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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인격적 성장을 통해 인식하는 죄의 무게. 베이비 드라이버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3. 12. 3.

베이비 드라이버 영화 포스터

 

남자답게 결정해 베이비

은행을 노린 강도 3명과 도주로의 확보를 위해 차에서 대기하는 남자는 이윽고 3명이 은행을 털고 나오자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이 종횡무진 운전하며 경찰을 따돌린 뒤 정해진 장소에서 차를 바꿔 유유히 현장을 벗어난다. 베이비라는 닉네임으로 범행에 가담한 그는 음악과 운전이 세상 전부인 듯 한시도 귀에서 이어폰을 떼어놓지 않으며 음악을 즐기다가 아지트로 돌아오는데 사실 5인조로 이 범행을 기획한 박사에게 빚이 있었기 때문에 베이비는 보수를 나눈 뒤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액수만을 가지고 채무 청산을 위해 마지막 한 건을 더 해야만 한다는 사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청각 장애가 있는 양아버지는 돌아온 그를 보며 위험한 일로 벌어들인 돈과 자신을 걱정하였으나 베이비는 앞으로 한 건만 끝내면 괜찮을 거라며 능청스럽게 주제를 바꾼다.

 

박사가 걸어올 전화를 식당에서 무료하게 기다리던 베이비는 주문을 받으러 온 여직원에게 마음을 빼앗겨 운전하는 일이 직업인 것처럼 어물어물 대답한 뒤 언제가 재미로 운전한 마지막이었는지 물어보는 그녀의 질문에 적당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그녀가 흥얼거리는 음악에 관심을 보이며 곡을 물어본 베이비는 즉시 레코드판을 구매한 뒤 집으로 돌아와 즐기기 시작하는데 잠깐의 여유도 사치였을까 이내 박사가 거는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새로운 범행에 가담한다. 새로운 동료들은 베이비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였으나 양아버지와 생활하며 말하는 입 모양만으로도 이해하는 법을 배웠던 베이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한다. 계획이 시작되고 이제껏 현장의 바깥에서 기다리기만 했던 베이비는 자신들의 범죄에 다치고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보며 무엇인가 충격을 받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도 경찰을 따돌린 뒤 아지트로 돌아왔다.

 

드디어 박사의 빚을 청산한 베이비는 일을 마친 뒤 후련해진 듯 자리를 떠나 항상 가던 식당에서 마음을 빼앗긴 직원과 대화하여 그녀의 이름이 데보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식당은 어머니가 가끔 일하던 곳이었고 데보라에게서 어머니를 느낀 것이었는지 베이비는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와 대화하다 그녀의 삶에서 공통점도 찾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가 다음 만날 약속도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베이비에게 양아버지는 범죄와 연루되는 위험한 운전을 하기보다는 행복을 배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고 마침 자유의 몸이 된 베이비도 그의 걱정을 받아들여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는 일을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기다리던 데이트는 순조롭게 지나가는 듯하였으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베이비는 박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박사는 채무 관계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베이비를 주시하고 있었고 언제나 신들린 운전실력으로 자신의 계획을 완수하는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과거 실수한 동료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 그가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신과 주변에 끼칠 위험과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데보라의 실망이 두려워진 베이비는 어쩔 수 없이 과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깊은 범죄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데보라와 도망치는 것과 범죄 사이에서 고민하는 베이비가 어떠한 결심을 하게 되고 행동에 옮기는지 그의 인격적인 성장을 음악과 함께 즐기는 것이 베이비 드라이버의 주된 이야기이다.

 

 

베이비 드라이버 감상문 썸네일

 

음악의 가치

이 영화에서 음악은 베이비의 정체성이자 감정을 대변하기도 그에게 남은 일말의 양심을 대표하기도 한다. 일상뿐 아니라 범죄 현장이나 아지트, 일상에서의 일을 녹음하고 되새기는 것은 그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어린 나이에 잃은 부모님과 충격적인 사고의 기억으로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추억이라는 가치를 음악을 통해 집착하도록 만들기도 했고 자신이 가담한 범죄에 대한 일말의 양심이 이 죄의 무게를 잊지 않도록 그리고 자신이 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였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 각각이 서사를 보여주며 이야기 전개에 힘을 실어주는 점과 자신이 함께한 범죄에서 눈을 돌린 채 직접적 상관이 없는 외부인으로 여겼던 그에서 격정적인 음악과 굳은 결심이 지나간 뒤 마침내 마음의 평화와 죄의 청산을 받아들인 그의 주변에는 잔잔하고 따스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목이 베이비 드라이버라는 점도 작품 속 박사가 말했던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남자답게 결정해!’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데보라를 만나기 전에는 베이비였던 그가 성숙해진 뒤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죄의 무게

베이비를 쫓는 동료가 말했듯이 죄를 지은 사람에게 탈출구는 없고 그 사실은 어디에 있더라도 영원히 그를 쫓아간다. 베이비도 처음에는 도망치려 했고 자신으로 인해 벌어지는 범행에서 눈을 돌린 채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으나 직접 눈으로 참상을 보게 된 뒤 겪는 마음의 변화 그리고 데보라가 베이비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본인이 아무리 밑바닥의 돼먹지 못한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과 지켜야 할 존재가 있다는 점은 심경의 변화를 겪은 베이비의 인격을 성숙시켰고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기에 주저함을 없앴다. 25년을 도망칠 것인지 죄의 무게를 감당하며 정말 새로운 사람이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베이비가 후자를 택하며 수감 중 바닥을 청소하는 장면은 자신의 밑바닥에 남아있는 죄의 허울과 세상에 오염된 때를 말끔히 청소함을 의미하는 듯하였다.

 

사람이 잘못된 길에 들어서게 되면 어느새 자신도 주위에 동화되어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고 발버둥 치더라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또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고 결심해도 박사처럼 자신과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이들 때문에 또다시 어둠에 삼켜지는 사람도 현실에서는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베이비를 보여주며 이러한 범죄를 옹호하지 않았고 죄의 청산이 쉽지 않다는 것 역시도 강조한다. 죄를 저지르면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자신이 눈을 돌린다고 해도 그 죄의 무게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잘못된 길을 헤맨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속죄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베이비 드라이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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