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파티시에 귀족으로 전생하다
이틀에 걸친 파티시에 세계 대회의 마지막을 앞둔 순간 ‘신이 내린 과자장인’으로 불리던 천재는 자신이 완성한 설탕 공예 작품에 부딪히는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세계 최고의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자신이 만든 과자의 나라에서 세상 모든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려던 꿈은 흐르는 눈물처럼 땅에 떨어졌고 아쉬움만이 남아있는 그에게 신은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으며 그렇게 시작된 새 인생은 변경 가난한 기사 영주의 아들 페이스트리 밀 모르티룬이었다.
아버지 카세롤 밀 모르티룬이 영주가 되었을 적의 모르티룬 령은 매우 척박한 땅이었으나 약 20년에 걸친 개간으로 40명 규모의 마을은 3개로 늘어났으며 주민들은 나름대로 밀과 보리, 콩 등을 키워 풍족하지는 않지만 따스한 공동체를 유지해 왔다. 새로운 인생을 얻고 9년이 지난 페이스트리는 다정한 가족에 감사하면서도 자신이 꿈에 그리던 세상을 위한 설탕과 디저트를 만들기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그저 그림의 떡처럼 상상만으로 만족하는 현실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지를 풍요롭게 만들어야 했기에 페이스트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전생의 기억을 빌려 영지가 발전하기 위한 여러 정책에서 간단한 조언을 해주었고 실제로 그 결과는 작지만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의 이웃 영지들에서는 흉작이나 도적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타 영지에서 토벌에 실패한 도적단이 이 평화롭고 작은 영지로 향한다는 소식은 기껏 기른 작물이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했다. 남부의 대귀족인 레테슈 백작령도 물리치지 못한 도적들을 자신들이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만일 쫓아낸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활약이 고위 귀족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지원군의 가능성도 희박하게 만들며 걱정을 증폭시켰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과자의 나라’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페이스트리의 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세롤과 그의 종사 시이츠는 페이스트리에게 성별의식, 즉 성인식을 권유한다. 마법이 당연한 이 세계는 오직 성별의식, 그 가운데에서도 본 성별의식을 받은 자만이 고유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페이스트리에게 주어질 기적의 힘이 희망이었기에 페이스트리는 아버지와 함께 그의 고유마법인 순간이동으로 왕도 보바르디아에 도착한다.
역시나 왕도는 영지와는 다르게 설탕이나 과일도 풍족한 것을 본 페이스트리는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꿈꿔왔던 과자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교회에 도착한다. 그리고 교회에서 성별의식을 받은 뒤 의식을 마치며 신의 뜻에 의해 자신이 할 수 있게 된 고유마법인 전사(轉寫 : 옮겨 베끼다)를 깨닫고 결전을 위해 돌아와 준비를 마친다. 주위를 차례차례 약탈하던 도적들은 마침내 영지까지 도착하였으나 아버지와 그의 종사들을 비롯한 영민들의 노력에 페이스트리의 작전과 마법이 더해져 간신히 영지를 지킬 수 있었고 그 후 일련의 소동이 벌어지지만 이번에도 그는 마법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페이스트리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은 역시 사람을 괴롭게 하는 여러 고난에서 과자를 통해 모두에게 행복을 전하는 과자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시금 다짐한다.
긴박했던 순간이 지나자 영지는 부족한 재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고민하던 아버지에게 페이스트리는 자신의 마법으로 귀족의 초상화를 그려 맞선을 보려는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 돈을 벌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거울을 보는 듯 매우 정밀한 초상화와 카세롤의 순간이동 마법을 함께 한다면 그로 인해 벌어들일 수익은 영지를 성장시키기 충분한 기반이 될 것이었으며 물론 페이스트리의 마법이 타인의 마법마저도 베낄 수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마법으로 꾸며낸 이 계획은 모르티룬 부자, 특히 페이스트리가 사교계에 그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사교계에 발을 들인 모르티룬 부자와 페이스트리를 둘러싼 정치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 영지를 발전시키며 성장하는 변경 가난한 귀족의 아들이자 파티시에의 이야기가 ‘이상한 전생’이었다.
Brand new day
오프닝 곡 ‘Brand new day’를 듣는다면 파티시에였던 기억을 이어가는 어린 귀족인 페이스트리가 겪을 인생의 구심점인 과자를 연상하게 된다. 원하지 않는 세계 또는 이 손으로 다시 칠해 나가자는 결심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새로운 세계에 태어난 그가 구상하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다짐임과 동시에 ‘신이 내린 과자장인’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의 기술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을 믿으며 수없이 많은 미래를 향한 분기점에서 스스로 택한 길을 곧장 나아가는 그의 결단은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여 일생의 소원을 그저 꿈이 아닌 스스로 이루어내겠다는 자기 암시이다. 동시에 과자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하는 정확한 레시피와 기술의 중요성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약간의 오차만으로도, 시작은 같은 반죽이라도 마지막 결과물이 전혀 달라지는 그 특성이 가사에 걸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언제나 양질의 과자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장인으로 불리며 자신의 작품에 수많은 변주 혹은 변화를 주어 기존에 만족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한 파티시에이기도 하였던 페이스트리가 새로운 인생에서 눈부신 미래를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의 영향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주위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환한 미소라고 생각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사람들의 환한 미소를 지키는 그의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파티시에처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의 Brand new day는 가능성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꼈다.
