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ㆍ애니 감상문

존재감 없는 나를 찾아내 당황시키는 그녀. 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3. 11. 12.

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공기남과 인기녀

주인공인 시라이시 준타는 평소 존재감이 적은 아이였는데 어느 날 중학교 졸업사진에 자신이 함께 찍혔음에도 약한 존재감으로 인해서 자신의 사진을 추가로 합성한 사실을 알아차리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고등학생이 되어 청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그는 반짝반짝 빛나 그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청춘을 즐기고 싶다는 누구나 할만한 평범한 생각을 주변을 보며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담임 선생님마저도 기척을 느끼지 못해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야만 그를 알아차릴 수 있었고 반 친구들이 공기와 같은 자신의 존재를 가끔 인식할 때 특별한 일처럼 반응하는 상황은 남들과 다른 자신이 청춘을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청춘이라는 무대에서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시라이시는 그 무대조차 오를 수 없다고 단정을 지어버리곤 그저 배경의 일부 혹은 무대 바깥 관객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시라이시에게도 자신이 평범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으니 옆자리의 쿠보 양이 먼저 발견하고 인사하며 웃어줄 때였다. 다른 사람은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자신을 쿠보만은 언제나 찾아내 이야기할 때 시라이시는 더는 관객이나 병풍이 아니라 청춘의 주인공이 되어간다. 옆자리인 쿠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며 인기도 많아 마치 여주인공처럼 느껴지기에 시라이시는 그녀를 병풍과도 같은 자신과 가장 인연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었고 그런 쿠보가 어째서 자신에게 관심이 생긴 것인지 그리고 다가왔을 때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궁금하게 여기기도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쿠보는 그녀 나름대로 평범하게 찾을 수 있는 시라이시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엇인가 자신만의 비밀이 생긴 것처럼 미묘한 감정이 생겼다. 쿠보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시라이시도 공기나 병풍이 되지 않은 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고 청춘의 무대에 오른 기쁨을 느꼈으며 쿠보는 그런 시라이시를 보고는 자신만 아는 그의 모습을 주위의 사람들도 알아차리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녀 스스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그 이야기의 여주인공이 되어간다.

 

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감상문 썸네일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오프닝 곡 ‘드라마틱하지 않아도’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쿠보의 감정에 대입하여 청춘이라는 시기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순간순간이 항상 극적이지만은 않지만 그 자체로도 소중한 나날들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말한다. 처음 곡이 시작될 때는 쿠보의 주변이 회색빛으로 쓸쓸하게 느껴지는데 시라이시를 발견했을 때 그의 존재감에서부터 색이 칠해지는 연출은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이라도 시라이시를 만나면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록색 불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고 빨간색 불은 움직임을 멈춘 채 다음 행동을 기다린다는 관점에서 신호등은 사람의 감정이나 극적인 순간을 의미한다고 느껴졌다. 사람의 감정이나 일상에서도 초록색 불처럼 역동적이고 극적인 순간이 있을 때도 있지만 빨간색 불처럼 조금은 정적이고 지루하기도 한 하루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침내 깜빡이던 신호등이 분해되었을 때 여러 상상을 하는 쿠보의 모습은 시라이시를 만나게 되며 어떤 하루가 되더라도 상관없이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보낸 행복한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지고 이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을 담았다.

 

어렴풋이 또렷한

엔딩 곡 ‘어렴풋이 또렷한’은 미래를 고민하는 고등학생 쿠보의 마음을 나타낸다.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인지 세상에 나를 표현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를 고등학생들은 고민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학업에 열중하기도 예체능이나 기술을 배우기도 한다. 쿠보 역시도 그러한 고등학생으로서 자신이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물론 있지만 지금 이 순간과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시라이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채화가 그려진 것처럼 표현된 여러 장면은 이처럼 불투명하고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위해 조금씩 자신의 색을 칠하며 자아의 확립과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을 나타낸다. 그리고 여러 장면 가운데 꽃다발을 들고 있는 쿠보의 모습은 시라이시와 함께 보낸 특별한 나날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꽃으로 표현되었으며 그 꽃다발을 들고 있는 쿠보의 표정에서 엔딩 곡 전체가 불확실한 미래라는 캔버스의 색을 시라이시와 함께 칠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감정을 의미한다고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속에 저장

쿠보가 시라이시와 사진을 찍을 때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군중 속에 한 사람일지라도 혹은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상대방을 발견해 이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좋아한다는 감정이며 그런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해지는 것 무엇인가를 함께하고 싶어지는 마음이나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그래서 쿠보는 시라이시에게 “모르니까 알고 싶은 거야”라고 말한다. 관심이 있는 상대방을 나의 마음속에 저장한다는 것은 쿠보처럼 나만 아는 상대의 모습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기도 또 좋아하는 모습을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아닐까?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내 마음속에 저장하고 싶은 애니메이션 ‘쿠보 양은 나(병풍)를 내버려 두지 않아’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