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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ㆍ애니 감상문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의구심과 그가 품었던 마음속 빛. 러빙 빈센트 감상문

by 망상바드 2024. 7. 21.

감상문 한 줄 정리

마음속에 빛을 품으며 잠시 우리 곁을 지나갔던 비운의 천재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을 뒤쫓는 한 남자의 이야기 러빙 빈센트 감상문.

 

영화 러빙 빈센트 포스터

 

비운의 예술가를 향한 두 가지 상반되는 평가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이 영화가 그의 사망 1년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말로 1891년 프랑스의 아를에서 시작한다. 평소 빈센트의 편지를 담당하며 그와 가까이 지내던 우편집배원 아버지의 지시로 아르망은 빈센트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그의 동생 테오에게 전달해야 했으나 이미 죽은 사람의 편지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불만을 표한다. 게다가 미치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빈센트에 대해 악담을 퍼부으며 자신의 귀를 잘라버리는 엽기적인 만행에도 그를 돌보아주었던 아버지와 이를 본 이웃들의 아버지를 향한 모욕은 아르망이 빈센트에 대한 평가를 바꾸지 않는 요소로 자리를 잡았던 것을 기억한다.

 

술에 취한 아르망을 찾아와 직접 파리로 향하여 테오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아버지의 당부와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향하는 아르망이었으나 소재도 알 수 없는 그를 어떻게 찾으라는 것인지 어째서 가족에게 해만 끼쳤다고 생각되는 그에게 자신의 가족들이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는 말까지 해야 하는지 그는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끝까지 그를 두둔하고 아르망을 타이르며 사람은 모두 무너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고 강한 사람도 삶에 지쳐 무너지는데 딱하게도 빈센트는 견딜 수 없었던 그런 순간에 극단적인 마지막을 겪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그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픈 사람을 마을 전체가 극단적으로 몰아갔다고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충분히 내어주지 못한 나머지 정신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그에 대한 연민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억지로 도착한 파리에서 아르망은 빈센트가 종종 그림을 그릴 재료를 사던 상점을 찾아가 주인인 탕기 영감에게 그의 죽음이 동생 테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듣게 된다. 줄곧 삶을 이야기하며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온 그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동생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며 수수께끼로 남아버린 형의 죽음에 의문을 갖다가 상실감에 6개월 후 그 역시도 세상을 등진 사실을 들었을 때 아르망은 당시 빈센트의 상태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그의 생애를 주변 인물들에게 들으며 28살에 처음 붓을 잡은 그의 도전이나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투영하였던 빈센트의 시각에 동화되는 것처럼 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결국 편지의 수취인이 사라진 상황에서 아르망은 아버지에게 이 사건과 편지를 전해줄 누군가 그리고 빈센트의 죽음에 대해 더 알아볼 요량으로 조금 더 그의 행적을 뒤쫓겠다고 편지를 부친다. 조금씩 그의 죽음에 근접하며 도착한 빈센트가 숨을 거둔 지역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처럼 묘연하기만 하였다. 누구는 그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조금은 별난 화가이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채 그림에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이었다고 회상을 하였으나 누군가는 예술에 대한 광기로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어버린 끝에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세상에서 도망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예리한 칼처럼 날카로운 사람들의 반응과 그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에 대한 증언이 모순되자 아르망은 점점 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러빙 빈센트 감상문 썸네일

 

마음속 빛을 품었던 예술가의 혼

100명이 넘는 화가들이 10년에 걸쳐 수작업으로 만들어 낸 이 작품은 유화로 표현한 그의 화풍을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하였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째서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따라서 표현하며 이야기의 전개를 이끌었을까? 단순히 고인이 된 후에야 거장으로 인정받은 그에 대한 헌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이다.

 

우선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는 점에 집중해 보자. 그에 대한 평가는 미쳐버린 나머지 주변에 피해를 주는 남자이거나 조금 알 수 없는 면모가 있으나 예술가의 기질이 다분한 노력파 화가로 적은 말수에도 정적인 사람은 아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영향력을 미치는 죽음을 전혀 연상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당시 주류를 이끌던 화가들의 커뮤니티와 그들의 화풍을 좇으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적인 표현법을 익히며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는 화가가 된 빈센트였으나 그의 작품은 팔리지 않았고 여전히 궁핍한 생활 속에서 동생에게 그림을 그릴 재료를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던 특별할 것 없는 화가였다.

