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과업의 반복으로 최강의 마녀가 된 아즈사와 떠들썩한 가족의 이야기 '슬라임을 잡으면서 300년, 모르는 사이에 레벨 MAX가 되었습니다.' 감상문.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원의 마녀님
27세의 아이자와 아즈사는 오직 회사에서 일만 하며 사랑, 취미 모든 것을 잊어버렸고 어느 날 근무 중 쓰러지고 신을 통해 자신이 과로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만 하다가 끝나버린 허망한 인생에 신은 그녀를 안타까워하며 다음 인생은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오랜 시간 유유자적한 삶을 바라는 그녀의 소원인 불로불사를 이루어주었다. 한평생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이 마친 전생에 대한 보답으로 한가한 장소에서 빈둥거리는 슬로 라이프를 바라는 아즈사는 그렇게 새로운 몸을 가지고 한가로운 고원의 빈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즈사는 정보를 얻으려 인근 마을에서 모험가 길드에 가입하였고 자신이 직업이 마녀라는 사실을 들으며 그토록 바라던 슬로우 라이프를 시작한다. 빈둥거리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가끔은 주변에 잔뜩 널려있는 슬라임을 잡는 한가로운 유유자적 인생의 아즈사는 그렇게 300년이나 같은 생활을 보내며 마을 사람을 돕기도 하다가 주위에서 고원의 마녀라는 이명으로 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300년 만에 길드 직원의 권유로 자신의 능력치를 다시 감정하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며 레벨은 99에 달하였고 자신의 여러 능력이 높아진 상태였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전에 정보를 감추며 한가로운 삶을 살려던 아즈사였지만 강한 상대와 싸워 이기고 싶은 모험가들은 어디선가 들은 소문으로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고 마침내 라이카라는 레드 드래곤이 그녀를 찾아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레벨 MAX 아즈사의 상대가 되지 않았고 다음 날 라이카가 인간 모습으로 찾아와 자신을 제자로 삼아달라고 간청하자 아즈사는 그녀가 자신의 집에 들어옴으로써 더욱 한가한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부탁을 받아들여 마치 가족처럼 함께 살 것을 결정한다.
라이카를 시작으로 슬라임의 정령인 파르파와 샤르샤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며 따르게 되었고 엘프, 유령, 마족까지 자신을 찾아오며 때로는 선후배, 누군가에게는 가족처럼 대하다가 마침내 마왕까지도 아즈사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게 되었다. 한가로운 삶을 살아오던 아즈사에게 300년 만에 떠들썩한 가족이 생기고 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특별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슬라임을 잡으면서 300년, 모르는 사이에 레벨 MAX가 되었습니다.’의 내용이다.
노력이라는 굴레와 자기희생
아즈사는 자신의 과거의 삶이 보인 것인지 지나치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주변 인물들에게 일상을 즐기고 여유를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녀가 말하는 피나는 노력이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과거의 자신이 겹쳐 보여서 가족들이 스스로를 더 소중히 여기기를 소망한다.
라이카에게 너무 열심히 노력하는 것보다 그날그날 조금씩 계속하는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거나 목표를 잃은 딸에게 새롭게 살아갈 목적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갈 곳 없는 이들을 받아주고 쉴 장소를 제공하는 일상적인 모습에서 아직은 살만하다고 여겨지는 우리 사회의 따스한 부분이 녹아있는 듯하였다.
자신의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때, 성과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일을 수행할 때는 자신감이 부족해지고 조급해진 나머지 노력뿐 아니라 자기희생을 쉽게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희생에 대해서도 아즈사는 자신만 참으면 괜찮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이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으나 항상 참는 것만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혼자서 만들어내는 개인적인 성과 이외에도 집단이 함께 만들어낼 때 더 값지다는 생각을 우리는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잊고 성과에만 치우쳐져 그렇게 당장 눈앞의 성과를 위해 동료의 일을 대신하며 일에 매몰되다가 오히려 자신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동료의 성장도 기대하지 못한 채 장기적인 계획에서 완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아즈사가 경고하는 듯하였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인간은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 그 자리에 있는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멈추지만 않는다면 영원한 실패는 없다는 사실을 아즈사를 통해 마라톤에 비유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선수들은 쉬지 않고 달리지만 길이 항상 일직선에 평탄하지만은 않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으며 반환점과 급수시설에서 힘을 보충하여 긴 거리를 내딛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계획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이끌어주는 속도에 맞추어 더 효율적인 수행능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즈사가 말하는 유유자적한 삶은 절대로 정적인 고요함이 아니라 이러한 장거리 마라톤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즐기는 소소한 행복이 아니었을까? 온화한 나날에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는 ‘슬라임을 잡으면서 300년, 모르는 사이에 레벨 MAX가 되었습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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