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시간을 파는 상점
저자 : 김선영
출판사 : 자음과모음
출판년 : 2012
크로노스적 시간
처음 책을 골랐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책 제목인 ‘시간을 파는 상점’을 보고 영화 ‘인타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시간이 곧 재산이며 권력을 의미한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날그날 살 수 있는 시간을 일당으로 받으며 살아가지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유흥으로 엄청난 양의 시간을 소비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물리적’ 시간을 사고파는 상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다른 방향의 시간을 파는 것이었다. 바로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해서 그만큼의 보수를 받는 인터넷 카페의 이름이 ‘시간을 파는 상점’이었던 것이다. 이 카페의 주인은 백온조라는 여고생이다. 중학생 때 소방대원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간에 대한 관심이 생겨 시간이 돈이 될 수 있고 시간당 얼마를 받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를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으로 받은 의뢰는 누군가 훔친 PMP가 있는데 원래 주인의 자리로 되돌려 주라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지난해에 한 차례 절도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서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다른 학생의 자리에 훔친 물건을 되돌려놓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 외에도 자신의 할아버지와 식사를 함께 해주라는 것과 편지를 배달하는 것, 친구가 되어주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온조의 시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다. 이전에 온조가 가지고 있던 시간에 대한 개념은 크로노스적 시간이라고 말하는 객관적인 시간이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표준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의뢰를 하면서 온조는 카이로스적 시간이라고 말하는 주관적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같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할 때와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때 흐르는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처럼 주관적으로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군 복무하며 보내는 시간에도 의미를 부여해 주관적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체력단련을 하는 후임, 독서와 자격증 공부를 위해 연등 시간을 보내는 동기, 외국어를 공부하는 선임 등 모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생활하더라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스스로 고민해서 답을 찾아야 한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돌아보았을 때 그저 길었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많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지 회상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군 생활의 시간을 사고팔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관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미를 두고 복무를 한다면 마치 다른 사람이 나의 시간을 대신해 준 것처럼 빠르게 흐를 것 같다.
요즈음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계산된 설계대로 시간을 운용함으로써 반드시 생산적인 결과물이 나타나야 하고 잠깐 사이에 최신의 유행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를 추구하는 것이 곧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주위의 속도에 맞추어 떠밀려 가는 시간보다는 쉬어갈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는 나의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한 인물이 바람의 힘은 휩쓸리게도 하지만 지탱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시간 또한 우리를 흐트러뜨리기도 하고 지탱해주기도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병이었던 시기에 복무한 기간보다 남은 기간이 더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가치가 있도록 보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위의 전우 중에 몇 명이 목표를 정하여 시간을 투자하고 스스로 발전시키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을 때 주어지는 시간은 같지만 사용하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저 시절이 제가 가장 바쁘고 열심히 생활했던 때가 아닌가 반성하면서 오늘과 내일을 더 주관적으로 살기 위해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충전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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