 

그렇게 동생의 도움으로 배운 적도 없는 그림을 8년 동안 800점이나 그릴 정도로 노력과 열정을 가졌으나 생전에는 단 한 점만이 팔렸는데 아마 연이은 불운과 실패에 그는 지쳤을지도 모른다. 아르망의 시선에서 이 영화는 빈센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으로 아르망 내면의 의심과 함께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정말 빈센트가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라 온전히 회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와중에 변을 당한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한 감정으로 함께하며 빈센트에 대한 아르망의 평가가 바뀌는 것처럼 우리 역시 그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정의 내리는 것을 이 작품은 기대한다.

 

빈센트의 편지에서는 그가 얼마나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는지 그 열정을 보여주었는데 지금은 보잘것없고 비루한 삶이라고 느껴질 수 있으나 작품에 담긴 열정만은 그 누구 못지않았고 열정을 가진 그는 마음속에 별을 품고 있었다. 아르망의 아버지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바라볼 순 있어도 이해할 수는 없는 별들이 마치 빈센트와 같았다고 아들에게 전했던 그 말처럼 빈센트의 내면에는 그가 그리는 작품과 같이 화려한 빛의 표현이 잠재되어 있었다. 자신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그가 마음속에 품었던 별을 함께 느끼고 작품을 바라볼 때 ‘그가 마음이 깊고 따스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기를 바란다는 말에서 그가 표현한 마음속 별은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작품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이를 감상해 줄 관객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현대예술에서 특히 추상화를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예술적 가치나 표현기법보다 이를 포장한 작가의 사상이나 흔히 말하는 이름값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다는 비판은 꽤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주목되기도 하였다. 물론 작가의 개성이나 강조하고자 하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결과가 그러하거나 고민 끝에 스스로 결론을 내린 거장의 가치가 그러하다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보다 더 생각할만한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현대미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면에 감추어진 작가나 화가를 둘러싼 부조리나 불합리한 평가 등은 새롭게 자신의 별을 보여주려는 빈센트와 같은 이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시작점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자신들의 커뮤니티 안에서만 작품을 즐기던 잘못된 태도를 고수한 일부 미술계에 대한 비판을 담은 것 같다고 느껴졌다.

 

마음속의 꿈이라는 빛을 좇아 예술가라는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열정과 인생의 여정이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인물의 삶으로 대표되었기에 현재 자신이 겪는 혹은 과거에 겪었던 때로는 궁핍하기도 때로는 예술가의 혼이 이끄는 대로 마음속의 별을 표현하였던 자신을 돌아보고자 이 작품에서 화가들은 그의 화풍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마추어 그림쟁이에서 하루아침에 미술계의 스타가 될 것만 같았으나 팔리지 않는 자신의 작품과 그에 대한 주위 화가들의 냉혹한 평가로 돈에 허덕였던 안타까운 화가는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도 그의 꿈을 펼칠 그림을 그릴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작품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전시회에 방문하고 그의 예술가의 정신을 이어받은 누군가는 그의 작품에서 예술가라는 꿈을 키운다. 그렇다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와 같이 빛을 나누고 싶었던 빈센트 반 고흐의 메시지는 전달된 것이 아닐까?

 

돈 맥클린의 노래 빈센트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여운을 주는 노래 빈센트는 돈 맥클린이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의 일대기를 읽은 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곡이다.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 사물 등을 자신만의 색과 방법으로 표현하며 이제는 모두가 고흐라는 사람의 작품에서 그를 느낄 수 있듯이 돈 맥클린 역시 고흐의 작품에서 그가 말하고 싶었던 진심, 자신의 작품을 지켜볼 관객들에게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온전히 열정을 예술에 바치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고뇌와 노력을 느낀다.

 

그리고 당시 온전치 않았던 그를 멸시하고 정신 나간 광인으로 받아들였던 이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으나 이제는 그가 말하고 싶었던 마음속 빛이라는 메시지를 우리는 들을 수 있음을 그의 눈에 비쳤던 세상이 어떻게 빛나고 있었는지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위로를 돈 맥클린은 노래하였다. 비록 짧은 시간 우리 곁에 왔다가 불타는 열정을 보여주고 떠난 빈센트였으나 작품을 보면서 아르망처럼 그가 정말 미치지 않았고 예술가적 고뇌와 주변의 시선에 몸부림을 쳤던 나와 다름없는 한 명의 인격적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고 그에게서 연민과 위로를 느낄 수 있었던 ‘러빙 빈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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