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이 불가능한 섬에서 누군가 사라졌다
연방 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는 새로이 함께하게 된 동료와 임무를 위해 어느 특별한 섬을 방문한다. 셔터 아일랜드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장소인 동시에 정신병원의 성격도 포함한 유일한 장소로 이곳 애쉬 클리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들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듯 단단히 무장한 채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담당자인 콜리 박사는 이곳이 정신병원의 특징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며 범죄자라는 단어 대신 환자라는 단어를 강조하였고 테디의 임무는 바로 이 특수한 곳에서 지난밤 사라진 여성 환자 레이첼 솔란도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현실을 부정하고 주변 환경을 마음대로 해석하며 셔터 아일랜드를 마치 집처럼 생각했던 그녀의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와 그녀 자신이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그들은 아무런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박사와 함께 레이첼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공간에 찾아가 그녀의 흔적을 발견한 테디는 수수께끼 같은 단서를 확보하고 탐문을 계속하는데 미심쩍은 정황과 직원들의 언행, 외부로의 통신마저 차단된 현실은 테디의 의심을 더욱 키운다. 그날 저녁 테디의 꿈에는 사별한 아내가 나타나 레이첼은 아마 살아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고 덧붙여 자신이 죽게 된 사건과 관련된 앤드류 래디스라는 남자 역시 이곳에 살아있다는 말로 테디를 당황하게 만든다.
하지만 레이첼과 마찬가지로 셔터 아일랜드에 있어야 할 그 남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고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고 느낀 테디는 수사를 계속한다. 그러던 가운데 코리 박사는 뜻밖에 레이첼이 발견되었다고 말하며 그녀에게 안내했으나 테디는 사라졌던 레이첼과 대화에서 만족할만한 결과에 이르지 못해 사건을 덮고 떠날 생각도 하지만 다가오는 폭풍우에 반응한 것처럼 그의 편두통이 심각해진다. 코리 박사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약을 건네주었고 처음에는 거절했던 테디도 심해지는 두통에 참지 못하고 약을 받아들인다. 이후 수사를 계속하는 테디는 미심쩍은 환경에서 그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되고 거대한 정신병원인 이곳에서 무엇인가 비밀스러운 실험이 벌어진다는 생각에 이르며 이를 쫓다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내면에 존재하는 괴물
테디가 부소장의 안내를 받아 섬을 돌아다닐 때 그의 시선은 ‘한때 삶과 사랑과 웃음을 누렸던 우리를 기억하라’라는 명패에 우연히 머무른다. 이는 이후 그가 꿈을 꿀 때 나타나는 사람들의 시신과 어째서 자신을 구하지 못했느냐 질책하는 아이를 통해 직면하게 될 트라우마라는 괴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 한순간에 사랑과 웃음을 누렸던 삶을 빼앗겨버린 나머지 자신이 상처받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결과가 편두통이라는 고통으로 나타나 이러한 답에 도달하기 위해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먼저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를 예견한다는 것을 다시 되돌려 보며 깨닫게 되었다.
테디가 꿈을 꿀 때나 환각을 볼 때 우리는 이러한 트라우마가 작용한 그의 자책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전쟁 도중에 포로수용소의 끔찍한 참상을 눈으로 보았던 충격,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과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했던 자신의 과거는 그의 내면을 망가뜨렸으며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상황과 그 과정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를 마주하며 충격을 받아들이려던 그도 쉽사리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아내의 죽음이었다.
과거 그가 만났던 조지 노이스를 C 병동의 깊고 어두운 곳에서 다시 만났을 때 테디는 성냥불을 사이에 두고 그와 대화한다. 그에게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진실에 다다를 수 있다고 꾸짖는 노이스를 대하는 테디의 모습은 마치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현재의 감정에 매달려 자신을 망가뜨리는 순간을 담고 있다. 그가 맞서야 할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찾아온 아내의 사별을 받아들이는 높은 벽을 넘을 용기가 필요하고 자신도 알고 있지만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 그러하듯이 감정이 앞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연상되어 자신이 바라는 것을 눈으로 계속 보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믿는 신념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성냥을 계속 다시 켜는 것으로 묘사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등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등대는 테디의 심리와 그 변화에 따라 바뀌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우뚝 솟은 등대와 이를 경계하며 지키는 직원들의 모습은 이곳이 엄숙하고 거대한 비밀을 감추었으며 이를 뒤쫓는 테디의 조급함을 보여주었고 험준한 셔터 아일랜드에 접근하는 이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의미로 무엇인가 사건의 실마리를 느끼는 테디의 내면을 나타내었으며 아무런 쓸모없이 방치되기도 할 때는 결말의 내용과 함께 테디가 깨닫게 되는 무엇인가를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건을 뒤쫓으며 그의 마음에 자리를 잡은 한 마디였던 “괴물이 되어 계속 살 것인가 선량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의 결론을 답해주는 결과물이다.
작품은 정신병이라는 판정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편견을 강조하는데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도 의도적으로 정신병 판정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이 하는 어떠한 행동이라도 정신 질환과 엮어 그 사람은 환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낙인을 타인에게 찍어버리며 타인에게 신경을 쓰고 마음을 쓰는 것보다 그저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함으로써 나의 마음과 정서적인 안정을 도모하였다는 것을 반성하게 된다. 또 트라우마를 언급할 때는 테디가 겪은 상처와 내면의 속삭임을 여실하게 공격한다.
테디와 콜리 박사가 말했던 것처럼 트라우마는 상처이며 그 상처가 피해자를 괴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은 긴 세월을 통해 우리가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피해자뿐 아니라 당시 상황에 놓여있던 주변의 인물과 그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다룰 수 없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가해자가 이러한 트라우마에 빠진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우리 사회가 피하지 않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작품 속에서 언급된 강제적인 수술로 폐인과도 같은 삶이라는 처벌을 내리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스스로 깨닫게 함으로써 반성과 함께 죄를 뉘우쳐 바른길로 인도할 기회를 계속 주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았던 영화 셔터 아일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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