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한 줄 정리
현실에 염증을 느낀 천재 게이머 남매가 모든 것이 게임으로 정해지는 세상으로 건너가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는 이야기인 노 게임 노 라이프 감상문.
자, 게임을 시작하자
게임계에는 도시 전설과 같은 존재가 있었다.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전무후무한 점수를 기록하며 온갖 게임에서 정점으로 군림하는 정체불명의 그 게이머는 언제나 이름을 빈칸으로 남겨둔 채 상대에게 자비 없이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주었기에 ‘공백’이라고 불리며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평범한 유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존재였다.
어느 게임에서는 1000명이 넘는 적을 상대할 때 단일 파티만으로 대등이라는 단어조차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일방적인 유린을 보여주었고 해당 게임에서는 한편으로 공백의 실력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비겁한 방법으로 게임을 유리하게 플레이하는 부정행위 게이머, 소위 말하여 치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하였으나 수많은 사람에게 언급되는 만큼 이러한 소문은 점차 부풀려져만 갔다.
사실 공백은 두 사람으로 그들은 현실을 도피한 채 게임에 빠져 사는 남매였다. 남매 가운데 오빠인 소라는 18세의 백수인 게임 폐인이었고 여동생인 시로는 11세의 등교를 거부하는 게임 폐인이었으며 언제나처럼 5일 동안의 밤샘 게임을 마친 뒤 피로에 찌들어 있던 남매는 자신들에게 보내진 의문의 메일을 확인하는데 익명으로 보내진 그 메일에는 태어날 세계를 잘못 골랐다고 느껴본 적이 있느냐며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공백이 남매라는 사실과 수상한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두 사람이 해당 링크에 접속하게 되고 긴장과 함께 열린 단순한 체스 게임에 플레이마저 이상한 상대에게 의문을 품지만 결국 승리를 거둔다.
게임을 마친 뒤 수상한 상대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도착하고 그는 세상 살기가 힘들지 않냐며 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즐겁고 살기 편한 세상인지 물어보는데 질문에 대하여 70억 명이나 되는 사람이 제멋대로 행동하며 특출 난 존재는 배척받는 세상, 선택의 순간을 넘길 권리조차 쥐여주지 않으며 장르나 능력치 따위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쓰레기 게임이라고 남매의 결론이 도달하자 익명의 존재는 만약 게임으로 모든 것이 정해지는 세계, 목적과 규칙이 제대로 정해진 명확한 게임판 위의 세계가 있다면 어떨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본 소라는 만약 그런 세계가 있다면 자신들이 태어날 세계를 잘못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고 답장을 보냈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힘의 간섭으로 발생한 주변의 변화와 함께 본래 그들이 태어났어야 하는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주겠다는 목소리를 듣고 그러한 세계를 만들어 낸 특별한 존재 테토의 힘으로 남매는 모든 것이 게임으로 정해지는 게임판 위의 세계 디스보드에 도착한다. 자신들이 직접 확인한 디스보드가 개인의 목숨이나 나라의 명운까지도 서로가 합의한다면 게임으로 정해지는 세상이었기에 남매는 그들의 능력을 살려 정정당당이라는 무대 뒤에 함정과 암투가 도사리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게임에 임한다.
다음에는 내가 이길 거야
지나가는 어느 인터넷 글에서 최근 초등학교 운동회에 대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과거 초등학교 운동회라고 하면 온 가족이 참가하는 재미와 학급의 단결력, 협동심 등 아이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던, 1년을 놓고 보아도 전교생이 참여하는 흔하지 않은 큰 행사였다. 그러한 운동회가 시대가 변한 요즈음에는 외부의 행사전문 인력을 고용하여 진행하거나 청군이나 백군과 같은 팀을 구별하지도 않으며 혹여 팀을 나누더라도 조정점수를 통해 무승부를 유도한다는 소문을 듣게 된 후에는 어째서 그렇게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과거에는 비록 반은 다르더라도 혹은 상대팀이더라도 햇빛이 가득한 아래에서 함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한 뒤 그 결과를 받아들여 승리를 축하하고 아쉬움에 격려를 보냈기에 이러한 가르침이 사라졌다는 사회의 일부 모습을 깨달으며 이어서 게시된 글을 읽었을 때 이러한 현상이 패한 팀의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기 때문이라거나 경쟁을 자극하기보다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유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다소 간의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뛰어난 아이나 부족한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시선을 보내지는 않았는지 함께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는데 평범하게 혹은 중간만 하자는 말로 그 아이들의 성장과 가능성을 멋대로 재단하였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가장 좋은 계책이라며 삼국지연의의 제갈 공명이 위나라를 상대로 한 공성계와 같은 방법처럼 승리보다 다른 방법이 아이들의 정서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 순간 아이들의 감정뿐 아니라 그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하여 우리가 보여야 할 태도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노력하여 쟁취한 승리와 협동심을 발휘하여 얻어낸 성과를 칭찬하고 자신이 느끼는 아쉬움에는 다음 기회에 더욱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를 통해 동기부여와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사회로 나가보면 이 세상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아이들이 그런 차가운 세상 속으로 갑자기 던져졌을 때 과연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성과에 대하여 상응하는 결과가 주어지지 않거나 실수 혹은 패배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는 데에 특별한 교육적인 의미가 있는지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너무 옳은 길만 걸으려고 그리고 내 아이들이 그런 길만 걷게 하려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하고 이기는 법이 한 가지만은 아니라는 것 역시도 동의하지만 그럴 때면 가수 싸이가 부른 'Right Now'라는 노래의 인생은 독한 술이고 그래서 예술이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게 된 우리이기에 오히려 넘어지고 다쳐도 다시 일어나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 성취할 수 있다는 어쩌면 가장 시시한 답, 그 마음의 씨앗을 심는 일과 기회를 주는 방법을 외면하고 아이들에게 도시 전설과 같은 이야기만을 계속하였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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