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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토요일마다 찾아오는 특별한 공간에서 즐기는 특별한 식사. 이세계 식당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3. 7. 29.

이세계 식당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토요일에만 특별한 요리를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

양식당 네코야의 점주는 선대인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며 어째서 양식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양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음식도 함께 파는 것인지 물어본다. 이에 할아버지는 이젠 일식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근본은 바다를 건너서 왔거나 정통의 일식이 아니게 된 지금이라면 일식의 범주에서 벗어나 양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대답을 하였고 상호나 음식과 관계없이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가르치며 식당과 자신의 음식에 자부심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 없이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는 일주일에 단 하루 독특한 복장의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우리가 평소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범주에서 벗어나 판타지 세상의 등장인물과도 같으며 각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언제나 이곳에서 주문한다. 이곳 네코야는 신분, 출신, 나이, 재력이나 개인의 명성 등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이름으로 상대방의 별명처럼 부르며 음식만을 온전히 즐기는 평화의 공간이었는데 나름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한 가닥 한다고 자부하는 모험가, 군주, 전사, 현자를 가리지 않고 이들이 양식당 네코야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주일에 한 번씩 그들의 세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은 뒤 포장까지도 할 수 있다는 점과 그들 세상의 곳곳에 토요일마다 네코야와 통하는 신비로운 문이 생겨 이 하루를 손꼽아 기다리며 한 주를 버티는 원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길고 긴 세월을 살아왔으며 강력한 힘과 재력, 위엄을 뽐내는 용도 거스를 수 없었고 신으로 칭송받는 붉은 용인 그녀 역시 인간의 몸으로 방문하여 점주를 존중한다. 어느 날 아침 점주는 개점 준비를 위해 주방에 들어서는데 바닥에는 이곳이 아닌 ‘저쪽’ 세계의 여자가 잠이든 채 누워있었고 지난 새벽 배가 고파 알 수 없는 향기에 이끌려 이곳에 왔다는 말과 함께 주눅이 들어있는 그녀와 그녀가 먹어치운 음식을 바라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여자는 자신을 아렛타라고 소개하고 현재 머무르고 있는 인간의 왕국에서 마족인 자신은 핍박을 받고 있기에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환상이나 꿈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죄한다. 이 말을 들은 점주는 딱한 사정에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식사를 차려 함께 먹었고 기뻐하는 그녀에게 7일에 한 번씩 신비로운 문이 생기는 날마다 종업원으로 가게의 일을 도와주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자신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았고 맛있는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일당까지 챙겨준다는 점주의 제안을 아렛타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정식으로 일을 함께한다.

 

아렛타가 종업원으로 일을 한 지 며칠이 지났을까 붉은 용과 대등한 존재이며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아무도 없는 세계의 끝에 홀로 머무르던 검은 용의 앞에 네코야로 통하는 문이 생겼고 검은 용 또한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문과 그 너머로 연결된 마법에 호기심을 보이며 인간의 몸으로 네코야에 들어선다. 그리고 우연히 맛을 본 치킨 카레에 매료되어 허겁지겁 먹는 그녀의 기운을 붉은 용이 알아차리고 언제나처럼 가게가 한산해질 무렵 네코야에 방문한다. 붉은 용은 인간과 떨어져 있어 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검은 용의 존재를 자신의 오랜 친구라고 점주에게 소개하였고 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검은 용이 좋아하는 치킨 카레를 제공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점주와 아렛타, 검은 용 쿠로가 이세계 식당이라고 불리는 네코야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여러 손님과 그들이 주문하는 음식 이야기를 함께 즐기는 것이 이세계 식당의 주된 줄거리이다.

 

 

 

이세계 식당 감상문 썸네일

 

다양성의 공간 네코야

만화책으로 먼저 보았을 때도 음식의 뛰어난 묘사와 인물들이 들려주는 섬세한 표현 등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작품이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접했을 때는 그것과 더불어 생동감까지 느껴져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먹방’이라고 불리는 식사나 음식과 관련된 대부분의 미디어 매체들이 그러하듯이 이 애니메이션 또한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음식 그 자체에 매료되고 공복으로 보기에는 식탐이라는 거대한 벽에 점점 매몰되는 듯 나도 모르게 씹고 삼킬 무언가를 찾게 되는 참기 힘든 괴로움 역시 느껴졌다.

 

이세계의 식당으로 존재하는 양식당 네코야가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손님을 만족시키며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상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취향은 모두 저마다 고유의 것으로 그저 차이가 있을 뿐 옳고 그름이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선대의 가르침을 이어가는 그 정신을 점주가 보여주기에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본래 세상에서 자신에게 씌워진 틀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온전히 원초적인 욕구인 ‘식(食)’에 집중하는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른 음식을 먹는 상대에게 권하기도 하고 언쟁을 벌이며 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결국 서로의 차이와 취향의 존중으로 이어져 서로가 즐기는 음식을 바꿔서 먹어보기도 하는 등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서 말한 다양성에 대해 조금 더 말하면 네코야에 방문하는 모든 손님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종족이 다르던지, 세간에서 영웅으로 불리던지, 부 혹은 명성을 이루었던 존재나 고귀한 신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사람 등 함께 방문하는 일행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타인과 같은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에 맞추어 자신의 식성이나 종족의 통상적인 관념에 따라 메뉴에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었던 이들은 특별한 주문을 하기도 하는데 그들의 요구에 맞추어 점주가 제공하는 특별한 요리 그리고 “음식점의 서비스는 돈이 아니라 요리로 대접해야 한다.”라는 선대의 가르침을 지켜나가는 그의 따스한 모습에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이곳과 이어지는 문을 찾고 싶다는 손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의 주된 전개 장소가 네코야이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위치 특성과 점주가 일본인이라는 부분으로 몇몇 일본에서 흔한 음식이나 가정식 느낌으로 특별하게 내어준 음식을 손님이나 아렛타, 쿠로가 행복한 표정으로 먹으며 기뻐하는 표정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함께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는 것은 그들이 느끼는 기쁨이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며 점주가 제공하는 따스한 식사가 선대가 말하였던 일식의 범주에서 벗어나 내가 이전에 항상 느끼고 먹어왔던 ‘집밥’의 향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것이 그리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현세의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나만을 위한 따스한 음식과 이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면 떠올리게 되는 ‘이세계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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