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시간여행
팀은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가정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왔고 조금 독특하게 여유로운 부분이 있어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으며 이는 21살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새해가 시작된 아침 아버지는 전과는 달리 진지하게 그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21살이 되었을 때 그 이전과 이후를 완전히 바뀌도록 영향을 미친 아버지에게 들었던 특별한 이야기를 자신도 팀에게 해준다. 인생을 바꿀만한 힘을 가진 이야기에 아버지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는데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온 말은 믿기 힘든 시간여행에 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집안 남자들이 대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말을 꺼내면서 아들에게 믿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라고 밝혔고 시간여행이라고 해도 미래와 연결되지는 않고 오직 과거에만 간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덤덤히 고백하자 이 특별한 능력에 팀 역시 웃기지도 않은 농담이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집안 남자들에게만 이 능력이 발현되었고 과거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만능인 것처럼 보이는 힘에도 사실 제약이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자신이 가본 적 있는 장소, 기억하는 곳과 같은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한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신비로운 힘을 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한 것인지를 질문하는데 아버지는 이 모든 것은 진실이고 실제로 지금도 발휘할 수 있는 이 능력을 위해서는 어두운 곳에 들어가 그곳에서 주먹을 가볍게 쥔 채 가고 싶은 순간을 생각하면 어느새 원하는 장소에 있게 된다며 차분하고도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팀은 여전히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 속아주겠다는 듯이 장난 섞인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에게 테스트를 한 번 해보겠다고 말하는데 아버지의 표정은 과거 자신이 그러했듯이 아들이 겪게 될 특별한 순간에 대한 기대나 염려가 함께하는 듯 오묘한 웃음을 짓는다.
방으로 돌아온 팀은 옷장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일러준 그대로의 과정을 시작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지난밤 파티가 있던 순간으로 되돌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믿지 못할 현상에 얼떨떨한 순간도 잠시, 곧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꿈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현재로 되돌아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는 팀에게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를 물어보는데 팀은 돈을 벌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그러한 용도로 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팀의 조부가 겪었던 예를 들며 능력의 남용이 은총이자 저주로 다가와 패가망신하여 쓸쓸한 최후로 이어지는 위험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바라는 인생을 위해서만 능력을 사용할 것을 충고한다.
아버지의 충고에 팀은 자신의 인생에 사랑이 중요한 것 같다는 이유를 들며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능력을 사용할 것을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사랑, 미래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나 낯선 런던, 아버지의 친구라는 극작가가 머무르는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6개월 동안 자신의 목표에는 진전이 없었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중 직장 동료가 그를 특별한 장소로 데리고 간다. 특별한 장소는 블라인드 카페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팀은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며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의 거리감이 점차 가까워져 마침내 밖에서 서로를 확인한다. 팀이 느꼈던 만큼 매력을 느꼈던 그녀 메리도 팀에게 호감이 있었고 메리의 연락처를 받으며 팀의 사랑은 시작된다.
하지만 이제 막 출발하려고 하는 사랑의 열차는 작가 아저씨의 작품이 비참한 실패를 경험한 것을 되돌리기 위해 희생되었고 과거로 돌아가며 팀은 기억 속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다. 지금이 아버지가 말했던 그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하며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팀은 기억 속의 메리에 대한 정보로 시간을 되돌려 그녀를 다시 만날 단서를 얻어 처음 만난 낯선 남자인 팀으로서 메리에게 다시 다가간다. 이후 메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고 사랑을 키우며 겪은 여러 경험으로 시간여행에 대한 그 자신만의 교훈과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의 변화를 자신의 목소리로 성찰하는 모습을 어바웃타임은 보여주고 있다.
시간에 대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려 그리고 최선에 다다르는 최단 경로를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를 상상으로 만들거나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능력을 사용하는 이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여행이 관계된 모든 이야기의 주된 핵심은 바로 오늘이라는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제목인 어바웃 타임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이러한 관점에서 시간에 대한 성찰과 교훈을 담았다. 그리고 시간여행이라는 큰 틀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아버지 자신이 소중한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인생의 교훈, 시간의 소중함, 가족 또는 사랑하는 이와 그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팀이 시간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아버지가 가르쳐준 교훈을 실제로 겪으면서 느낀 것은 하루하루의 소중함이라는 가치였고 우리는 이 하루하루의 소중한 나날을 시간여행하고 있다는 점과 시간은 그저 흐르고 있을 뿐이고 우리가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저 낭비하는 시간으로 사라지게 내버려 둘 것인지는 나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에 달려있다는 것을 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기에 더욱 가치 있게 다가왔다.
인터넷에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영상편지를 본 기억이 있다. 더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격해지는 감정과 남겨진 아들에 대한 걱정에 쉽게 말을 잇지 못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원망하는 듯 보이던 아버지는 인생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는 말로 그의 진심을 전했다. ‘어떤 사람, 어떤 남자가 되거라, 이런 사람으로 자라서 함께 할 사람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거라.’ 이 진심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널리 알려졌던 것처럼 팀의 아버지가 하나뿐인 아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과 여러 인생의 교훈을 전해주며 함께할 때 시간에 대한 교훈과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흔히 어릴 때는 시간이 남아있고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며 점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바로 그 점을 시간여행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통해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젊은 사람의 시간은 팀이 메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며 주어진 시간보다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담았고 아이가 생기고 타임 패러독스에 의해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이를 못 만날 수도 있기에 시간여행보다는 온전히 그 하루를 충실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이후에는 시간이 빨라지고 부족해졌지만 오히려 더욱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팀이 시간여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시간이라는 주제 외에도 생각할 요소
팀이 시간여행을 위해 어두운 곳에 들어가 눈을 감고 바라는 장소를 생각하는 장면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전에 감상문을 썼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내용 중 일부분인 동굴이론이었다. 동굴이론은 문제가 생겼을 때 남자가 하는 행동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동굴 속에 틀어박힌다는 특징을 강조하는데 자신의 동굴 속에 들어가 묵묵히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온 신경을 집중한다는 것이 팀이 어두운 곳에 들어가 자신에게 생긴 문제를 바로잡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유사했다.
영화가 팀의 관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할 틈은 없을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메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 인터넷 방송인이 시청자와 대화를 하며 어떤 질문을 받았다. “OO님은 만약 시청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 방송인은 굉장한 고심 끝에 결국 곤란할 것 같다는 답변을 하며 그 이유로 나는 상대에 대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상대방이 내 취향, 관심사나 선호하는 행동까지 맞추어 준다면 처음에는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나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인지 불안함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알 것이라는 괴로움도 함께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서로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관심사가 같고 합이 잘 맞는 천생연분일 가능성도 있지만 상대방만이 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부분은 굉장히 곤란할 수밖에 없으며 상대방은 내가 만족하도록 노력하는데 나는 그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자신에게 자책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팀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 이면에는 메리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슬픔과 좌절, 자신의 선택이 아닌 예정된 속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팀의 아버지가 말했듯 시간여행에는 언제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은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저주가 되어 괴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를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시간에 대한 성찰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던 영화 ‘어바웃타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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