도와 이후에는 그들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장면을 통해 이를 볼 때마다 사람마다 잘하는 능력과 살아온 환경, 경험이 다름에도 자신이 경험하고 본 것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우물 안 개구리들과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꼰대’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 느껴졌다. 누구라도 잘하는 특기가 있고 그 특기를 살릴 기회가 있으며 누구라도 남의 직업을 천대하며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메시지와 함께 번화한 도시를 배경 삼아 외계인과 실제로 구현한 게임 대결을 한다는 참신한 발상으로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영화 '픽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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