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으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아포칼립스 환경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그러한 환경에서도 희망을 위한 희생을 표현한 '나는 전설이다' 감상문.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을 정복했다는 인터뷰를 하는 뉴스의 내용 그리고 3년 뒤 세계는 폐허가 되어버렸습니다. 시가지를 지나는 차에 탄 한 남성은 개 한 마리와 자신의 흔적을 지우며 은신처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이 되자 온 집 안의 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는 남자. 그는 소총을 품은 채 개와 함께 욕조에 숨어 바깥의 괴성에 괴로워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남자는 잠에서 깨어나 지하실로 혼자 내려갑니다. 연구원인 듯 실험복을 입고 데이터를 모으는 그는 전염병의 백신을 위해 지하실에 전염병에 걸려 난폭해진 동물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한 개체가 실험의 성과를 보이자 흥미를 갖는 남자가 영상 녹화를 마치고 오늘도 개와 함께 차를 타고 은신처를 나섰습니다.
남자는 자신을 로버트 네빌이라고 소개하며 매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생존 소식을 전하고 또 다른 생존자가 있다면 은신처와 식량을 제공할 것이니 연락을 취하라는 당부를 합니다. 라디오 방송 마지막에 덧붙이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말은 오랜 시간 동안 응답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하는 듯 씁쓸하기만 합니다. 텅 비어 버려 버려진 도시에서 항공모함의 전투기 위에 선 채 골프 연습을 하는 네빌은 전날 놓친 사슴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잡기 위해 샘과 함께 사냥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샘이 사슴을 쫓아 갑자기 어두운 건물 속으로 들어가자 긴장한 네빌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건물에 들어갔지만 갑자기 들리는 괴성에 공포에 질리고 샘을 찾기 위해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서다 이미 죽어있는 사슴을 발견했습니다. 은행이었던 장소인 듯 지폐 다발이 흩뿌려져 있는 금고에서 샘을 찾았는데 샘도 공포에 떨고 있는 것처럼 제자리에 웅크려있고 이때 자신을 덮치는 감염체를 피해 네빌은 샘과 함께 건물 밖으로 달아납니다.
간신히 밖으로 도망친 네빌에게 딸려온 감염체가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것을 보아 아마 햇빛에 취약하여 밤에만 도시를 배회하고 낮에는 어두운 건물 속에 숨어있는 듯합니다. 쥐의 실험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화합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함정을 통해 감염체를 하나 사로잡았습니다.
십 대 여성으로 보이는 감염체에 실험을 시작하는 네빌은 쥐를 통한 실험에서 증상의 호전을 보인 391번 혈청의 6번 화합물을 감염체에 주사하지만 실패라고 판단하여 검체를 가두고 방으로 올라옵니다.
자신의 면역 체계로 감염자를 치료할 수 없는 것에 어려움을 표현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말을 이어가는 네빌은 아까 전 햇빛에도 자신을 보러 건물에서 나왔던 감염자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감염자들이 뇌 기능의 저하와 먹을 것이 부족해서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며 전형적인 인간의 행동이 퇴화되어 사라졌다고 슬픈 듯 말합니다.
