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는 부활동이 있다고요?
고등학교 신입생이 된 츠루기 히나는 비활동적인 인도어(indoor) 취향이자 수예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로 바다가 보이는 아버지의 고향에 이사를 오게 되었고 도시에서 시골인 어촌 마을로 이사를 오는 것에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으나 이내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고는 불안함은 좋아하는 수예 동아리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며 기대로 바뀐다. 바다의 상쾌하고 평화로운 풍경은 좋아함에도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여러 생물에 기겁하는 히나는 아직 어촌 생활에 적응이 필요한 것 같았다.
다시금 이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녀는 방파제에서 휘청거리며 주저앉은 사람을 보게 되었고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뛰어가는데 상대는 그저 낚시를 즐기려던 행동이 오해를 불렀다는 말로 대화를 이어가 히나가 새롭게 입학하게 된 고등학교의 3학년인 선배 쿠로이와 유우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쿠로이와는 자신이 즐기던 낚시를 히나에게 권했고 처음 접하는 낚시는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지루함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하지만 갑자기 묵직한 느낌과 함께 히나가 들어 올린 낚싯대에는 문어가 걸려있었고 수생 생물에 안절부절못하는 그녀를 본 쿠로이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도와주는 조건으로 반강제(?)적인 부 활동에 가입시킨다. 쿠로이와가 제안한 부 활동은 역시나 낚시를 즐기는 제방부였으며 바다를 가까이한 특징으로 우미노 고등학교의 특권이라며 제방부 부장인 그녀를 통해 적응하기 힘들지만 수생 생물을 마주하게 된 히나였다.
입학식이 끝나고 히나는 좋아하는 수예를 마음껏 할 줄 알았던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와 제방부 활동을 거절할 결심을 하는데 일찍 도착한 부실 근처에서 어릴 적 함께 놀았던 호다카 나츠미를 만났고 곧이어 한 학년 선배인 오노 마코토와도 인사하며 서로를 소개한다. 4명이 되어 간신히 활동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제방부였으나 히나가 가입을 거절할 생각에 찾아왔기에 부장인 쿠로이와는 역시 억지로 권유하기보다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낚시를 그저 체험해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한다. 제방부의 모토 ‘낚이면 먹는다!’를 위해 체험한 낚시에서 히나는 처음으로 입질과 손맛의 짜릿함을 경험하며 낚아 올린 작은 물고기에게서 커다란 생명력을 한껏 느낀다.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했던 하루 동안의 즐거움은 그녀가 낚시와 바다에 더욱 가까워져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로는 정식으로 제방부에 가입한 뒤 낚시의 재미를 알게 된 히나와 제방부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방과 후 제방 일지에 그려져있다.
Sea Horizon
오프닝 곡 ‘Sea Horizon’은 일상적인 어촌 마을에서 낚시라는 즐거움과 기대를 경험하는 히나의 마음을 표현한다. 통학로와 부실로 가는 길은 여느 때와 같지만 낚시라는 재미를 알게 된 히나에게는 내향적이며 조금은 정적이기도 했던 그녀의 삶이 활동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주위에서 이끌며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제방부의 모습은 마치 얽힌 낚싯줄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인연이 끈끈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어떠한 근심과 걱정이 생길 때도 있지만 엉킨 줄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과정처럼 경험을 통해 재미를 느끼게 된 낚시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중하는 모습은 지금 빛나는 수면 위를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진 바다인 수평선과 같이 캐스팅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생물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과 무한한 가능성을 담았다.
낚시의 세계로
엔딩 곡 ‘낚시의 세계로’는 이 애니메이션이 드러내고자 하는 가치를 잘 드러낸다. 이왕 하기로 마음을 먹은 바는 그에 따른 각오를 할 것, 눈앞에 시련이나 고난에 눈이 팔려있으면 더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를 놓칠 수 있다는 것, 목표를 크게 잡고 기대하는 순간에도 마음은 흔들리지 않고 곧은 길을 갈 것 등 이는 낚시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명심해야 할 중요한 지침들이다. 그러면서도 낚시를 메인으로 보여주는 작품답게 낚시꾼으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노래한다.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낚시 중 생긴 쓰레기는 깨끗하게 치우며 노력을 통해 얻은 성과는 그 생명과 바다에 감사한 마음으로 생명을 거둔 후 맛있게 먹는 것이 낚은 사람의 책무라는 등이 그러하다.
낚시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큰 파도나 작은 파도가 밀려오고 이러한 시련에 더불어 입질마저 전혀 없는 허탕을 치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실망을 넘어서 낚시꾼들이 또다시 캐스팅하는 것은 자원의 보고이자 생명력의 원천인 바다가 보여주는 가능성에 함께 올라타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로망을 낚아 올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이유는 자신의 힘으로 자연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도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그 과정의 기대와 어떤 결과를 얻을지 알 수 없는 호기심도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조과에 집착하여 이런 즐거움에서 눈을 돌린다면 일부분만 즐기면서 낚시의 세계 전체를 경험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삼시세끼 어촌편
tvN에서 방영되었던 ‘삼시세끼 어촌편’은 매 시즌 수많은 음식과 눈을 호강시키는 풍경, 소소한 즐거움과 어촌의 일상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과 인기를 누렸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출연진의 호흡과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일상적인 하루 3 끼니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 물고기를 낚거나 통발에 무엇인가 걸려있을 때, 갯벌에서 조개를 발견하거나 때로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에 사람들은 자신도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함께 아쉬움을 나누기도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공감은 격정적인 장면이 많지 않다는 특징에도 사람들이 몰입하게 되는 요소였고 간접적인 경험으로도 긴장감과 흥분을 불러일으켰으며 일상적인 어촌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과 출연진의 생활에서 묻어나는 여유는 바쁜 삶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과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였다.
어촌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약간은 비릿한 바다 내음과 주민들이 바다를 대하는 자세, 수산물들의 생명력을 이 애니메이션은 잘 보여주었다. 낚시라는 활동적인 행동을 통해 소극적이었던 히나가 변화하는 모습이나 몰랐던 분야에 재미를 느낀 후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태도는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중간중간 히나가 수산생물에 익숙하지 않아 보여주는 장면이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예 활동 혹은 수예를 생선에 빗대어 행동할 때 보여주는 웃음 포인트가 이 작품만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앞서 여러 번 말했듯이 바다는 수많은 자원의 서식처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과 동시에 아직도 미개척의 영역이 남아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그리고 제방부의 일원들이 경험하는 바다의 소중함과 자신이 잡은 생명체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에피소드 가운데 일부 부주의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였던 사람들의 결과로 불편함을 평생 짊어지게 된 왜가리를 보여주는 장면은 엔딩 곡이었던 ‘낚시의 세계로’에서도 드러나듯이 자연환경과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여러 매체에서도 호소하듯 사람이 무신경하게 버린 쓰레기로 인해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 수많은 자연의 일부가 더 생기지 않도록 이를 주의하고 다음 세대와 나의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평소에는 잊고 살았던 내가 먹는 것이나 나의 주위를 유지하는 자연환경에 대한 감사와 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느껴지는 생명력, 순환의 일부가 되어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방과 후 제방 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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