풍미절가
엔딩곡 '풍미절가'는 전 파티시에로서 과자를 만들었던 페이스트리가 귀족으로서 사교계에 데뷔한 뒤 겪는 정치를 연상시킨다. 사교계와 정치는 마치 반짝이는 설탕 공예 과자처럼 멋지고 격식이 있으며 달콤하리라 생각하게 되지만 그 실상은 발길에 튀어 오른 흙처럼 지저분하기도 암투로 인해 흐린 구름이 끼기도 한다. 또 과자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한 번 정치나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이 쉽게 이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 역시 우리는 수많은 역사에서의 경고로 알고 있다. 다디단 꿈을 좇는 과자와 정치는 언뜻 보았을 때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전 사람이 걸어간 길을 좇을 때도 있으며 새로운 길로 걸어갈 때는 앞날이 깜깜한 어둠에 갇히기도 주위의 웃음꽃에 자신의 앞에 펼쳐졌던 그늘이 사라지기도 한다는 점을 함께 떠올릴 수 있다.
작품의 전개를 지켜보며 과자를 너무 자주 먹고 이를 제대로 닦지 않았을 때 생기는 충치나 상황에 따라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사랑니처럼 이득이 될 때는 자신에게 아첨하며 다가오는 간신배와 힘이 없을 때 가차 없이 떠나거나 적으로 돌아서 나의 목숨줄을 움켜쥐는 상대가 될 수 있는 정치의 세계를 상상하였다. 그리고 그런 상상의 마무리는 풍미절가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더없이 뛰어난 풍미의 음식과 고상한 맛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할 페이스트리의 과자에 도달하기도, 풍미의 다른 뜻인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의 됨됨이를 생각하였을 때 그 사람의 됨됨이가 보여주는 절묘한 마법이 정치에 어떻게 작용할지 페이스트리를 둘러싼 정치와 권력의 움직임을 기대하게 되기도 했다.
행복한 과자의 나라
달콤한 과자를 먹었을 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우리는 기쁘기도 행복하기도 한 이 감정을 또 경험하고 싶어서 어릴 때는 부모님께 떼를 쓰기도, 그분들의 말씀을 잘 들으며 과자를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달콤함이라는 행복을 느끼게 된 우리는 언제나 이를 갈망하지만 인생이 언제나 달콤할 수만은 없다는 것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때로는 맛의 포인트로 숨겨진 신맛처럼 우리 인생은 고민을 품기도 씁쓸하게 우려낸 차처럼 마주하게 된 시련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페이스트리가 말하는 행복한 과자의 나라를 생각한다면 마냥 달콤한 맛만을 위한 세상이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달콤한 맛이 진한 차에는 약간 단맛이 덜한 과자가 어울린다거나 짠맛이나 신맛 심지어는 쓴맛이 오히려 적절한 맛의 균형을 잡아 행복을 배가시킬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이 신맛이더라도 혹은 쓴맛이더라도 이를 상쇄시켜 줄 자신만의 적절한 단맛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유튜브 채널 ‘Amaury Guichon’은 과자나 초콜릿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Amaury guichon의 작품을 보여준다. 그가 만든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그 감동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 웡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도로 놀라움을 자아냈고 동물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의 기술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을 마주한 것처럼 느껴졌으며 우리 주위의 사물을 주제로 만들었을 때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이상한 전생’을 보면서 중간중간 그의 작품을 다시 보았을 때 느꼈던 페이스트리와의 공통점은 자신이 꿈에 그리던 ‘과자의 나라’에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부분이었는데 Las Vegas에 페이스트리 아카데미를 공동으로 설립하여 자신의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페이스트리가 꿈꾸는 이상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수많은 도구와 다양한 재료, 현대적인 기술까지 접목한 그가 만들어낸 ‘과자의 나라’는 사람들의 행복을 불러오기 충분했으며 페이스트리가 항상 행복함을 추구하는 것처럼 언제나 작품을 만들 때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실제로 먹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보여주는 환한 미소는 페이스트리의 원동력이 되었던 그것을 직접 보여주는 듯하였다. 애니메이션을 본 뒤 현재 이 글을 쓰면서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그리고 수많은 미디어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과자의 나라를 선보이는 현실의 페이스트리들을 찾아보며 응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작품을 즐긴 뒤 그들에게 보여주는 그 미소와 행복이 그들에게도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느꼈으며 화창한 어느 날 차와 함께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이상한 전생’이었다.
'영화ㆍ애니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로 세련되고 우아한 내 이름은. 사카모토입니다만? 감상문 (2) | 2024.01.24 |
---|---|
음악을 통해 다시 일어나 시작하는 희망의 가치. 비긴 어게인 감상문 (2) | 2024.01.13 |
새로운 자신, 새로운 인생, 새로운 세상. 용과 주근깨 공주 감상문 (0) | 2023.12.17 |
낚으면 먹는다! 방과 후 제방 일지 감상문 (4) | 2023.12.10 |
인격적 성장을 통해 인식하는 죄의 무게. 베이비 드라이버 감상문 (2) | 2023.12.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