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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나는 빛날 테니까. LV1 마왕과 원룸 용사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5. 2. 23.

감상문 한 줄 정리

용사에게 패배한 뒤 예정보다 일찍 부활한 마왕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변해버린 용사를 만나 생활하는 이야기인 LV1 마왕과 원룸 용사 감상문. 

 

LV1 마왕과 원룸 용사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역시 그대를 이렇게 놔두는 건 너무 아깝다.

마왕과 최후의 격전을 펼치는 용사와 동료들은 상대와 눈에 띄는 능력 차이에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그 눈빛은 꺾이지 않았다. 전열을 재정비한 그들이 모두의 힘을 모아 마지막 일격을 날리며 결국 마왕을 쓰러뜨리자 강대한 적은 눈을 감으면서 일곱 번의 생을 살아가는 마의 권속인 자신들이 반드시 다시 태어나 피의 복수로 이를 갚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왕이 선언한 것처럼 그가 부활한 순간 등장한 인물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바로 옆에는 먼저 부활하여 마왕의 부활을 축하하는 비서 제니아가 기다리고 있었고 겨우 10년 만의 부활로 회복한 마력이 부족한 탓에 마왕은 아이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불만족이었으나 문득 자신을 무찌른 용사 맥스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호기심을 느끼고 제니아에게 근황을 묻는다. 자신에게 승리를 거둔 그가 지난 10년 동안 굉장한 명예를 누리며 높은 지위를 손에 넣었을 것이라는 상상과 반대로 이어지는 제니아의 보고는 의문투성이였다.

 

어마어마한 위업을 달성한 그는 대중들에게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말을 흐리는 그녀가 용사와의 복수전을 기대하는 마왕의 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하였으나 오히려 마왕은 자신이 직접 확인하겠다며 용사 맥스를 만나기 위해 떠나버린다. 그리고 인간들의 거주지를 지나치며 확실히 지난 10년 동안 문명 등 많은 부분이 발전하였다며 놀라움과 기대에 찬 모습으로 어딘지 초라해 보이는 원룸을 향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을 소개하는데 이를 바라보는 상대의 모습은 어딘가 망가진 것 같은 폐인과도 같았다.

 

용사 맥스는 쓰레기장처럼 어질러진 원룸에 살고 있었으며 게으르고 음침한 아저씨가 되어버렸기에 마왕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복수를 위해 다시 눈을 뜬 자신의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는데 맥스가 어떠한 반문도 없이 그저 멍하게 지켜보자 마왕은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달라고 말한다. 맥스는 태연하면서도 날이 선 목소리로 평화의 세상이 펼쳐졌기에 쓸모가 없어진 자신은 제대로 된 포상도 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된 결과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쏘아붙인다.

 

그 말을 들은 마왕은 자신이라는 공공의 악을 물리치며 고귀한 희생과 노력 끝에 평화를 얻게 된 인간이 어떻게 그러한 푸대접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분노하지만 맥스는 평화로운 세상에서는 쓸모없고 방해만 되는 존재라고 스스로 깎아내리기 시작한다. 이에 집에 놓여있는 노트북을 활용하여 맥스의 행적을 검색한 마왕은 인터넷에서 맥스를 인간말종의 무뢰한처럼 묘사한 기사를 보자 자업자득이라며 비판하였고 그 말을 들은 맥스는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대등하다고 인정하였던 상대가 추락한 현실을 보고 실망한 마왕은 타락해 버린 맥스를 뒤로한 채 떠나려다가 그래도 마지막으로 그의 동료들을 미끼로 떠보기 시작하는데 예전의 기백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소중한 동료들에게도 한심한 소리를 내뱉자 더는 참지 못하고 그를 공격하는데 고작 10년 만의 부활로 인해 부족했던 마력 탓이었을까 마왕은 손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반격당한다.

 

잠시 후 눈을 뜬 마왕은 맥스에게 어째서 자신을 다시 죽이지 않았는지 물어보는데 스스로 이제는 용사가 아니라며 마왕을 쓰러뜨려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답하였고 마왕은 그가 가진 능력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불완전한 회복으로 졌다며 금방 재기에 성공하여 다시 맞붙자고 말하는 마왕에게 맥스가 앞으로 더는 용사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고하게 현실을 이야기하자 마왕은 그의 의사를 존중하며 안녕을 고한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나타난 마왕은 역시 맥스의 실력을 이대로 썩히기 아깝다면서 식재료를 사 들고 와 요리를 하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나 발전한 인간 세계에 적응할 겸 신세를 지겠다고 통보하면서 나가라는 맥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렇게 나태에 빠져 게으름에 익숙해진 용사를 언젠가 자신이 복수하기에 걸맞은 상대가 되게끔 돌보아주겠다고 결심한 LV1의 애송이 마왕과 원룸에서 생활하는 전직 용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LV1 마왕과 원룸 용사 감상문 썸네일

 

나는 반딧불

몇 주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보인 한 가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지막이 말하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눈물, 희망 등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하였다. 그는 바로 밴드 중식이의 ‘나는 반딧불’을 자기 방식으로 불러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간질간질한 메시지를 보낸 가수 황가람이었는데 그가 가수가 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사연을 들어보면 긴 무명시절에 더불어 정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 만큼 절절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방송 진행자인 개그맨 유재석, 조세호 역시도 긴 무명생활과 고단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함께 눈물을 삼켰던 장면은 이를 함께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자연스레 자신의 상황을 대입을 통한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나는 반딧불’이 좌절과 절망, 끝이 보이지 않는 인내를 경험한 사람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었던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마음속의 작은 외침을 그 가사에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처음부터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나락에서 허우적거리는 미래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의 인생과 나를 둘러싼 삶이 빛나는 별처럼 화려하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고 노력을 통한 성과를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차가운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기에 그 앞에 선 우리는 작은 벌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미숙한 처음과 실수를 두려워하게 되는 경험에 이르기까지 인정을 받지 못하는 노력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언제나 성공을 경험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변 혹은 SNS의 누군가는 다른 세상에 살아간다고 느껴지기도 하여 조금씩 '나'는 포기가 익숙해지는 아니, 포기가 당연해지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자신마저도 의심하게 되어버린 나는 문득 작은 일 하나를 성공하며 ‘그래, 괜찮아.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자. 나는 낮아진 기준으로 바라보아도 빛날 거야.’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 ‘나’는 성공을 꿈꾸다가 이루지 못하고 좌절과 절망을 경험한 사람뿐 아니라 성공을 경험한 뒤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와 현실에 배신당하고 주눅이 들어버린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에서의 맥스 역시 현실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는 용사로서 마왕을 물리치며 세상에 평화를 가져왔고 동료들과 더불어 인류의 희망을 상징하였다. 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에서 그가 설 자리는 남아있지 않았고 맥스는 점차 자신의 삶에서 포기와 패배자의 낙인이 익숙해지는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일부 자업자득이라고는 하지만 비참한 자신의 현실과 대비되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동료들의 모습은 부럽게도 보이고 질투로 인해 세상을 욕하는 꼬인 사람이었던 맥스는 마왕이 부활하여 그를 방문한 뒤 변화한다.

 

더는 용사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 것이라던 맥스가 비록 적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마왕에 의하여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이제는 용사라는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며 용사로서의 자세를 보여주었을 때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노래의 가사처럼 어떠한 깨달음을 줄 수 있으리라 느꼈다. ‘나를 사랑하자. 작은 행복에 감사하자. 나는 빛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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