신의 뜻에 따라야죠
다음 날 아침 감염자를 피하기 위한 대책으로 매일 일출, 일몰을 확인하는 그가 자신이 감염체를 포획했던 것처럼 함정에 빠져 정신을 잃었고 어느새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함정을 빠져나오며 부상이 생긴 네빌에게 감염자가 풀어놓은 동물이 덮치고 이로 인해서 샘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지하실로 샘을 데리고 돌아온 네빌이 무언가를 주사하고 안심시키려는 듯 부르는 노래에도 점점 감염의 증세를 보이는 샘이 결국 자신을 공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네빌은 시선을 피하며 샘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샘을 묻어주고 네빌이 돌아오는 길에 샘의 빈자리는 공허하기만 합니다. 여느 때와는 달리 밤에 선착장에 미끼를 놓고 차로 감염자를 들이받는 네빌은 아마 죽을 자리를 찾는 사람처럼 이성을 잃은 모습입니다. 이전에 보았던 감염자는 우두머리인 것처럼 다른 감염자에게 명령하여 네빌을 공격하고 위기에 빠진 그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나타나며 네빌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침이 되고 눈을 뜬 네빌의 집에 한 여자와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자신을 치료했다는 여자는 안나이고 남자아이는 에단이며 그들은 자신의 방송을 듣고 선착장에 왔다는 말과 함께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정착촌에 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정착촌 따위는 없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네빌이 진정하기 위해 잠시 혼자 있겠다고 말하고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잠시 후 TV 소리에 내려온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슈렉을 보는 중인 에단입니다. 모든 대사를 외우고 있는 네빌이 하는 “난 자유야. 그럼 가서 친구들하고 파티라도 하지?, 난 친구가 없는걸” 등의 대사는 마치 자신에게 하는 자조적인 말 같기도 합니다.
다시 같이 정착촌으로 함께 떠나자는 안나에게 대피 작전이 실패했는데 정착촌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안나는 자신이 믿는 신(하느님)이 그것을 알게 한다고 대답합니다. 자신처럼 신의 뜻을 받아들여 함께하자는 안나에게 그는 신 따위는 없다는 아주 냉소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그 순간 밖에서 감염자 무리가 공격하러 오는 소리가 들리고 수없이 몰려오는 감염자 무리에 어쩔 수 없이 지하실로 대피하는 이들이 지하실에서 발견한 것은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감염자의 증상에 호전이 있었던 것입니다. 잠시 뒤 지하실까지 침입한 감염자 무리는 이들이 숨어있는 밀실까지 부수고 들어오려 하였고 백신의 가능성이 있는 피를 뽑아 안나에게 전해주며 이걸로 백신을 만들라는 말을 남긴 채 비밀 통로로 숨을 수 있게 네빌이 도와줍니다.
자신은 신의 뜻에 따르겠다며 홀로 남겠다는 말을 한 뒤 새벽까지 나오지 말라는 말을 하고 문을 닫은 네빌은 가족사진을 보며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감염자에게 수류탄을 들고 함께 폭사하며 백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였습니다. 다음 날 안나는 에단과 정착촌에 당도하였고 백신 개발에 대한 네빌의 공을 기리며 그는 전설이 되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전염병의 공포와 고독함
처음 영화의 제목을 볼 때는 ‘나는 전설이다.’ 이 문구가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전설이라고 칭하는 이가 어디 있을까요? 있다면 아마 자기애가 강한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진 오만한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영화를 본 후 사람들이 남긴 감상평을 보며 이러한 생각은 제목만 보고 생겼던 편견 혹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00일 넘게 타인의 생존을 확인하지 못하고 의지할 수 있는 생명체는 반려견 한 마리뿐인 상황에서 백신이라는 목표를 위해 생을 포기하지 않는 그에게 우리가 보내는 찬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는 인간이 느끼는 극한의 고독 속에서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며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도 했습니다. 질병으로 인한 팬데믹 때문에 힘든 상황을 견뎠던 근래의 우리의 모습이 네빌에게 이입되는 것은 전염병의 공포로 격리된 환자들이 느끼는 고독함과 상실감이 그가 느낀 것과 비슷한 결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감상을 남겼던 다크나이트의 ‘영웅은 죽어서야 영웅이 된다.’는 대사가 떠오르는 것도 찬사를 받을, 칭송받을 존재에게는 자기희생이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이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영화 초반에 나왔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을 정복했다는 말처럼 인체에 대한 섣부른 판단과 결론으로 신과 같이 되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계의 의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안나가 순간순간 보여주는 신에 대한 뜻이나 네빌의 변화를 통해 힘들고 지칠 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의지할 또는 함께할 희망의 무엇인가를 마음에 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영화 ‘나는 전설이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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