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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자극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데이터가 아닌 정보 찾기. 나이트 크롤러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5. 3. 9.

감상문 한 줄 정리

사고나 범죄가 연관된 자극적인 영상을 방송국에 제공하는 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이용한 주인공이 점점 더 자극적인 영상을 위해 다가가는 이야기인 나이트 크롤러 감상문.

 

영화 나이트 크롤러 포스터

 

이 영상은 기사가 되겠어

루이스 블룸은 으슥한 길거리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맨홀 뚜껑이나 철조망, 구리선 따위를 뜯어내어 훔친 뒤 몰래 팔아넘기는 것으로 생활하는 돼먹지 못한 남자였다. 어느 날 거래하는 폐차장에 찾아간 그는 사장에게 구직 중인 자신이 성실하고 끈기도 있다며 채용을 부탁하였으나 도둑은 고용하지 않는다는 차가운 쓴소리만 듣고 자리를 나선다.

 

거래마저도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약간은 심통이 난 채 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던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어느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하여 막무가내로 사고 차량 및 경찰관과 관계자를 촬영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응시하던 루이스 블룸은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수습되자 충분한 영상을 확보한 뒤 자리를 떠나려는 그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촬영한 영상을 가장 높은 금액으로 쳐주는 방송국에 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일이 돈벌이가 되리라 판단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가 거주하는 동네는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 자신이 직접 보았던 현장을 담은 소식이 보도되자 생각에 잠긴 그는 지난밤의 그들처럼 필요한 장비를 몇 가지 구한 후 작은 캠코더를 하나 들고 막무가내로 여러 현장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발 앞서 도착한 경쟁자보다 충분한 영상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자극적인 장면을 담기 위해 무리해서 경찰과 피해자 사이를 돌아다녔고 결국 현장에서 쫓겨나게 되었으나 간신히 포착한 영상을 팔아넘기기 위해 어느 방송국으로 향한다. 마침 자극적인 보도를 추구하던 직원의 환심을 사게 된 그는 대금을 받은 뒤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고나 범죄에 대한 영상을 우선적으로 제공해 달라는 상대의 요구에 적나라한 영상을 제공하겠다고 다짐한다.

 

다음날 뉴스에서 자신의 영상이 보도에 활용되는 것을 본 루이스 블룸은 앞서 구매한 경찰용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암호 코드에 대한 분석을 찾아보았고 사기꾼 같은 언변으로 직원까지 고용하며 본격적으로 도시 내에서 벌어지는 자극 속을 활보하기 시작한다.

 

나이트 크롤러 감상문 썸네일

 

거짓 특종 속에서 진짜 정보를 찾는 능력

지난 2024년 어느 방송 프로그램의 종영 소식은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서 어떠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2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인간상으로 사람 냄새가 난다는 표현이 생각나며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삶과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로 여러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던 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이름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다.

 

매체가 제한되어 다양한 정보와 신비로운 소식을 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당시 이 방송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인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궁금증에 더불어 해당 장면들을 순간순간 포착한 뒤 방영하며 시청자들에게 때로는 정보전달의 창구로 때로는 경각심이나 경이로움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재담꾼과 같은 역할을 통해 오랫동안 기억되었다.

 

하지만 기술적 혁신과 더불어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짓 특종과 같이 정보 전달자 및 소비자의 역량을 시험하고 연이어 불필요하게 양산되는 매체 및 채널 속에서 특이성과 소재를 빼앗기게 된 이 방송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음이 분명하였으며 소위 낮잡아 이르는 ‘렉카 사이트’나 타인의 영상을 무단으로 불법 도용하는 ‘양산형 채널’이 널리 퍼지는 것은 빠르게 변모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가 도파민이라는 자극에 눈이 멀어 버렸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체로 비슷한 영상의 구성으로 타인의 것을 짜깁기하여 AI로 만들어낸 딱딱하고 차가운 음성을 덧씌운 조악한 작품들은 이를 소비하는 사람이 있기에 사라지지 않고 마치 자신이 독점적으로 포착한 영상인 것처럼 변모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재가공되기도 하기에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작품을 아무런 대가 없이 가로채어 마치 자신이 수고로움을 들인 것처럼 포장하였다는 거센 비판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루이스 블룸이 바로 이러한 양산형 사이버 렉카와 같다고 느껴졌는데 자극을 쫓아 타인의 감정이나 현실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이익이나 잘못된 가치관을 위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만한 일도 서슴지 않고 때로는 정보를 조작한 뒤 제공하여 영상을 시청하는 소비자에게 의미 없는 자극만을 전달하기 때문이었다. 또 영상을 제공하기만 하였더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조작하고 가공하였다면 그 정보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되뇌었다.

 

여러 작품에서도 현대 사회는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 이를 분석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확실하게 검색, 수집, 가공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음을 시사한다. 이 작품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단어 크롤러 역시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추출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요즈음의 세상에서 단순한 숫자나 사실을 담은 자료인 데이터에서 원하는 지식, 유용한 결과인 정보를 도출하여 이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느꼈던 ‘나이트 크롤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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