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던 일식 장인에 대한 두 만화 미스터 초밥왕과 미스터 요리왕을 보았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
두 만화 모두 업계에서 일하는 요리사 아버지를 동경의 대상으로 행복하게 살아갔지만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술에 빠져 사는 망가진 생활을 이어가며 본가의 가게는 망해버립니다. 북쪽 지방인 홋카이도 출신의 주인공이 가업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마음에 품고 지역에서 인정받는 장인 스승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여 어엿한 한 명의 요리사가 되고 그에 걸맞은 장인 정신을 배우는 과정을 담은 만화였습니다.
성장물 만화에 요리가 접해졌다는 공통점답게 엄청난 실력의 선배 형님들과 라이벌의 존재, 요리사로 성장하며 뒤늦게 입문하게 되는 후배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 등 전체적인 레퍼토리에서 서로가 생각나게 하는 요소일 것입니다. 초밥왕과 요리왕 모두 마음을 담은 요리, 음식을 먹는 상대를 생각하는 따스한 요리를 지향하는 같은 방향성을 지니지만 자세하게 읽다 보니 명확한 방향성의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초밥왕
우선 초밥왕은 초밥에 초점을 두어 더 뛰어난 기술,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재료, 권위가 있는 대회에 참가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 것과 마음을 담은 요리 사이에서 고민하며 많은 인물과 대결을 하여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여줍니다. 대회에 따라 여러 지역을 다니며 재료를 공부하기도 하고 그 지역의 초밥집의 특징을 배우기도 하며 주어진 과제를 돌파하는 모습을 통해 장인이 되어가는 주인공을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요? 진기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화려한 장식으로 꾸미는 요리사도 있고 흉내를 내기 힘든 기술을 보여주는 상대도 만나게 되지만 주인공이 그동안 스승을 보며 수천, 수만 번 단련했던 자신의 이상적인 자세로 초밥을 쥐어 승리했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수수하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겉으로만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먹는 사람을 생각하며 소박하지만 따스한 한 접시를 준비해 주는 것, 장인이란 이런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듯하였습니다.
요리왕
요리왕은 가이세키 요리를 기반으로 정갈한 일식 요리를 손님께 제공하는 식당에서 요리사가 겪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과 성취감, 요리사로서 발전에 대한 고뇌를 보여줍니다. 가게 인근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는 장면이나 스승의 은퇴, 분점에 대한 고민 등 현실적인 식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스승의 딸이 가업을 이어가려는 결심을 하게 되며 발생하는 부모님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 또한 보여줍니다.
스승의 허락으로 후계자가 없는 주변 가게의 일을 도우며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이를 전수받아 맛을 퍼뜨릴 다음 세대가 없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와 스승 몰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선술집의 일을 돕게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어떠한 요리사가 될 것인지 미래를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극과 극의 환경이지만 손님을 차별하지 않고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맛을 전달하는 것이 장인의 품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만화였습니다.
장인이란
두 만화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의 용태가 위중한 상황에서도 각각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 중요한 고객에게 지명받은 일을 완수하며 장인의 자세와 긍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몇 년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우연히 시청하던 중 희극인 이재율 님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는데 그토록 바라던 희극인이 되어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었지만 할아버지의 별세에도 자신을 기다리는 관객을 위해 무대로 나아가야 했던 일화였습니다.
괴로운 감정이 있음에도 드러내지 않고 찾아온 이들이 만족할만한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하는 사람이 어디 희극인뿐이겠습니까. 누군가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고 가족보다 일이 중요하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념에 따라 자신의 선택에 긍지를 갖고 다양한 감정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그들을 ‘장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님이 만족하도록 노력하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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